스승의 날이든 어버이날이든, 어린이날이든 생일이든, 감사받고 선물받으면 기분 좋다.
교사를 그만두고 '학교사회복지사'로 다시 학교에서 일하게 되었던 첫 해,
그 어느 때보다도 열정과 정성으로 일했건만 스승의 날엔 싸늘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화사한 웃음이 넘치는 번잡한 교무실을 바라보며
난 외롭고 슬펐다. 그래서 조퇴해서 친구와 술을 마셨다.
내가 그정도밖에 안 되었다.
하지만 같은 학교에서도 단지 아이들과 1:1로 대면하여 가르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행정실의 직원들이나 비정규직원들도 스승의 날엔 해당되지 안는다.
학교뿐이랴. 대놓고 감사를 요구할 무엇도 안 되지만 열심히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학교사회복지사,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친구 여러분,
아이들의 사랑을 붙잡으려 애쓰지 마세요.
교사와 아이들의 연애질에 조용하고 이름없는 '중매쟁이'가 되세요.
그리고 당신들이 외로우면 나에게로 오세요. 내가 술 사드릴게요. ^^
사실 이제 해가 흘러서 동지들이 제법 장성한 제자와 가족들의 감사를 받고 있어서 기쁘다.
사실 이건 딸애가 어버이날이라고 손수 만든 빵과 과자를 포장해서
귀한 색깔 카네이션과 스타치스와 함께 준 것이다. ^^
스승의 날을 맞으며
선생님들, 나의 스승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학교에서 만난 선생님들, 학교밖에서 만난 스승님들, 책과 영화에서 만난 스승님들,
남여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나에게 가르침을 주신 스승님들에게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가 잘 가르치지 못한 제자님들에게 미안합니다.
모자라서 몰라서 귀찮아서 싫어서 못나서 제대로 못 한 것들에 대해 모든 제자와 후배님들에게 죄송합니다.
그리고 나에게
늘 사랑과 기대, 열정과 즐거움을 주었던 제자님들, 후배님들에게 정말로 감사합니다.
나에게 삶의 과제와 도전을 주었고, 그 보람의 열매를 함께 맛보게 해준 개구장이 제자들에게 특별히 감사합니다.
그들이 나의 가장 소중한 스승님들입니다.
오늘 같은 날, 보고싶은 선생님, 달려가 손붙잡고 싶은 선생님,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따스해지는, 눈물과 한숨 속에서도 생각하면 힘이 나게 되는
그런 선생님을 가지고 있다는 건
정말로 행복하고 행복한 일입니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그런 스승과 제자들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