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글 못 읽는 아이들

샘연구소 2012. 7. 8. 17:25

프로그램을 하고 아이들에게 소감문을 써보라고 했다.

"에~~ 못 써요."

"짧게 써도 돼. 솔직하게 너희들 느낌을 몇 줄, 아니 몇 자라도 그냥 편하게 써."

...

 

몇몇 아이들이 끝내 글을 제대로 못 쓴다.

그래서 어떨 땐 받아쓰라며 불러줘본다.

겨우 겨우 힘들게 한 줄을 쓰지만 맞춤법도 엉터리.

 

중학교에서 이런 일을 종종 접한다.

쓰지도 읽지도 못하는 중학생들이 있다! 대한민국에, 2012년에!

 

그런데도 학습부진아 프로그램을 보면 어느 학교나 영수가 태반이다.

그나마 1:1로 멘토가 함께 하는 공부 프로그램이라면 좀 낫겠지만

대개는 문제풀이나 자습, 인터넷 시청으로 한다. 

 

교사들은 수업시간에도 진도 나가기 바쁘고 여러 아이들 다 챙길 수 없으니 그냥 아는 척 모른 척.

한글로 한 문단도 제대로 못 읽고(이해하고) 못 쓰는 아이들은 최하점으로 그냥 한 학년씩 올라가고...

그렇게 고등학교도 가고 대학교도 간다.

 

요즘 핸드폰과 인터넷 채팅 때문에 맞춤법이 엉망이 되고 짧은 3문장 짜리 대화가 대세인데

그나마도 욕을 '조사'처럼 사용하는 아이들 세태이다보니

한쪽에선 걸음마 떼기가 바쁘게 영어교육을 받고 집에서도 부모와 영어로 소통한다지만

어떤 아이들은 우리말도 못 떼고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교육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언어를 매개로 하는 학습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게 된다.

소위 교육에서의 '마태효과 mathew effect'이다.

 

사실 우리는 자랑스러운 '한글'을 가지고 있는 덕에 세계에서 가장 낮은 문맹률을 자랑거리로 삼고 있다.

유네스코 통계에 따르면 2005년 한국의 15세 이상 문맹률은 1.6%에 불과하다.

 

하지만!!!

 

2002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 결과 19세 이상 성인의 24.8%가 생활하면서 읽기·쓰기·셈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나타났다.

8.4%는 완전 비문해자에 해당했다. (인터넷 경향신문 6월 15일자)

 

 

한 중학교 교사가 이런 현실을 보고 참을 수 없어 교육대학 교수가 된 이후에 초등학교 아이들의 문해교육에 발벗고 나섰다.

대학생을 자원봉사자로 훈련시켜 초등학생들과 짝을 지어 말, 글 읽고 쓰기를 가르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알리고 대책을 세우자고 외친다.

그의 목소리를 이 책에서 들을 수 있다. 

<학교 속의 문맹자들> 엄훈(우리교육)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을 하다보면 학습 영역에서 부진아를 위한 프로그램을 어디나 한다.

그 중에 하나하나 꼼꼼히 첫발부터 다시 걷기 연습을 해야하는 아이들이 있는지 봐야한다.

그런 학생을 찾기 위해서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더욱 세심하게 관찰하고 한 아이 한 아이게게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이들이 빨리 말, 글을 익히지 않으면 학습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기는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다.

아니 나오기는커녕 더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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