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과부가 농어촌의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 6월 18일자 한겨레신문에 의하면 작년에 교육개발원에서 작은학교 통폐합 정책의 비용 대비 수익성에 대한 분석조사보고서가 나왔었다고 한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보고서는 발표되지 않은 채 지금껏 대외비로 잠자고 있었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교과부의 통폐합정책과는 발이 맞지 않는다.
즉, 통폐합은 수익성, 아니 재정 절감 효과가 거의 없는 반면 학생과 교사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농어촌 황폐화를 더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음은 기사 내용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작은 학교 통폐합 정책의 비용 대비 수익은 매우 낮은 반면 학습권과 아동복지 침해 우려가 크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가 지난해 초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작은 학교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통폐합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을 고려한 소규모 학교 활성화 등으로 정책을 다변화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연구기관 쪽은 발간 직후 보고서를 대외비로 지정하고 외부 공개를 금지해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한겨레>가 18일 입수한 한국교육개발원의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 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06~2010년 5년 동안 소규모 학교 통폐합의 비용 대비 수익은 1.1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에 정책 수행을 위해 들어간 인건비와 운영비 등 직접 비용은 637억~1064억여원이고, 통폐합을 유도하기 위한 통폐합 지원금 등 재정 인센티브는 2995억여원 투입됐다. 총수익은 최소 3729억여원에서 최대 4455억여원을 거둬, 작은 학교 통폐합 정책의 비용 대비 수익은 0.95~1.25(평균 1.1)에 그쳤다.
보고서는 “통폐합 정책의 주요한 정책 목표가 교육재정 절감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실제 통폐합 정책의 재정 절감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통폐합으로 인해 학생, 학부모가 겪는 비금전적 비용을 고려할 때 이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그 비용을 상쇄할 만큼 충분한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뿐이 아니다.
통폐합은 당장에도 경제적으로 별 이익이 남지 않을 뿐 아니라 관여된 여러 시골 사람들, 시골 아이들, 시골 선생님들, 즉 우리 한반도의 말초신경에서 살고있는 모든 시골의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을 통째로 황폐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학교 통폐합 정책은 지역사회의 인구감소를 촉진하고 지역공동체 문화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진이 자료가 확보된 전남 지역을 정밀 분석한 결과, 학교 1곳이 문을 닫을 때마다 시 또는 군 단위 지역에서 초·중·고에 다닐 만한 연령대의 청소년은 79~130명 줄고, 학부모 인구도 111명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이 농산어촌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보다는 오히려 인구를 유출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다니던 학교가 없어져 학교를 옮긴 학생들의 학습권과 복지는 악화하는 현상이 뚜렷했다. 아이들은 학교를 옮긴 뒤 아침에 잠을 충분히 잘 수 없고(41.6%), 방과후에 친구들과 어울리기 어렵다(35.7%)고 답했다. 통학거리와 시간이 늘고 스쿨버스의 운행시간을 정시에 맞춰야 하는 탓이다. 길이 험해서 사고 위험을 염려하며 학교를 다니는 학생도 21.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통학차량 운행 시간 때문에 학생들의 방과후 활동 참여와 교우관계에 제약이 가해지고, 악천후로 통학차량 결행시 결석, 지각을 할 수밖에 없는 점은 학습권 보장 측면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로서 통폐합을 결정할 때 경제적 효과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인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에 대한 의견은 반대가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통폐합 대상이 되는 작은 학교의 경우, 교사 892명 가운데 658명(79.1%), 교장 234명 가운데 171명(73.1%), 학부모 1670명 가운데 1096명(65.6%)이 반대했다.
사실 시골 학교를 들여다보면 학생들도 교사들도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어느 곳에선 아이들이 하루에 두 번 있는 버스를 타고 한 번은 등교, 한 번은 하교한다. 그 버스를 놓치면 '히치하이킹'을 해서 가야한다.
그러니 방과후 프로그램을 하려고 해도, 상담을 좀 하려고 해도 교통편이 마련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아이들이 한 마을에 모여하는 것도 아니고 이 동네에 한 명, 고개 넘어 저 동네에 한 명.. 이렇게 사니 스쿨버스를 돌리기도 쉽지 않다.
학교가 작아지고 선생님이 작아지니 중고교는 과목을 다채롭게 진행하기도 힙들고 적은 수의 교사들이 온갖 공문처리와 행정을 하느라 눈코뜰새가 없다. 그나마 선생님들에게 가산점이라도 있으니 오긴 하지만 잠시 머물다 가실 타지'손님'인 선생님들이다. 그런 분들 중에는 그저 시간을 채우고 그 사이에 멀리 유학 온 셈치고 논문 하나라도 써서 승진을 앞당기려는 하는 분도 있다.
하긴 나쁜 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시골학교에 누군가 빵빵한 재원을 지원해서 방과후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해주면 교사들은 어차피 퇴근 후 혼자 관사에서 인터넷이나 TV와 노는 시간에 학교에서 무언가 하고 부수입도 올릴 수 있으니 반기시는 분들도 있다. 아이들도 늘 보던 선생님이라 지겨워할 수도 있지만 못 미더운 손님인 외부인보다도 아이들을 잘 알고 늘 곁에 있는 분이 지도하니 더 나을 수도 있다.
게다가 여러 곳에서 학교를 지원하는 예산과 장학금들이 들어와서 오지인데도 시설은 빵빵한 곳들도 있다. 심지어 강원도 산골짝 어느 학교에는 교실마다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곳도 보았다. 헐...
이런 다양한 농어촌 지원금으로 방과후에 흔히 하는 프로그램이 EBS 인터넷 강의시청인 점이 아쉽다.
교사들이 새롭게 교재를 짜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하라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외부에서 강사를 모셔와야 하는데 두 시간 프로그램 하자고 서너시간을 도시에서 달려와야 한다면 결국 두 시간 강의하고 몇 만원 강의료 얻지만 오가는 시간에 식사 한 끼 정도까지 합하면 밑지는 일이 되니 강사 모시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아예 아이들이 다함께 버스에 타고 나들이를 하고 오든지, 아니면 자습이거나 인터넷 강의 시청이 되기 십상인 것이다.
그래도 열성적인 교사 한두명만 있으면 그 학교에서는 돈이 없어서 못 할 게 하나도 없다. 신나게 진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 그런 학교의 선생님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아이들과 신나게 학교생활을 하신다. 시골이니까 가능한 그런 것들을 말이다.
시골 학교 통폐합으로 어린 아이들이 더 멀리, 낯선 곳으로 다녀야 하고, 농촌이 점점 생기없는 무인도처럼 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왠만하면 도시로 나가는데,
시골만의 좋은 점을 더욱 살려서 아이들과 가족이 찾아오게 하고, 지금 다니는 아이들과 가족도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할까? ...
선생님들이 좀더 지역을 사랑하고 아이들과 다양한 교육적 경험을 하도록 지원할 수 있을까.
교육복지사업을 하는 학교들은 어떤 식으로 일을 만들고 해야 좋을까.
강원도나 전라도, 경상도 산골짝이나 바닷가, 인적 드문 오지 농촌과 낙도의 학교들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전교생을 합해도 80명이 안 되는 학교... 분교 수준이 되어간다.
생각하다보니 이런 소식도 떠오른다.
이제는 시골에 몇 년 전처럼 그나마 외국에서 신부를 모셔올 수 만한 노총각조차도 거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몇 년 전 십년, 이십년 연상인 한국 남자에게 시집온 앳된 동남아 여성들이 그 사이에 아이는 사춘기에 접어드는데 남편은 병들거나 사망하고 이혼하거나 과부가 되는 이들이 하나 둘 생긴다는 것이다.
시골교육 살리기
시골 살리기
......
교과부가 지혜로운 정책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