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가족

샘연구소 2012. 7. 29. 12:48

아이들이 자라는 울타리이자 첫번째 배움터는 가정이고 가족이다.

'우리집', '우리엄마',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그 숱한 '우리'의 기초는 바로 가정이고 가족이어왔다.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나타낸 작가 오윤의 '천렵'

그림 출처: http://kids.hankooki.com/lpage/news/200905/kd20090525161446103230.htm

 

 

 

그런 가정이 제 기능을 못하면 아이들이 병든다. 그래서 증상을 내보인다.

교사들은 '문제아 뒤에는 문제부모(문제가정) 있다'고들 해왔다. 학교에서 공부를 못 하거나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들, 교사가 지도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살펴보면 가정에서 잘 보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나 역시 교사시절 그런 말을 많이 했다.

그러나 언젠가 깨닫게 되었다.

'내가 그 문제가정, 문제부모에게 해준 게 있나?' '그래도 그 부모는 아이와 저렇게 함께 살고 있는데,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또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점점 더 사회구조적으로 다시 회복하기 힘든 절망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업는 이들을 보면서 이제는 더이상' 문제아 뒤에는 문제부모 있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한기연의 <나는 더 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씨네21북스)라는 책에는 '사랑하지만 벗어나고 싶은 우리시대 가족의 심리학'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돌아갈 가정, 기댈 가족이 우리를 가장 아프고 힘들게 한다. 지긋지긋하게 떨어져나가지도 않으면서...

내가 만난 아이들 중에 가족으로부터, 부모로부터 떼어놓고 싶은 아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중엔 술만 먹는 아빠, 때리는 오빠, 돌보지 않고 끊임없이 괴롭히는 엄마를 버리지 못하고 악착같이 생명줄처럼 잡으려는 아이들이 많았다.

 

사실 이 책은 저자가 만났던 많은 이들이 고백한 가정사를 대신 들려주고 있다. 나는 좀 당황스러웠다. 약간의 설명이 있기는 했지만 인터뷰모음집도 아니고 남들이 이야기를 엮어낸 책을 저서라고 할 수 있나?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을 보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아마 대신 고백한 듯 후련한 느낌을 받는 독자들도 있으리라. 나만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낄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상정하는 '가정'과 일치하는 그런 이상적인 가정이 얼마나 있을까?

이혼율이 세계 최고라는 말을 들은지도 거의 5년이 넘은 것 같다.

 

이혼의 증가, 출산율의 저하, 고령화, 여성취업 증가, 노동분업화, 이동성의 증가 등은 가족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통계청의 가구 조사에 의하면 1인가구(혼자 사는 사람/23.9%)가 4인가구(흔히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가정/22.5%) 비율을 넘어섰다.

우리는 보통 가족 그림을 그리라면 엄마, 아빠, 아들, 딸을 그리고 홍보포스터를 봐도 대개 그런 화목한 모습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현실의 '일부'에 지나지 않게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 출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4/26/2012042602989.html

 

 

 

위 그래프에 나타난 것과 같이 2010년 기준으로는 '부부+자녀' 가구가 37.0%로 가장 많고 1인 가구(23.9%), 부부 가구(15.4%) 등의 순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점점 출산이 줄고, 노인이 오래 살게 되면서 2035년엔 노인이 대다수인 1인 가구(34.3%)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부부 가구(22.7%), '부부+자녀' 가구(20.3%) 등이 뒤를 이을 전망이다.

 

학교에서도 보면 많은 곳은 약 1/3이 한부모가정이거나 조손가정이다. 굳이 '결손가정'이란 이름을 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그런 가족구성이 '정상가정'화 되고 있다.

자녀는 - 가난할수록 - 부모를 떠나 고시원이나 원룸에서 혼자 산다. 부모는 손자를 돌보지 않고 부부가 같이 또는 따로 늙어간다. 가난할수록 자녀와 관계가 빨리 끊어진다. 그래서 인구가 빽빽한 이 서울에 모두가 혼자 창밖의 달을 보며 SNS로, 인터넷으로만 소통한다. 아니, 소통을 못 한다...

 

나는 이 변화가 커다란 사회적 변화의 한 일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의 변화가 그랬듯, 핵가족(부부+자녀)에서 1인가구사회로의 변화는 단지 사회적 구성과 인간관계뿐 아니라, 경제, 정치, 시장상품, 문화, 교육, 사회정책, 보건의료 등 모든 부분에서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교육복지사업을 생각한다.

물론 이제 '000 어머님께'라는 가정통신문을 포기한 지 오래되었다.

이제는 지금껏 가난한 한부모가정 아이들을 특별하게 골라내서 지원하는 교육복지사업을 '보편적 교육복지'로 바꾸어야 한다. 아니, 바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굳이 한부모아이들, 가난한 아이를 가르는데 드는 수고와 인력, 행정비용과 그로 인한 자존심의 훼손(낙인감) 등 시대적 후진성이 그냥 전체 아이들에게 주는 것보다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이 앞당겨지길 바란다. 그리고 실무자들은 그날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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