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사랑이 죄? 가난이 죄!

샘연구소 2012. 6. 6. 22:16

가난한 청년들이 3불시대에 빠졌다고 한다.

돈 없어서 연애불가, 연애해도 결혼불가, 결혼해도 출산불가.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낳는 사람들도 꽤 있다. 부모가 전셋집이라도 마련해 줄 수 있다면.

국가는 인구감소를 걱정해 출산정책을 펴지만 나는 인간적인 마음에서 이 불임의 시대를 걱정한다.

 

대학시절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을 읽고 결혼, 가족 등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울리히 벡 부부의 <사랑은 지독한 혼란,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과 아내 엘리자베스 벡의 <가족 이후에 무엇이 오는가> 등을 보면 인간을 노동상품으로 다루는 자본주의경제가 심화될수록 결혼과 가족공동체는 개인으로 해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요즘 한국을 보면 가난할수록 가정이 해체되고 재생산(결혼, 출산)이 안 되는 것 같다.

이성과 사랑을 나누고 가족과 같은 공동체에서 안전과 소속감을 누리고 싶은 것이 본능적 욕구라면 빈곤은 이런 욕구를 아예 꿈도 못 꾸게 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한강변을 따라 한참을 산책했다.

남자, 여자, 마른 이, 뚱뚱한 이, 젊은이, 어린이, 노인, 혼자서 쌍쌍이, 여럿이, 걷는 이, 뛰는 이, 자전거 타는 이 각각이다.

그런데 앗!

내 곁을 훅 스치고 지나간 남자가 확 눈에 띄었다.

키가 족히 190센티는 되어보였다. 민소매 셔츠와 작은 팬티만 입고 뛰니 몸매가 다 드러나는데 그을린 피부의 긴 팔다리에서 쫀쫀하고 파워풀한 근육의 힘을 감지할 수 있었다. 와우! 비유티풀! 나는 '아름답다'고 느꼈다. 기분이 좋았다.

진화생물학자가 나를 분석한다면 그런 키 크고 건강한 남자는 유전자의 증식에 더 유리한 조건이기 때문에 여성에게 매력을 끈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여러 나라 심리학자들이 참여한 남여간 호감도 실험에서 여자들은 키가 크고 건강한 체격조건의 남자들에 끌렸다.

 

그런데 호감을 갖는 것과, 실제 '짝'으로 선택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호감은 호감일뿐.

신체조건보다도 이성의 사회적 조건이 결혼으로 이끄는 강력한 기준이 된다.

 

내가 한 때 매력적 남성의 조건의 3W를 들었었는데 그것은 wisdom, warmth, 그리고 wit  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것들은 결국 사회적 자본을 대변하는 조건들이다. 지혜는 지식, 교양, 학력과 무관하지 않으며, 다정하고 유연한 심성, 재치 등은 어느 정도의 소득이 보장되어야 구비되는 문화적 품성이다. 

이런 사회적 조건들이 남성이 여성에게 '짝'으로 실제 선택될 결정적인 요건이 되는 것이다.

 

이같은 사회적 조건은 말할 것도 없고

요즘은 체격와 체력에 대한 통계들조차도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계가 있다.

그러니 연애도 결혼도 소득과 사회적 지위가 중요한 조건인 것이다.

 

 

영화 <러브 스토리> 에서 인상깊던 장면

이미지 출처: 다음영화

 

 

 

가난한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되려나...

멋진 체격과 체력,

매력적인 사회문화적 조건들을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
아니, 그런들 돈이 있어야 시간도 내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지...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결혼과 출산의 장애물이라는 지적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눈가리고 아웅식의 출산장려정책으로는 안 될 것이다. 

진정한 평등, 복지 국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나는 이렇게 수정하고 싶다.

"젊은이들이여, 사랑하라. 돈 있는 사람인 것처럼!"

 

가난해도 사랑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구요.

사랑은 죄가 아니잖아요.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 - 가난한 사랑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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