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여행 중 어떤 이가 물었단다.
"너희들은 공부하기 싫지 않니? 선생님나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시키지 않니?"
아이들이 대답했다.
"선생님이요? 어차피 남인걸요. 나에게 필요하고 내 인생이니까 공부하지요."
다시 물었다.
"공부하고 싶은데 부모님이 지원해주지 못하면 어떡하니?"
"공부하고 싶으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어요. 부모님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서 학비도 달라요."
한국 아이에게 물었다.
"공부하기 힘들지 않니? 학원을 매일 밤 늦게까지 다니고 잠도 잘 못 자고... "
아이가 대답했다.
"엄마가 걱정하시니까요. 아빠도 저 땜에 더 열심히 일하신대요... 저 바빠요, 학원 가야되요."
이렇게 자란 아이들.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의 아이들은 누구나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 공부한다. 그 사회와 나라에 감사하고 모두를 위해 기여한다.
한국의 아이들은 부모를 위해 공부하고 성공하면 부모와 가족에게 감사하고 가족이 소유하고 누린다.
내가 덴마크에 가서 우리나라가 무상급식도 하고 교육복지사업도 하고 학생들을 위한 복지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학교 교장이 말했다. "당신들은 민주주의로 한 걸음 더 발전한 것입니다. 가난한 가정에 경제적 혜택이 확대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제 그 아이들은 대한민국의 모두의 아이가 될 것입니다."
UN아동권리협약에도 아이는 자신과 관련된 중요한 일에 아이의 최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고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이보다도 부모와 교사의 편리함과 이익이 더 우선인 듯 하다. 아이들은 부모와 교사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칭찬들으려고, 그들 마음에 들으려고 공부하고 나중에 그들에게 효도하고 충성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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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도덕심리학자인 콜버그(Lawrence Kohlberg)는 일찌기 인간의 도덕발달단계를 이론화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도덕적 인간이 되는 것이 곧 인간다움이고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는 '하인츠의 딜레마'와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의 도덕적 판단능력을 측정하고자 했다.
하인츠는 부인이 죽을 병에 걸렸지만 그녀를 살릴 특효약을 구입할 돈이 없어서 고민에 빠졌다. 그는 도둑질을 해서라도 아내를 살려야 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아내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지를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그는 도둑질을 해서라도 아내를 살려야할까? 아니면 도둑질은 옳지 않으니 그냥 아내가 죽게 내버려둬야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의 판단근거가 무엇인가에 따라 그 사람의 도덕적 발달단계를 알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이러한 도덕의 발전은 3수준, 6단계로 나누어 차례로 발전해간다고 했다.
사회의 법이나 규칙, 관습 등을 기준으로 볼 때 그 전 단계에 속하는 시기와 사회의 규범을 따르는 단계, 그리고 한 사회의 규범을 초월해서 전세계, 전 인류적으로 생각하는 단계가 3단계이다. 이 수준들은 각 2단계로 나뉜다.
•1단계 - 처벌이 두려워 도덕율을 따르는 단계. 즉, 처벌이 없으면 도덕율도 따르지 않는 단계.
•2단계 - 보답과 욕구충족을 위해 도덕율을 따르는 단계. '도덕율을 지켰으니 상을 받겠지'하는 단계.
•3단계 - 대인관계를 위해 도덕율을 따르는 단계. 사람들과의 불화를 피하려 도덕율을 따르는 단계.
•4단계 - 법과 질서를 위해 도덕율을 따르는 단계. 법은 지켜야하기 때문에 도덕율을 따르는 단계.
•5단계 - 사회 계약을 위해 도덕율을 따르는 단계. 공평한 사회를 위해 도덕율을 따르는 단계.
•6단계 - 보편적 도덕 가치를 위해 도덕율을 따르는 단계. 보편적인 도덕을 스스로 지키는 단계.
그의 이론에 따르면 10세 이전에는 거의 1~2단계인 인습이전수준에 속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가 가르쳐주고 제재하지 않으면 제멋대로 행동하고 단지 부모의 야단이 두렵거나 싫어서, 또는 선물을 받고 칭찬을 받으려고 하거나 자기 욕심과 이익만을 취하려고 한다. 이때 부모나 교사는 명확한 행동지침을 주고 일관되게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 이때 부모가 아이들을 "어려서 그래.. 철들면 다 알게 될 거야."라고 하고 공중도덕이나 질서를 가르치지 않거나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지 않는다면 그 아이는 다음 단계로 도덕이 발전하기 어렵게 된다.
도덕은 공부와도 연결된다.
어느 학습코치 전문가가 콜버그의 도덕발달단계를 아이 공부에 적용했다.(http://www.hani.co.kr/popups/print.hani?ksn=537069)
①엄마에게 혼나지 않으려고 공부한다.
②엄마에게 칭찬, 상을 받으려 공부한다.
③모든 사람에게 착한 사람,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공부한다.
④처음으로 양심과 가책 등을 느끼며 도덕을 지키고 스스로 공부한다.
⑤나와 세상을 위해 공부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⑥자신이 공부해서 세상에 기여하고 이런 삶이 가치 있다는 점을 자각한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나라 아이들은 공부의 이유가 도덕발단단계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어릴 때 어느 정도 부모가 학업에 관심을 보이고 아이를 격려하고 관여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면, 너무 오래 가면 안 된다.
아이들이 보다 높은 도덕적 동기를 가지고 공부할 때 공부가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선생님에게 칭찬받기 위해, 남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하는 공부가 아니라, 진정 나와 세상을 위해 하는 공부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몇 년 전 하버드대학 총장이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한국 학생들이 입학 때 모든 성적 점수는 높지만 진정한 삶의 동기, 세상에 대한 선한 목적과 연결된 공부의 목적이 없어서 중간에 좌절하고 낙오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리고 학교는 공부만 하는 아이, 공부를 위해서 공부하고, 가족과 자신만을 위해서 공부하는 학생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덕적 동기를 가진 아이는 공부가 힘들어도, 때로 좌절해도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그 공부는 아이에게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위 신문기사의 제목처럼 결국 "도덕적인 아이, 양심적인 아이가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