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랄 무렵 부모님은 못 먹고 못 입어도 돈 아껴서 자식 공부시킨다고 했다.
소팔고 집팔아서 학비 대주면 그 자식이 대학나와 일자리 얻고 부모에게 효도한다고 했다.
수입이 줄면 이것 저것 제하고 포기하고 맨 마지막에 포기하는 것이 자식 학비였고,
수입이 늘면 제일 먼저 해주고 싶은 것이 자식 공부 뒷바라지였다.
1990년대쯤에는 아들은 구루마 태우고 딸은 비행기 태워준다고 했다. 딸 덕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분들이 많았다.
열심히 키운 아들은 결혼하면 며느리의 남자, 장모님의 사위이다가 망하고 병 얻고 빚 얻으면 내 아들이 되어 품으로 돌아온다고도 했다.
2000년 전후해서 동네 할머니들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공부 안 하고 못 시킨 자식이 제일 효도한다."
공부 잘 해서 도시 보내고, 더 잘 해서 유학간 아들은 미국서 돌아오지도 않고 며느리는 궁상맞다고 시댁에도 안 오고 시어머니도 안 본단다.
그런데 공부 못 해서 또는 형부터 시키느라 못 시킨 작은 아들이 공고 나와서 부모 모시고 산다고.
지금은 어떤가?
자식 사랑하는 마음이야 전보다 못할 리 없겠지만 자식교육이 집팔고 소팔아서 시킬만한 것 같지는 않다.
2011년 초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아이 한 명을 대학까지 보내는데 드는 양육비가 무려 2억 6,200만원으로 나왔다.
헐...2억... 이게 무슨 옆집 강아지 밥 먹다가 기절할 소린가...
그림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1032136065&code=940601
각 시기별 양육비를 합하면 총 2억이 넘는다.
거의 95%내외의 취학률을 보이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시절만을 합해도 1억7천여만원이 된다.
연구자인 보건사회연구원은 사교육비를 포함한 교육비가 차지하는 항목이 클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자료가 2009년 조사자료를 근거로 처리한 것이니 2012년인 지금은 아마 더 증가하지 않았을까?
집을 팔고 소를 팔고 안 입고 안 써서 2억 가까운 돈을 20년동안 투자하면 과연 이자를 붙여서 회수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런 양육비는 경제사회적 계층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http://itviewpoint.com/221447 서명덕 기자의 블로그에 자료가 많이 있으니 공부하실 분은 읽어보세요)
경제학자들의 계산을 보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대학만 봐도 대학 다니면서 드는 비용이 약 6800만원이 넘는데 이것은 부모가 내 주지 않으면 고스란히 빚이 된다. 그래서 많은 대학생이 졸업과 동시에 5천만원 이상의 채무자가 되고, 대학 재학시에도 아르바이트로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대학 등록금과 교통비, 식비, 타지방 체류시 주거비, 그리고 문화비와 건강관리비 까지 하면 아마 6800만원이 아니라 1억은 족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얼만큼 벌면서 몇 년 일하면 본전을 찾을 수 있을까?
졸업후 취직을 해서 악착같이 아껴쓰면서 한달에 1백만원씩 저축을 한다고 치자. 그럼, 1년이면 1200만원, 5년이면 6천만원이 된다. 빚 다 갚는 것이다.
아차! 그런데 계산이 틀렸다.
요즘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안 된다. 어느 통계를 보니 졸업생의 30%도 취직이 안 된단다. 그나마 평균을 내면 88만원짜리라고?
이거 뭐 1백만원씩 저축은 커녕 목구멍에 풀칠하기도 힘든 것 아니야?
...
그러는 동안 대학다니느라 진 빚은 점점 이자를 불리면서 덩치를 키워가겠지...
최근 정부가 발표한 OECD 국가들의 실업률 통계비교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G20 나라들 중에서 가장 양호한 편이다.
<주요국가 실업률 비교>(2012년 5월 통계청 자료 재구성)
|
한국 |
스페인 |
프랑스 |
독일 |
일본 |
미국 |
호주 |
실업률 |
3.1 |
24.7 |
9.7 |
5.2 |
4.8 |
7.9 |
5.2 |
청년실업률 |
8.0 |
53.1 |
21.7 |
8.1 |
9.9 |
16.3 |
11.8 |
*나라마다 '청년'에 대한 나이대는 몇 년씩 차이가 있기도 하다.
우선 위 통계에서 '청년 실업률' 중에 학생(대학생), 군인 등은 취업자료 계산했다고 한다. 흐흐...
기재부는 우리나라가 금융 위기 이후 경기를 재빨리 회복하고 있고 고용정책으로 실업률이 낮아지고 고용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체감 실업률은 그렇지 않다.
사실 지금 50대 어르신들이 참 좋은 세상을 살았다.
'공부가 제일 쉬운' 시대라서 가정배경 아랑곳않고 학교공부만 열심히 해도 대학 갈 수 있었고 졸업하면 '정년보장' 일자리들도 많았고, 게다가 요즘 퇴직금 받고 일자리 나와서 자영업들 벌여서 새롭게 '고용율' 증가에 한 몫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벌이는 일자리도 노인층, 비정규직 중심이고 늘어나는 일자리도 서비스업, 여성 중심의 비정규직이 많다보니 고용율의 내막은 참으로 부실하다.
공부만 해서 대학만 가면 다 된다는 어른들 말씀, 이제 졸업하고 빚쟁이에 실업자 된 청춘들...
이래저래 청년은 고달프기만 하다.
(그림출처: 한국경제신문)
고교졸업자의 70%가 진학하는 대학,
과연 투자인가, 투기인가?
아니,
이렇게 비싼 교육비, 우리 모두 그냥 꾹 참고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