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학교폭력과 공감능력

샘연구소 2012. 6. 8. 22:49

최근 청소년정신의학회 공청회에서 낮은 공감능력이 학교폭력과 연관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인터넷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536301.html)

 

이는 2232쌍의 오스트레일리아 쌍둥이 아동들이 5살과 7살, 10살과 12살 때 가정으로 이들을 방문해 면접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한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 대학의 종단 연구 결과에 의거한 것으로 의학전문 국제학술지인 <아동 심리 정신의학 저널>에 실린 것이다. 마침 김붕년 서울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가 이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어서 주제발표를 했다고 한다.

 

발표에 의하면 12살이 된 2232쌍 아동들을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 경험 유무로 집단을 나눈 뒤 이들이 5살 때 평가받은 공감능력을 수치화했더니, 학교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평균 공감능력 지수가 5.06이지만, 피해 경험 아이는 4.22, 가해 경험 아이는 4.24로 공감능력이 떨어졌다. 특히 가해와 피해를 함께 경험한 아이는 평균 공감능력 지수가 3.64에 불과했다.

 

 

기사내용을 참고하여 그림으로 만들어보았다.

사춘기인 12세 때 학교폭력 가/피해 경험 모두 있는 아이는 어렸을 때 공감능력이 현저히 낮았다.

 

 

여기서 공감능력은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으로 나뉜다.

 

정서적 공감은 타인을 배려하고 약자에 대한 동정심을 가지는 능력으로 이 능력이 결여되면 타인을 지배하고 학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주로 가해 학생들에게 부족한 부분이다. 종종 학교폭력의 가해자인 아이들이 맞은 아이가 아플 줄 몰랐다고 엉뚱한 발언을 하기도 하고, 실제로 동물이나 친구를 괴롭히면서 즐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로 정서적 공감능력이 떨어질 때 나타나는 행동이다.

 

인지적 공감은 타인의 표정과 말투, 태도 등으로 생각을 이해하고 상황을 인식하는 능력으로, 이 능력이 결여되면 상황에 따라 적절한 태도를 취하지 못해 집단 따돌림의 표적이 되기 쉽다.

하지만 뇌과학 연구에 의하면 사춘기 아이들은 뇌발달이 미숙해서 이런 부분이 취약하다고 한다. 그래서 표정을 잘 못 읽고 오해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냥 쳐다본 사람에게 째려본다고 화를 내기도 하고, 친구가 자기만 미워한다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이 자기에게 사랑의 눈빛을 보냈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능력이 심하게 낮을 경우에는 의사소통에 갈등이 생기게 된다.

 

특히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경우 정서적 공감 능력 결여와 함께, 어린 시절 가정폭력 피해를 입거나 경제적 또는 사회적인 환경에 의해 정서적 결핍이 생기면서 충동성 조절능력이 결여되는 것도 폭력성이 생기는 주요 이유로 꼽혔다. 공감능력과 충동성 조절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청소년기의 급격한 변화가 찾아오면 학교폭력 가해 행동이 발현된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결과를 볼 때 지금의 교과부가 추진하는 학교폭력 대책에 부족한 부분을 알 수 있다.

바로 아이들에게 공감능력을 길러주는 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공감능력을 길러줄까.

 

첬째는 아이와 부모, 아이와 교사, 즉 가장 중요하고 유의미한 성인과의 의사소통에서 감정을 살피고 교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러면 부모나 교사 자신이 감정이 풍부하고 억압되지 않으며 자연스러워야 한다. 스스로 감정을 알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그렇게 소통하는 것이다. 

 

"00야, 수업시간에 발표도 하고 열심히 들어. 알았지?" 보다는

=> "00야, 네가 수업에 발표도 하고 열심히 들으니까 선생님이 참 기쁘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주겠니?"

"왜 이렇게 늦었어?! 엄마한테 전화도 안 하고 늦게 오면 어떻게 해!"

=> "왜 이렇게 늦었니? 언제 오나 하고 기다리다보니 점점 더 불안하고 화가 나더라."

"00야, 네가 참아. 그까짓 것을 가지고 뭘 그래...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자, 세수하고 숙제하자."

=> "00야, 얼마나 속상하니? 나라도 정말 답답할 거야. 숙제 좀 나중에 하고 엄마랑 맛있는 거 만들어 먹을까?"

 

 

둘째는 아이들에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 장소를 만들어주고 대화하는 것이다.

미국의 학교들을 탐방하면서 학교사회복지사의 사무실에 이런 '이완코너'를 꾸며놓은 것을 보았다. 아이들은 친구랑 다투게 되어 화가 치밀 때, 너무 슬플 때, 선생님과 갈등 때문에 너무 속상할 때 이리로 달려와서 혼자 쉬면서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때론 학교사회복지사가 곁에 같이 누워서 아이를 도닥여주거나 대화를 하기도 한다.

 

 

초등학교의 학교사회복지사실 안에 마련된

'정서이완코너'

 

중학교의 학교사회복지사실 안에 마련된

이완코너 겸 상담공간

 

 

오래 전 어느 고등학교에서 학교사회복지사업을 하면서 두더지 잡기 놀이기구를 설치했다. 금세 난리가 났다. 내가 아는 어느 대안학교에서 강당 한 켠에 거대한 샌드백을 매달았다. 그 튼튼한 샌드백이 금세 터져버리고 벽을 쳐서 벽까지 망가졌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얼마나 속에 억눌린 게 많을가 싶다.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 해소방법은 자칫 공격성을 더 양성화할 가능성도 있어서 위험해보인다. 조용하고 편안한 장소에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인형도 두고 조명도 적당히 푸근하게 해서 혼자 잠시 누워있기도 하고 남몰래 울 수도 있는 그런 공간이 더 효과적이겠다. 

분노나 격한 감정을 평화롭게 해소할 수 있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인지적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한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얼굴표정을 보고 그것을 나타내는 적당한 단어를 찾아서 짝짓도록 하는 수업이 바로 그런 것이다. 각 나라의 문화에 따라, 나이나 성별에 따라 표정은 서로 다른 메세지를 전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적 맥락 속에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영화의 한 장면을 정지시키거나 이야기책을 읽다가 등장인물들이 어떤 감정인지 토론도 하고, 흉내도 내보고, 역할극도 하면서 감정과 표정, 언어를 동시에 배우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얼마전 학교사회복지학회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들도 참고할만하다.

김민정(강남대)교수의 미국에서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아동기 공격성이 꼭 청소년기 폭력성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가족의 지도감독과 방과후 활동이 공격성이 낮은 학생들에게는 폭력예방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공격성이 높은 아동에게는 가족의 관여와 방과후 활동이 폭력발생비율을 낮추지 못한다고 햇다. 유사한 공격성을 가진 또래들과 어울리는 방과후 활동이라면, 또 부모의 관여가 적절치 않다면 오히려 그것은 보호요인이 아니라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동기부터 성장과정을 따라 어른이 될 때까지 높은 공격성이 폭력성으로 지속되는 경우는 전인구의 5%내외라고 하는데, 이들이 전체 폭력범죄의 75~80%를 차지한다면서 아동기, 즉 취학 전 어린 아이들의 공격성을 다스리는 개입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또, 이상균(가톨릭대)교수와 정현주(한국청소년상담원)상담조교수의 공동연구에 의하면 청소년기에도 여전히 부모의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는다면서 부모의 적절하고 일관된 양육태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부모교육이나 부모와 학생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의 필요성이다. 

물론 부모에 대한 개입은 쉽지 않다. 다들 바쁜 세상에서 따로 시간을 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학부모에게는 학교가 그리 반갑게 드나들고 싶은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행동을 경험하는 청소년의 부모를 대상으로 양육행동을 변화시킬 경우, 이들의 33%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오늘 방문한 서울 성동구의 작은 초등학교에서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농사프로그램,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한 1박2일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들의 양육을 지도하고, 아이와 부모간에 사랑을 일깨웠더니 부모들의 학교 참여가 크게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하나같이 밝게 웃는 표정,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선생님들과 지역사회교육전문가를 보면서 이 학교는 무엇을 해도 행복한 학교이겠다 싶었다. 

 

폭력과 싸우는 방법은 평화와 사랑, 행복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선으로 악을 싸워 이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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