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당신의 정신건강은 무사하십니까?

샘연구소 2012. 7. 8. 18:36

교과부는 올해 초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약 230만명의 학생이 '정신 건강이 위험'하다는 판정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오마이뉴스 6월 13일자 참조)

학생과 가족들은 놀랍라고 당황스럽고 불안하다.

 

 

얼마 전 한 친구가 나에게 전화를 했다.

딸에게 1차검사 결과, 재검사대상자라는 통지가 왔는데 어떤 설명도 없고 너무 불안하다고. 이게 왠 일이냐고.

 

학교에 가보니 처음엔 검사를 해서 자살생각을 하는 아이들을 미리 알아낼 수 있으려나 기대했던 교사들도 하나같이 우려한다.

설문에 제대로 응답해주었으면 학생들은 오히려 불성실하게 한 문항에만 전부 체크하기도 한다.

그런 결과를 가지고 지도를 하라니. 게다가 믿을만한 상담교사가 없는 학교들도 많은데...

 

여고의 한 학급에서는 1/4이 자살 위험이 있다고 해서 그 아이들만 뽑아서 2차검사를 하는데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단다. "얘야, 넌 정신검사 결과 위험해. 넌 자살 위험이 있어."라고 알려주어서 어쩌자는 것일까?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예상 외로 정신위험 판정받은 학생 비율이 고학년이 아닌 1, 2학년 아이들에게서 높았다고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관리군으로 분류하고 조치를 해야한다고 한다. 그런데 저학년은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학부모들이 응답을 했단다. 결과를 얼만큼 신뢰해야 하는 걸까?

 

교과부 매뉴얼에 따르면 선별검사는 모두 3차에 걸쳐 진행하는데 1차는 학부모(초등학생만 해당), 교사와 학생 설문지(중고등학생)를 병행해 실시한다. 1차에서 기준 점수를 초과하는 학생은 '관리군'으로 분류해 2차 검사를 받는다. 이 검사에서 다시 점수가 초과되면 '주의군'으로 분류해 외부 정신보건센터 등에 의뢰해 3차 검사를 받도록 한다. 3차 검사에서도 문제가 나타나면 이 학생들은 '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신경정신과 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사진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43068

 

 

 

그런데 문제는 1차, 2차 선별검사 결과 기준점 이상을 초과하는 정신 위험 학생이 당초 예상 비율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것. 교과부와 시도교육청 등의 분석을 종합하면 정신 관리군 학생은 전체의 30%인 230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2차 주의군 학생도 검사 대상자의 5∼10%인 35만 명∼7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예상치보다 정신 위험 학생들이 많은 사실이 감지되자 교과부가 당초 검사 마감일을 올해 6월 말에서 올해 말까지로 돌연 늦춰 잡기로 한 사실이 12일 확인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 현장에서 검사 기일이 짧다는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신 위험 학생 폭발에 따른 외부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학교 밖의 신경정신과와 Wee센터 규모로는 감당이 어렵다는 이유다.

 

사실 이런 검사는 이미 2007년 무렵부터 복지부에 의해 시도되어 왔다. 학생들 중 일부를 샘플로 조사하기 시작해서 점점 대상을 확대해왔는데 올해에는 교과부에 의해 아예 전수조사가 실시된 것이다. 복지부는 검사 후 시·군·구 정신보건센터에 등록한 뒤 정신보건 전문간호사와 임상심리 상담사, 정신과 전문의를 활용한 심층 상담 평가 등 상담과 사례 관리 활동을 지원하고 고위험군 학생들과 빈곤가정 학생들에게는 치료비도 지원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검사.

정신건강.

이런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검사는 낙인을 낳는다. 제대로 책임지고 치료하고 도와줄 것이 아니라면 함부로 '환자'나 '비정상'이라고 말해선 안 된다.

그리고 검사라는 것 자체가 피검사자에게 책임을 돌리기 위한 장치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정신검사는 사실 설문지로 묻지 않아도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다 알 수 있다. 부모가, 담임교사가 마땅히 그렇게 보아야 하고, 그래서 알고 있어야 한다. 제대로 하는 부모나 교사들은 알만큼 알고 있다.

 

어떤 경우는 시간이 해결해주기도 하고, 스스로  자라면서 좋아지기도 하고, 개인적인 치료나 개입으로 나아지기도 한다.

검사하고 상처받은 아이들은 다시 또 치료한다고 여기저기, 이사람 저사람에게 보내지겠지. 정말 필요한 아이들이 도움을 받기도 하겠지.

그러나 돌아오면 또다시 괴로운 가족관계, 지긋지긋한 경쟁교육...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가정, 교육, 사회는 그대로 둔 채 아이들만 이리 저리 괴롭히는 게 난 정말 마음 아프다.

많은 아이들이 우울하고, 죽고, 화나고 싸운다면 아이들을 가려내서 '치료'하겠다고 검사하지 말고

부모와 교사들은 우선 멈춰서서 정직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내 결론은 이것이다.

 

아이들을 정신검사하지 말고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우울하고 죽고싶게 만든

 

모든 부모와 교사, 교과부 관리와 교육법을 관리하는 국회의원, 교사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을 먼저 정신검사해달라!

 

그리고 그들부터 치료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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