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사회사업을 비롯한 사회복지 실천은 '생태체계적 관점'을 기반으로 한다.
즉, 인간은 환경 속의 존재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취하고 만족시켜서 살아간다. 그러는 관계 속에서 타고난 기질과 결합된 ‘성격’이 형성되고 그것은 일정한 사고의 방향이나 행동특성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아동의 사고나 행동을 이해하고 변화시기고자 한다면 아동의 타고난 기질, 특성 외에도 지금까지의 살아온 환경과 지금 처해있는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나아가 이러한 생태체계적 관점은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 발달하기 위해서는 아동 개인의 노력과 개인에 대한 개입만으로 부족하며 불가피하게 환경체계와의 협력 또는 환경체계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함을 말한다.
그래서 학교사회복지의 미션은 현재 주변인과 본인이 불편함을 느끼며 개선하기 바라는 아동의 행동문제(학습부진이나 문제행동, 정서심리적 문제 등)를 변화시키는 동시에 아동의 건강한 성장발달을 저해하는 환경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내면의 햄을 길러주어 현재와 미래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학교사회복지실천의 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에서의 교육복지사 또는 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이나 위스타트사업 등에서 양육기능이 취약한 빈곤, 결손가정의 아동의 복지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합적 관점에서 조정하는 '사례관리'를 하고 있다.
종종 사례관리 보고서에는 가계도와 함께 개입 전과 후의 생태도를 올려둔다. 아래와 같은 경우를 보자.
<개입 전> <개입 후>
이렇게 생태도로 표시하면 개입 전 아동에게 빈곤하던 환경체계가 풍요로워졌고 많은 기관과 인력이 아이를 돌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부기관 연계로 당장 교사나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해결할 시간도 없고 능력도 없는 곤란한 문제를 다른 이들과 함께 다룰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아이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변화를 보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에게 가장 중요하고 공기와 같이 호흡하는 부모, 교사와의 관계가 변하지 않는다면 이런 여러 사람은 그저 아이를 '건드리고' 지나가거나 '주무르다' 말 수도 있다.
오늘 생태체계적 관점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이런 고민을 해보았다.
무조건 문어발처럼 생태도에 추가할 수 있는 기관, 사람들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 아이에게 미치는 관계들을 집중해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태체계적 관점이라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환경체계와의 상호작용의 질을 분석하거나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 아이를 여러 기관과 사람들에게 노출시키는 것은 옳은가 하는 반성이다. 아무리 그들이 전문기관이라고 해도 말이다.
가정, 학교의 하위체계들, 즉, 가족 구성원들이나 학교 내 교사, 친구들과의 관계의 양과 질을 분석하는 것이 첫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즉, 아이에게 가장 중요하고 유의미한 타자와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바꾸거나 강화하는 일을 빠뜨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첫째, 엄마와 아이의 관계 증진이다. 엄마가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둘 사이의 소통에 다리역할을 해주는 것, 엄마와 아이의 상호작용의 패턴을 바꾸는 것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상담, 교육, 공연관람이나 여행, 캠프와 같은 동반 체험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둘째로는 (담임)교사와 아이의 관계 개선이다. 담임교사가 아이에게 계속 부정적인 신호를 보낸다면 그것을 먼저 바꾸어야 한다. 만약 담임교사보다 아이가 복지사나 상담사에게 더 친밀감과 신뢰를 느낀다면 그와의 상호작용을 밀도있게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에게 아이를 이해시키기, 설명하기, 정보를 제공하기, 두 사람 사이에 상담, 여행, 문화체험, 운동, 봉사활동, 가정방문, 작업하기(요리, 사진찍기)와 같은 기회를 통해 친밀해질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교사가 학생의 장점을 발견하고 칭찬할 수 있게 하는 일, 또 학생이 교사에게 작은 감사의 표현, 메시지 전하기 등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아이에게 일차적으로 안전하다는 느낌, 가정과 학급(학교)에 소속되어 있다는 소속감, 그리고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먼저 필요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아이의 문제행동의 깊은 원인과 작용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전문가의 도움을 추가로 연결해야 할 것이다.
위 가계생태도를 보면 12세의 남학생인 아동이 문제행동을 하는데 엄마와 아빠 사이의 소원한 관계 또는 불화, 그리고 아빠가 맏아들인 자신에게 긍정적 양육자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이 보인다.
이럴 때 아이가 산만하다고 해서 상담센터로 보내고, 정신과에 보내기보다 적극적인 부모상담과 교육, 가족 화해를 위한 프로그램, 가족 치료와 같은 개입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동에게 치료적인 개입을 하고 아이의 기본적인 욕구들을 해소할 수 있도록 좋은 친구나 지지적인 교사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동생들과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간의 '관계' 뿐 아니라 가족의 삶을 규제하는 물리적 조건, 바쁘고 경쟁적인 학교교육 환경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안다. 그래서 지전가들도 정치경제 등 사회전반에 대해 관심을 갖고 뉴스기사도 스크랩하고 시사 잡지도 보고, 책을 읽으며 공부도 해야 한다. 또, 정책에 대한 비판과 제언, 교육감이나 대통령 선거 시 정치적 행동으로의 적극적 표현 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현재 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이 대개 이런 일을 차분히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래도 3년차쯤 되면 조금씩 시도해볼 만 할 것이다.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