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감은 감인데 먹기 싫은 감은?

샘연구소 2012. 6. 3. 22:19

감은 감인데 먹기 싫은 감은?

---- 낙인감!

 

썰렁하죠?

교육복지사업 하는 학교마다 큰 고민이 바로 요놈의 '감', '낙인감'이다.

사실 부모가 가난한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집의 아이들만을 골라서 '혜택'을 주겠다는 사업 자체가 가진 한계였다.

지금은 많이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여러 곳에 그 틀이 남아서 일하는 이들의 손발을 묶고 있다.

 

선생님,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감은?

---- 자신감!

 

하지만 그보다 먼저 집어야 하는 감은?

---- 낙인감!

 

그래서 아이들은 정작 원하던 자신감도 못 가져가고 있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요즘 다녀온 몇몇 교육복지사업학교에서는 낙인감 걱정을 안 한다.

 

어느 학교는 교육복지대상자, 즉, '집중지원학생'을 '꿈동이'라고 부르기로 했단다.

교육복지실을 '꿈빛나래', '희망꿈터', '수수꽃다리'... 같은 별칭으로 달리 지어부르듯이 말이다.

'부르는대로 된다'고 하는데 아이들을 늘 우리'꿈동이'라고 부르면 정말로 아이들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일 것 같다. 아이들도 불리우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

 

 

 

 

 

교육복지실 모습과 꿈동이들

 

 

 

그 초등학교는 교육복지실과 보건실, 상담실이 모여있었다.

옆에는 작은 야외 정원이 있었다.

지역사회교육전문가와 상담사가 사이좋게 협력한다.

 

또 어느 중학교는 교육복지실과 도서관이 이어져있었다. 운동장에서 건물로 들어서는 초입에 있으니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거쳐갈 수 밖에 없는 위치이다. 아이들은 도서관에 와서 책도 읽고 복지사도 만나고 이벤트도 참여하고 일석이조, 일석삼조이다.

 

이들 학교에서 아이들은 교육복지사업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사업에 즐겁게 참여한다.

낙인감 같은 건 별로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무엇이 이들 학교에서 '낙인감'이란 괴물을 물리치게 했을까?

 

첫째는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고 교육의 열정을 가지고 교육복지사업을 전체 학교 경영에 조화롭게 활용한 교장선생님들과

헌신적인 담당부장교사, 그리고 성실히 일하며 한 학교에서 3년 이상 계속 근무한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가난한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가난하지 않은, 표나지 않게 가난하거나 가난할 수도 있는 아이들을 모두 품어서 행복한 학교공동체를 만들어간 프로그램 구성에 있었다.

 

이들 학교에 가보면 지역사회 자원이 없어서.. 교육청의 피씨들의 지원이 약해서... 등등이 그리 그럴듯한 변명이 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지역 자원이 적고 다양하지 않더라도 있는 것으로 최대한 활용하고 교사들의 다양한 재능을 발휘하게 하면 된다.

무엇보다 교장의 의지와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능력이 조화롭게 '이중창'을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갔던 중학교는 특히 학교사회복지사업 경험이 있는 분이 지역사회교육전문가로 일하고 있었다.

그 전에 일하던 경험을 살려서 모든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돈 안들고 재미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끌어들이니 프로그램들이 인기가 터졌다. 

요일별로 '학년별 candy day'를 정해서 아이들을 만나려는 수고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맞출 수 있는 퀴즈를 내고 맞추면 '복권당첨'식으로 교육복지프로그램 참여기회를 준다.

아이들은 아는 듯 모르는 듯, 그렇게 교육복지프로그램에 즐겁게 참여한다.

 

 

이제는 교육복지사업 시작 초창기처럼 모든 (집단) 프로그램에 가난한 아이들이 70% 이상 참여해야한다, 학습 프로그램이 30% 이상이어야 한다, 학습 프로그램 = 추가로 더 공부 시키는 프로그램, 학습/문화/정서심리/ 보건/복지 각각 영역 따로 운영하는 식의 구분을 넘어설 때가 되었다.

 

융통성있게 운영하되 궁극적으로 가난한 아이들이 학교가 즐겁고 좋은 곳이 되어야 하고, 교실에서 행복할 수 있고, 그래서 행동이나 학습에서 좋은 변화가 일어나면 되는 것이다. 

학습프로그램을 하다보면 한 번쯤 문화체험을 하기도 한다. 또 정서적으로 유대관계를 갖고 깊은 속 마음도 나누게 되니 그것이 상담이 아닌가, 그러다가 심각한 어려움을 발견해서 지역사회교육전문가, 담임교사와 상의해서 다른 전문적 도움을 연계한다면 그것은 보건복지 프로그램인가?

바로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이 섞이고 연결되니 그 경계를 확실히 구분하는 것도 유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처럼 일 잘 하는 학교를 가면 공통점이 있다.

"우리 교장 선생님이 워낙 좋으셔서요.."

"우리 지역사회교육전문가(복지사)가 일을 너무 잘 해서요..."

"선생님들이 다들 너무 협조적이시고 애들을 사랑해주셔서요..."

 

서로 공을 남에게 돌린다.

 

그래서 내가 마무리하려고 이렇게 말해보았다. 

"이 학교 애들이 복이 있는 거죠."

그랬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요. 우리 학교 터가 좋은 가봐요"

하하하... .

 

 

보고싶은 녀석들!...

 

 

복있는 학교

복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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