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얘들아, 미안해

샘연구소 2012. 6. 11. 10:52

오늘 신문 보니 또 한 고교생이 성적을 비관해서 자살했다.

 

이렇게 아이들이 목숨을 끊는데도 교육계는 그리 변함이 없는 것 같다.

특히 대구에서 많은 극단적 사건이 일어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대구는 교육감의 기숙사 설치 사업에 힘입어 온 시민이 아이들을 비인격적인 공부기계로 쉴 틈 없이 돌리는 모양이다. 이런 정책을 우려하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소극적 반대와 적극적 추진 사이에서 결국 아이들은 무한경쟁의 길 위에 올라서고 말았다.

다른 지역들도 대동소이하다. 다들 '위'에서의 지시나 대학입시제도가 변하지 않는 한 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의 입시 스트레스를 압박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전국일제고사이다.

 

대구 A초는 올해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모의고사를 3번이나 계획했다. 이달 26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성취도 평가)에서 '기초미달'학생이 많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예비시험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도입했다. 일제고사 성적이 낮은 도시, 학교들은 온통 초비상이다.

 

 

이런 변화는 이명박정부 들어서 기존의 일제고사 폐지 정책을 뒤엎고 전수조사를 실시한 이래 강화된 것이다.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206/h2012061102420021950.htm)

 

예전에는 전체 학교, 학생들 중에서 전체 4~5%학교만을 표본으로 선택해서 실시하는 '표집조사'였다.

그러나 2008년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실시하는 '전수조사'로 전환되었고, 결과가 공시되고 있다. 교육소비자인 학부모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그리고 교육계를 조여서 나태해지지 않게, 책임교육을 하게 한다는 논리이다.

교과부는 이 결과로 학교뿐 아니라 시도교육청을 평가하고 작년에는 16개 시도교육청 평가 결과를 토대로 교부금 일부를 차등 배분했는데, 이 평가지표에 성취도 평가 결과 비율도 7% 포함됐다고 한다.

 

어찌 보면 객관적 근거에 의한 교육정책같이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 효과보다도 부작용이 더 크다.

무엇보다도 그 '손실'은 아이들의 죽음과 보이지 않는 '죽은 영혼'이다.

나는 그러므로 그 효과보다도 부작용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당장 수정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유력인사는 "공부하다 힘들어 죽은 아이 못봤다"고 했지만 이렇게 맨날 보고 있다.

 

어린이부터 문제풀이에 시달리고 되풀이되는 시험, 성적에 긴장이 계속되는 아이들은 서서히 그 자유로운 영혼이 마르고 비틀어진다.

폭력, 우울도 일어나고 정서적 무감각증, 어른이 되어도 주체적으로 사고하거나 인간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갈 것이다.

 

현장에서 이런 전수조사하지 않아도 교사나 부모는 아이가 학업능력이 뒤떨어지는지 다 안다.

이런 평가가 있어야만 '학습부진아'로 명명되고, 그들을 대상으로 방과후학습을 짜는 것은 참으로 기계적이다. 관료제의 오버가 아닐까.

 

 

굳이 현장을 전혀 모르는 제3자 - 관료나 타지역인이거나 아이 교육에 평소에는 전혀 무관심한 학부모 -가 한눈에 보고 비교평가할 수 있게 하는 이런 조사결과는 과연 꼭 필요한 것인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보면 초, 중학교에서 하는 교육복지사업은 참 교육적이고 인간적이다.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고취하기 위해서 학습을 놀이와 실험, 문화로 다가가게 하고 아이들과 교사, 가족간의 정서적 유대감을 강조해서 학습의 근육을 키워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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