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한 아이에게만 혜택을?

샘연구소 2012. 6. 29. 01:09

교육복지사업을 하다보면 한 아이에게 복합적이고 장기화된 문제들이 얽혀있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가지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학습부진이다보니 방과후학습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문화체험 멘토링도 하고, 문제행동과 정서불안으로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상담에도 참여하고 방학중 캠프에도 참여하고, 치료비 지원 혜택을 받아 질병을 치료하기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지역사회교육전문가나 교사들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어떻게 보아야 할까?

 

교장 A)

왜 이렇게 한 아이에게만 집중적으로 지원을 했나요? 불공평하잖아요?

모든 아이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지요. 이 아이 하나에게 지원된 것을 다 합하면 금액이 얼마입니까?!

계획 수정해서 집중지원학생이 한 번 이상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세요.

 

 

컨설팅위원 B)

교장선생님 말씀도 일리가 있지요.

하지만 무조건 모두에게 흩뿌리는 것이 꼭 평등은 아닙니다.

필요한 아이에게는 때로는 2~3가지 프로그램을 다 주고, 어떤 아이에게는 하나만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이신지?

 

이 사업의 목적을 생각할 때 모든 학생에게 하나의 프로그램에만 참여하게 하는 것이 과연 평등일까?

한동안 평가에서 집중지원학생 모두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가가 중요한 지표가 되었던 적도 있다.

비슷한 맥락이다.

 

내 생각은 이렇다.

참여한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로 학생이 무엇을 얻고,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가 기준이자 원칙이 되어야 한다. 

 

1개만 필요한 사람에게 5개를 주는 것도 불합리하지만, 5개가 필요한 아이에게 1개만 주는 것 역시 소용이 없다.

소위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된다면 그 1개는 오히려 절약이나 평등이 아니라 낭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필요에 따라 공급하는 원칙으로 추진하는 게 옳다.

다만, 금액의 한계도 있을 뿐 아니라 교장 A의 우려대로 지나치면 편중될 위험도 있으므로 학교내 심사위원회에서 심의하여 합의를 구하고 상한선을 정하는 식으로 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중지를 모으는 것이다.

 

내가 직접 목격하거나 증언을 들은 사례들을 보자.

필요에 따라 여러가지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한 해 동안 또는 여러 해에 걸쳐 지원받은 학생의 사례이다.

 

학생 A)

초등학교 6학년인데 중이염 치료를 못 받아 약간 난청이다. 게다가 불규칙한 식사와 정서적 불안 등은 학습부진의 원인으로 판단된다.

학생은 노모와 둘이 살고 있다.

이 학생에게 우선 치료비를 지원하고 가정방문과 복지관 도움으로 식사를 돌보기 시작했고, 학교에서는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정서적 지지를 주면서 차츰 수업에 흥미를 갖도록 유도해나갔다.

 

학생 B)

알콜중독인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는 학생은 14살인데도 이가 4개밖에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해서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그저 공부는 잘 못 하지만 튀지 않는 학생이었다.

게다가 장기화된 영양결핍으로 성장이 뒤늦고 왜소한 체격이다보니 더욱더 심리를 위축시켜 대인관계가 매우 소원했다.

치료비는 천만원가량으로 추산되었다. 일부만 학교 예산에서 지원하고 나머지는 모금을 하고 또 병원측의 배려로 낮은 가격을 받아 치료할 수 있었다. 이후 학생은 놀랍게 밝고 당당해졌다.

 

학생 C)

똘똘하고 의욕도 많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매우 어렵다.

초등학교 6년을 다니는 동안 다양한 문화체험, 학습 프로그램에 골고루 참여하였다.

그리고 국제중학교에 입학해서 너른 삶의 경험으로 친구들을 이끌며 잘 지내고있다. 

아이와 엄마는 수치심과 낙인감을 뿌리치고 당당하게 자신의 성취를 보여주어 오히려 지원한 이들에게 흐뭇한 보람을 안겨주었다.

 

 

학생 D)

중학교 시절 교육복지사업이 처음 생겨서 좌절과 방황 중에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질병치료, 가정지원도 간접적으로 혜택을 받았다.

엄마는 여러가지 삶의 고난이 겹쳐 외동딸과 동반자살의 유혹까지 느낄 정도로 힘든 시기였는데 아이의 변화와 학교와 지역 기관들의 관심, 지원에 힘입어 용기를 내고 희망을 갖게 되었다.

학생은 무사히 사춘기를 견디고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이런 사례를 보고 싶다.

 

굶주렸다고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빵 한 개씩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덩치 큰 사람, 더 많이 먹고픈 사람에게 더 많이 주고,

빵보다 밥이나 다른 것이 필요한 사람에겐 빵대신 밥이나 국수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어떤 이에게는 밥 뿐 아니라 반찬도 더불어 주도록 하자.

 

그것이 교육복지사업의 심화이고 진화가 아닐까.

 

그러려면 먼저 당사자에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솔직한 대답을 들을 수 있도록 평소에 신뢰를 얻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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