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자만들기'라고 하면 그저 '복근만들기'만 하면 되는 양 호도되고 있다.
남성성은 복근에 있지 않다!
남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소년이 남자가 된다.
그런데, 그 남자아이들이 남자가 되는 과정이 쉽지 않다.
만약 내가 '남학생' 즉 '소년'들이 사회적 소외 또는 취약계층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뜨아해하겠지?
그런데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남자 아이들이 소년으로 올바르게 대접받고 있는가?
교사의 대부분이 여자임은 모두가 안다.
2010년과 2011년 정부의 교육통계를 보면 유치원 선생님의 98%가 여자인데 아마도 원장님을 빼면 100%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린이집도 유사할 것이다. 초등학교에서는 76%, 중학교는 67%이다. 학교에 가보면 교장, 교감 선생님을 빼면 체육 선생님 한 분 정도만 남자인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에 가면 남자교사가 조금 많아진다.
유초중은 2011년, 고교는 2010년 | |||
총 계 |
계 |
551,326 |
|
여자 |
332,491 |
60% | |
유 치 원 |
계 |
38,662 |
|
여자 |
37,996 |
98% | |
초 등 학 교 |
계 |
180,623 |
|
여자 |
136,829 |
76% | |
중 학 교 |
계 |
110,658 |
|
여자 |
73,934 |
67% | |
일반고등학교 |
계 |
90,735 |
|
여자 |
41,462 |
46% | |
전문계고등학교 |
계 |
35,688 |
|
여자 |
14,593 |
41% | |
특 수 학 교 |
계 |
6,857 |
|
여자 |
4,631 |
68% |
아이들은 유치원부터 중학교 9년의 의무교육을 마치기까지 남자선생님을 만나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사춘기에 접어든 초등학교 고학생에서 중학생 무렵 남자와 여자의 특징이 다르게 발달하는 과정에서
남자아이들의 발달적 특징들이 종종 이해받지 못한다.
심지어 남학생들의 활동성은 종종 주의산만함과 공격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제지당한다.
또 현재의 교육과정이 점점 더 말하기와 쓰기, 팀작업 등에 의존하면서 남학생들보다는 여학생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학생회장 같은 리더십에서도 여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나마 학교에 한 두 명 있는 남자선생님들은 대개 학생부(생활지도부) 담당으로 본의 아니게 악역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남자의 균형된 롤 모델이 아닌 왜곡된 모습을 보게 된다. 아이들은 연예인이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진, 게임, 동영상 등을 통해 왜곡된 성인남자의 이미지에 더 세뇌되고 있다.
또 가정에서는 아버지들이 양육에 덜 참여한다. 빈곤할수록 더 그렇다. 엄마 혼자 아이를 기르는 경우도 더 많고 지역아동센터 선생님, 학교의 방과후교실 선생님들도 대부분 남자이니 또 더 그렇다.
게다가 학교는 시험과 성적이 더 강조되면서 점점 더 교실에 앉아 있기를 요구하고 바쁜 교사들은 더욱 아이들이 로보트처럼 시키는 대로 조용히 지내기를 바란다. 남자아이들은 폭발할 것 같다.
그래서 좀 비틀면 ADHD로 지목되어 정신과상담을 받으라는 조언과 함께 약을 먹기도 한다.
폭력 등으로 징게를 받는 소위 '문제아'도, 학습부진아도, 중도탈락자도 남학생들이 더 많아 보인다.
남자아이들은 이래저래 '남자애' 또는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소외되고 억압되며 부적절한 남성 롤모델을 학습하기 쉽다.
소년 남자는 억울하다.
그래서 이제 새로운 소외집단으로서 남학생들에게 주목했으면 한다.
첫째는 엄마와 교사들이 남자아이의 발달적 특징을 알고 수용할 수 있도록 공부하는 것이고, 적절하게 소통하며 남자로서 자신감과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과정에 그런 활동을 반영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더 특별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위해 더욱 친밀하고 강력한 성인과의 관계를 포함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남자아이들을 돕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1. XY-Zone
미국의 텍사수주 오스틴시에서 Communities in schools 라는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 남부의 유색인과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이곳에서 정부의 제도적 장치들이 다 커버하지 못하는 소외계층에 대한 민간 차원에서의 자조활동기관인데, 고등학교 남학생들을 위한 XY-Zone 이 있다.
여자의 성염색체가 XX, 남자가 XY인 것에서 따온 이 프로그램은 5개의 R : respect, responsibility, relationship, role modeling, reaching out 이라는 원칙 위에서 운영된다.
사진 출처: http://www.cisaustin.org/page-xy-zone.cfm)
운영체계는 이렇다.
우선 학교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케이스워커가 기본이다. 여기에 학생들이 주1회의 운동, 여행, 봉사활동과 같은 집단 프로그램을 한다.
케이스워커는 사회복지나 사회학, 심리학 등을 배운 활동가인데 CIS본부에서 매뉴얼을 가지고 직무를 지휘한다. 우리식으로 적용하면 학교에서 늘 아이들 곁에 있으며 평소의 생활을 알고 언제든 만날 수 있는 학교사회복지사나 학교상담사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케이스워커 caseworker를 비롯한 프로그램 활동지도자들은 거의 다 남자들이다.
아이들은 이것이 "단지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건 우정을 맺는 '관계' 프로그램이다."라고 말한다.
그동안 살아온 생각없는 follower 방식이 아니라 leader가 되는 것,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이끌어 가게 바뀌었다고 한다.
남자들끼리 자기들의 이야기도 나누고 공감하고 그들의 체력과 취향에 따라 활동하면서 세상과 타협하고 자신을 세우는 법을 익힌다.
프로그램 이후 중도탈락율이 크게 줄었고 아이들은 마약, 폭력, 무분별한 섹스 등과 관련된 부적응행동이 줄어들었다.
2. 남자로의 출발여행
호주 멜버른의 릴리데일아카데미를 비롯해서 30여개 지역에서 14~15세의 남학생들에게 '소년에서 남자로'라는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 EBS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것이다.
이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다른 이들과 잘 지낼 수 있는가? 무엇을 더 고려해야 하는가?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라는 4가지 질문을 가지고 여행을 한다. 사춘기의 치기스런 반항이 아니라 진정한 독립을 할 수 있도록 부모로부터의 자립을 일종의 '성인식'처럼 프로그램화 한 것이다. 부모 역시 아이들을 품 안에 끼고 도는 것이 아니라 혼자 서도록 내어보내는 마음의 전환기를 수용해야 한다. 또 소위 학교부적응학생을 대상으로 한 <나이토르 프로그램>이라는 것도 이런 남학생들의 발달에 대한 과학적 지식에 기반한 프로그램이다.
지난 5월 16일 EBS TV에서 방영된 '심리다큐 남자' 3부작의 마지막 프로그램이다.
"14살 남자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남자로서의 자신을 이해하고 삶을 계획하는 것"이라고 나이토르 프로그램의 기획자는 말한다.
위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첫째, 남자아이들을 모아서 하는 것이다. 남자만이 느끼는 연결됨, 유사성에 기반한다.
둘째, 롤모델이 될 수 있는 남자 지도자가 함께 한다.
셋째, 체험 중심으로 전인적 발달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넷째, 학교 내에 풀타임 사례관리자가 있거나, 가족의 참여를 동반한다.
다섯째, 지역사회의 다른 남자성인들이 관여하고 참여한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고, 특히 사춘기에 달리 발달하며, 가까이 있는 성인을 통해 닮아가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굳이 발달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모두가 알고 있다. 새삼스럽거나 놀라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모르는 것처럼 살고 있다. 부모로서도 교육자로서도.
이제 남자 아이들이 영원히 엄마품의 소년이 아닌, 당당한 남자로, 어른으로 성장하게 해주자.
지도자들은 남자 아이들이 스스로를 책임지는 멋진 남자가 되는 길을 합리적 근거 위에서 지원하자.
지금도 거친 남자아이들과 땀흘리고 팽팽한 긴장의 끈을 밀고 당기면서
상담하고 프로그램을 지도하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소년들이여, 부디 멋진 성인 남자가 되어다오!!!
(여자로서, 그리고 두 딸의 엄마로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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