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로 하면 '수업시간' 쯤 될까? 아니면 '교실'?
영화는 프랑스가 배경이다.
파리의 외곽지역인 제20구역의 '돌토'라는 중학교를 배경으로 했다고 한다.
파리는 모두 20개의 구로 나뉘여있는데 그 중 20구역은 가장 인구가 많고 넓이도 넓다.
(http://flickeflu.com/groups/71634654@N00#wrapper 구글에서 이 지역의 사진이 수백장 올라있는 싸이트를 발견했다.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 감상을...)
사회적 문제를 고발하는 영화를 많이 찍어온 로랑 캉테라는 감독은 아예 실제 소설의 원작자인 프랑수아 베고도라는 교사를 배우로 기용하고 학생과 교사들도 그 학교에서 신청을 받아 출연시켰다고 한다. 그러니 이 영화는 픽션이라기보다는 다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교실은 파리의 어느 거리처럼 얼굴색이 다양한 아이들로 가득차 있다.
아마도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집값이 싼 동네이리라. 미국 뉴욕의 할렘이나 캘리포니아주의 어느 빈곤지역 교실과 비슷하다.
아프리카계, 아랍계, 중국계 학생도 있다.
홍세화씨의 책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 이후 프랑스교육이 참 멋져보였고 우리교육에도 '톨레랑스'가 필요하며 폭력에 대해서는 절대 '노 톨레랑스'여야 한다고 했는데 막상 교실 장면은 뒤죽박죽이었다.
아이들은 산만하고 예의도 없다. 외모도 제각각에 껌을 질겅질겅씹고, 서로를 배려하는 것도 없고
도무지 공부를 하러 학교에 온 것인지 시간을 때우러 온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다.
그러고도 교사가 무어라고 하면 꼬박꼬박 대든다. 참 내...
주인공 프랑수아 선생님은 프랑스어, 우리식으로 하면 '국어' 선생님이다.
아이들은 단어도 제대로 모른다. 글을 제대로 읽고 쓰기도 싫어한다. 잘 못 한다. 거부하기도 한다.
선생님은 일일이 아이들과 따지기도 하고, 속상해서 공연히 의자를 발로 차서 넘어뜨리기도 한다.
자기를 소개하는 글을 써오라는 교사의 과제에 대해 어떤 아이가 "왜 내가 내 얘기를 노출해야 하나?"고 따지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아이들이 불법체류자도 있고 그래서 더 그럴 것이다. 또 밝히고 싶지 않은 가정사, 자신없고 혐오스런 자신에 대해 노출하기 싫을 수도 있고, 그저 밥먹고 학교오고 놀다가 자는 지루한 일상의 반복인데 무엇을 쓰랴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어떤 아이들은 글을 써오고 발표하고 들으면서 이를 계기로 아이들과 교사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학부모면담도 한다.
프랑스에 살지만 프랑스어를 못 하는 엄마, 아무 일 없는 듯 자녀얘기를 했지만 며칠 후 강제출국 당하게 된 엄마도 나온다.
부모들은 가난하고 이민자로 변두리인간으로 살지만 모두가 아들 딸이 잘 되기를 바란다.
학교에서 공부 잘 하고 교사에게 칭찬받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
아마도 소년원에서 출소한 듯한 아이도 들어온다. 눈빛이 심상치 않다. 교사는 말을 조심한다.
축구경기가 벌어지자 출신지에 따라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떤 학생은 우리 모두 '프랑스인'이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그리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 많은 아이들은 아직도 타지에 머무는 손님이나 '나그네' 같이 생각하는 것 같다.
학생들의 종합성적을 매기고 상벌을 결정하기 위한 교사회의에 늘 학생대표가 들어간다.
그런데 회의시간에도 이 녀석들 태도가 정말 눈 뜨고 못 봐주겠다. 두 여학생은 거의 누워있고 자기들끼리 속닥이고 낄낄대고 화장실을 드나든다. 그래도 교사들은 눈길만 줄 뿐 제지하지 않는다. 참...
그리고 회의 내용이 학생들에 의해 누설되면서 학생과 교사간에 갈등이 발생하고 결국 이것이 발단이 되어 술레이만이라는 학생이 교사와 다투다가 친구에게 상처도 입히고 교실을 박차고 나가는 바람에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 엄마는 아들이 "집안일도 잘 하고 접시도 깨끗이 닦고 착한 아들"이며 "아들 대신에 사과"할 테니 용서해달라고 빈다. 하지만 결국 학생은 퇴학조치.
그 과정에서 교사의 막말이 문제가 되기도 하고 학생은 어쩌면 아버지에 의해 아프리카로 쫓겨날지도 모르는 신세가 되지만 어쩌랴...
이 영화는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이나 결과를 제시하거나 바람직한 교사의 모습, 해피엔딩..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냥 날 것 그대로의 교실을 보여준다. 교사도 그리 뛰어나거나 '영웅'스럽지 않고 아이들도 감동해서 '개과천선'하거나 하지 않는다.
현실이다.
그런데 두고두고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라면 어떻게 할까?
내가 저기 있다면 어떻게 했을까?
나그네가 점점 많아지는 '글로벌' 시대.
어제는 다문화청소년 또는 이주배경청소년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할 멘토들을 교육하는 곳에 가서 강의를 하고 왔다.
이웃되기. 함께 있기.
서둘러 이해하려 하거나, 동화시키려 하기보다 담담히 천천히 해 나가야지...
어차피 우린 모두 지구별의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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