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새내기 화이팅!

샘연구소 2012. 6. 17. 10:49

며칠 전 일본에 있는 제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샘, 저 000에요"

"왠 일이냐? 한국 왔니?"

"아네요. 생일 축하드려요!"

"짜식. 모야~~~"  (오십대 아줌마가 사십대 남자한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ㅋㅋ)

"샘, 몇 살이에요?"

"얌마, 이제 맞먹어라~ 그래. 너랑 열살밖에 차이 안 난다. 어쩔래?"

"아네요. ... 건강하세요.."

"싱겁긴..."

...

"샘, 그 때 정말 감사했어요. 제가 아버지 돌아가시고 한참 방황할 때 절 붙잡아주셨어요."

"그래? 내가 뭘 어떻게 했니? 기억도 안 나는데.."

"매달 생일파티도 해주시고... "(어쩌고 저쩌고...)

 

그래. 그랬다. 그땐 정말 열정이 넘쳤다.

당당하고 폭력(적인 교사들)에 맞서게 비굴하지 않게 자기를 소중히 여기게 삶을 사랑하고 서로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나를 믿고 따라준 너희들이 고맙다. 그 덕에 내가 얼마나 행복했니.

혼자 옛날로 타임머신 타고 날아갈 뻔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말을 잇는다.

 

"야, 너보다 몇 곱절 더 힘든 애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넌 약과야. 교통사고 나고, 큰 홍수 나서 집이 물에 잠기고... " (어쩌고 저쩌고...)

 

...

 

페이스북 덕에 다시 만났으나 얼굴은 세월의 흔적을 걷어내느라 집중을 한 후에야 알아보았었다.

이제는 사회를 걱정하고 시대에 울분을 토하며 함께 삶을 격려하는 처지가 되었다.

 

 

"샘, 이만 끊을게요. 샘! 사랑해요."

 

 

이렇게 해서 연하의 남자에게서 '사랑해요'란 고백을 들었다.  ^^

짧지 않았던 교사생활, 학교사회복지사생활에 다시 찾는 제자가 별로 없는 걸 보면 난 그리 좋은 선생은 아니었나보다. 그래서 더 연락주는 제자들이 반갑고 고맙다. 

특히 이렇게 허점투성이었을 초년병시절 제자들이 연락해오면 전문성이나 경륜보다 순수한 마음과 곧은 의지가 더 통했나보다 싶기도 하다.  

 

 

얼마전 어느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간담회에 갔다가 올해 처음 시작한 학교의 교감선생님이 새내기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그 학교 지역사회교육전문가를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스럽게 칭찬하시는 것을 들었다.

내가 칭찬듣는 것처럼 얼굴이 상기되고 몸이 달아올랐다. 정말 기뻤다.  

 

그러니...

대학졸업하고 사회에 첫발 내디딘 학교사회복지사,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선생님들, 기죽지 마세요.

여러분의 맑고 순수한 마음이 소중합니다.

교육이 어쩌고 사회가 어쩌고 전문성이 어쩌고 하는 것 잘 모르는 덕에 오로지 아이들만 생각하고 더 겸손하게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은 바로 그런 순수한 사랑에 더 감동하는 것 같아요.

(저를 포함해서... ㅠ.ㅠ) 나이와 경험 많은 분들이 무시하는 것 같아도 염려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그분들을 닮기는 쉬워도 나이 들고 '든 것' 많은 사람이 다시 새내기처럼 '빈 그릇'이 되기는 힘드니까요.

 

새내기 선생님들, 화이팅!

 

 

 

 

나는 초년병시절, 담임반 아이들을 종종 내 집에 불러들여 같이 놀았다.

저 사진은 아마 198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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