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청소년의 사랑

샘연구소 2012. 7. 29. 21:13

멀리 마산의 공립 대안고등학교인 '태봉고등학교'에서 소식지 <담쟁이>가 날아왔다.

이번 주제는 '사랑'이다.

좀 특별한 학교인 이 학교에서 내는 소식지에는 어떤 사랑이야기가 들어있을까 궁금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기숙사를 지닌 남여공학 고등학교들에서 '연애'가 중요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시골 대안학교들은 아이들의 연애를 막을 재간이 없었다.

학생 생활규칙에 '연애금지'를 넣어보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이곳 저곳에서 연애질을 했다. 빈 교실, 빈 방에 둘이서 꼭 끌어안고 있다가 친구나 교사에게 들키기도 하고 으슥한 숲 속에서 둘만의 시간을 얼마든지 가질 수도 있었다.

그냥 풋풋한 고등학생들의 '사랑'이 아니라 어른들처럼 진짜 사랑을 했다.  

그러니 규칙은 참으로 무색할 뿐이었다.

 

시골 뿐이랴.

아이들은 이제 그냥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다. 진짜 사랑을 마음과 몸으로 고민하고 실습하고 있다.

당연한 것이다.

 

역시나...

이번 소식지를 읽으면서 청소년들의 솔직한 사랑 이야기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쓴 이성간 사랑에 대한 생각과 주장, 경험 이야기, 가족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 선생님의 결혼과 사랑이야기, 사랑받지 못한 가족사의 상처 등이 실렸다.

 

아이들은 참으로 똑똑하다. 명쾌하다.

그러면서도 흐릿하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하다.

사랑을 원하기도 하고 원하지 않기도 한다.

사랑과 섹스를 비교한 글은 가장 흥미로웠다.

 

<'Just Sex'의 역사와 가치관에 대해서>란 글을 보면 필자는 이렇게 말한다.

 

-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들어가있는 수영장이 있다고 치자. 이 널은 수영장에서 자유형만 하란 법은 없다!"

   즉, 개헤엄을 하든 무엇을 하든 자유라는 것이다. 사랑도 섹스도, 둘이 하든 셋이 하든, 동성교제를 하든 남에게 피해를 주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것이다. 자유형이든 배영이나 개헤엄이든 다양한 사람들이 하는 수영의 유형 중 하나라는 것이다.

- "이중인격자 되기 있기? 없기?"

  자기는 자유연애와 섹스를 원하면서 결혼 상대자는 순결을 원하는 그런 친구를 '이중인격자'라고 지적하는 말이었다. 그래도 무언가 원칙이 있구나...

- "시스루가 대세다. 살짝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요즘 시스루 룩이 대세인 것처럼, 살짝 보여주잔다. 자기 내면도 보여주지만 19금도 그렇게 제한할 필요가 있는가고 한다. 사실 19금 영상물에 나오는 성적 행위들보다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만화, 소설, 게임, 뮤직비디오, 영화 등의 폭력이나 혐오스러운 면들이 더 심각하지 않는가고 말한다. 오호...

-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섹스는 섹스고 사랑은 사랑이로다."

  성철스님의 말씀을 빗대어 이 말로 글을 마치고 있었다. 다양함으로 사랑을 보고 섹스를 논하자고 한다.

 

그런데

세상은 어떤가?

사람들은 이제 마음대로 다가가지도 못하고 가슴 두근거리며 바라보기만 하는 첫사랑의 경험도 제대로 해보지 못 한 채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되어서도 공부하랴 알바하랴 스펙관리하랴 제대로 된 연애를 못 한 채 어른 아닌 어른으로 나이를 먹어간다.

사랑을 할 시간도 없다고 하지만 사랑을 해도 만나거나 사랑을 나누거나 결혼할 엄두도 못 낸다고도 한다.

또 막상 연애를 하려고 하니 자신이 없고 마음만 다급하다. 왜 나는 TV처럼, 케이블 방송에서처럼 안 되는지...

 

그래서 연애학원, 연애코칭 인터넷 상품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소위 '픽업아티스트'라는 신종 학원이 그것이다. 적지 않은 남자들이 여기서 '여자 꼬시는 기술'을 배워서 실습도 하고 성공도 하는데 대다수가 진정한 사랑과는 거리가 먼 육체적 접촉을 무슨 '성공'이나 '성취'인 것처럼 여기고 있는 듯 하다.

여성들에겐 바짝 긴장해야할 대목이다. 거리에서 클럽에서 전철에서 호의적으로 다가오는 멋진 남성들이 그저 얄팍한 동물적 욕심으로 여자를 '갖고 노는' 사람일 수 있다면!...

(<시사IN> 254호, 2012년 7월 28일자에 자세한 기사가 실렸음. 인터넷엔 안 뜨니 궁금한 분들은 사서 읽어보시길...)

 

픽업아티스트 수강생이 거리에서 여성 헌팅 실연을 해보이는 장면

사진출처: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42933&yy=2012

 

 

그런 걸 보면 태봉고 아이들은 아마 그런 '픽업아티스트 학원'에 가지 않고도 제대로 된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화이팅.

 

<담쟁이>지 앞쪽에 사랑에 대한 마르크스의 글이 실렸다.

이 부분은 에리히 프롬도 <에리히 프롬, 마르크스를 말하다>(아래의 책)와 <Art of Loving>에서 그대로 인용하는 부분이다.

나 역시 밑줄 쳐 놓았다. 그리고 내 사랑에 대하여 늘 비추어보고 있다. 우리 모두 사랑할 수 있기를, 사랑 받을 수 있기를....

 

 

인간을 인간으로서, 세계에 대한 인간의 관계를 인간적 관계라고 전제한다면 그대는 사랑을 사랑과만, 신뢰를 신뢰와만 등으로 교환할 수 있다. 그대가 예술을 향유하고자 한다면 그대는 예술적인 교양을 갖춘 인간이어야만 한다. 그대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그대는 현실적으로 고무하고 장려하면서 다른 사람에에 영향을 끼치는 인간이어야만 한다. 인간에 대한 - 그리고 자연에 대한 - 그대의 모든 관계는 그대의 의지의 대상에 상응하는, 그대의 현실적, 개인적 삶의 특정한 표출이어야 한다. 그대가 사랑을 하면서 되돌아오는 사랑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다시 말해서 사랑으로서의 그대의 사랑이 되돌아오는 사랑을 생산하지 못한다면, 그대가 사랑하는 인간으로서의 그대의 생활 표현을 통해서 그대를 사랑받는 인간으로서 만들지 못한다면 그대의 사랑은 무력한 것이요, 하나의 붏행이다.

 

- 마르스크, <경제학 철학 수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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