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기초조사

샘연구소 2012. 8. 6. 15:31

교육복지사업이든 학교사회복지사업이든 사업을 출발하면서 기초조사는 반드시 해야한다.

교육복지사업의 경우 그동안 교과부나 지방정부의 계획에 따라 지정이 되면 사업을 출발해야하므로 자기네 동네에 대한 기초조사에 근거하기보다 타지역의 사업계획안이나 보고서를 보고 '벤치마킹'해서 즉, 베껴서 일단 하고 보는 식으로 한 곳도 많다.

내 아이들의 현황이나 욕구도 알아보지 않고 그냥 다른 학교에서 했던 그럴 듯한 프로그램을 학습영역, 문화영역, 심리정서영역, 보건복지영역별로 계획세우고 나중에 아이들을 끼워맞추기 식으로 모아서 부르는 것이다...

이건 아니다. 그래서 사업시작한 지 1, 2년이 되었더라도 이런 기초조사를 해두는 것이 좋겠다.

 

그런데 기존의 교육복지사업 기관에서 해놓은 욕구조사보고서를 보면 복잡하고 어렵고 양이 많아서 읽을 수가 없다.

대개 모 대학의 연구팀이 위탁받아서 수백개의 질문지를 분석하여 2백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로 제출된 곳들이 많으니 그렇다.

질문이 많고, 보고서가 두꺼우니 내용도 많기는 할 것이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그런 보고서가 그리 활용도가 높지 않다.

한 번 보고회에서 듣고나면 책꽂이에 꽂히고 그 이후론 빛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래서 간편하게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기초조사, 욕구조사의 틀이 무엇일까 생각한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이나 학교사회복지사업에서 우선 관심을 두어야 할 학생들은 아무래도 빈곤이나 부모의 양육기능이 부족해서 자라나는 과정에 충분한 관심과 사랑, 접촉과 상호작용이나 문화, 교육적 자극이 부족한 학생들을 도와주고자 한다.

가난하다고 다 똑같은 욕구를 가진 것이 아니며 유사한 문제행동을 보이더라도 원인이 다르고, 개인별 능력과 적성이 다르기 때문에 개입방법이나 내용도 달라야 하는데 기본적인 욕구조사가 자료가 된다.

 

욕구를 알기 위한 설문을 만들 때에는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이론을 비롯하여 몇몇 학자들의 욕구에 대한 정의에 기초하되, 그 골격은 대개 아래의 표로 집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우수명, <사회복지 욕구 다시보기>, 인간과 복지, 2010 추천)

욕구조사의 방법으로는 ① 직접 조사방법 (사회조사, 델파이 방법, 관찰법, 심층면접, 공개토론회, 직접 경험법 등), ② 사례조사(프로그램 운영자 조사, 주요 정보제공자 조사, 서비스 통계 이용 등), ③ 간접조사(사회지표 분석, 행정자료 조사, 비활동자료 분석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사실 욕구를 묻는 것은 쉽지 않다. 또 대답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욕구 이전에 문제나 고민, 불만을 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 머리에 생각나는대로 조사해야할 항목들을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여건 조사>
- 학교의 기초정보 : 학급수, 학년별 학생수, 남녀성비, 학생수 추이, 교직원 수, 물리적 환경

- 학생과 가족: 가정의 경제적 수준, 가족구성, 신체/정신 건강, 학습성취도

- 학생생활: 방과후 생활, 이용자원 목록, 주요 대인관계의 수, 대인관계 만족도

- 교사: 학생에 대한 불만과 욕구, 자신에 대한 평가, 능력(상담 등)

- 학교 내 저소득층, 문제학생 지원 사업/프로그램에 대한 조사(이름, 예산, 대상, 내용)

- 교사와 학생의 인권복지 인식 및 상호 관계의 질

- 학생의 학교/수업만족도

- 지역정보 : 주요 기관 소재, 지역의 특징(기관방문 소감, 인터뷰), 유관기관의 프로그램과 서비스 들

 

이처럼 기초조사를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

기초조사, 특히 설문조사를 하면

첫째, 관계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이 사업 출발을 알리는 홍보가 된다.

둘째, 합리적인 근거에 따라 우리 학교 사업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셋째, 학교 안팎의 유관사업들과의 중복과 사각지대를 예방할 수 있다.
뭐 입증된 것은 아니고 내가 생각하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좀 삐딱이...

그래서 늘 하는 설문 질문말고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은 어떨까? 제안한다.

(1) 우리학교가 어떻게 되면 좋겠습니까? 행복한 학교란(안전하고 즐거운 학교)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합니까?

(2) 그에 비할 때 지금 우리학교는 몇 점 쯤 됩니까? 무엇이 더 필요하고, 무엇이 줄어야할까요?

(3) 누가, 무엇을 더(덜)하면 우리학교가 더 좋아질까요?

(4) 행복한 우리 학교,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려면 <나>는 무엇을 더(덜) 해야할까요?

(5) 친구들 중에 '걱정된다. 문제가 있다,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나요? 왜 그런가요?

(6) 학교나 가정생활, 우리 동네에 대해서 불만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7) 내가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고 당당해지는데 가족이나 학교, 마을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8) 우리학교 선생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 마디 한다면?

(9)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고마운 사람은 누구입니까? 3명만 차례로 써보세요.

(10) 집이 가난하거나 부모님 중 한 분이 안 계신 친구들하고도 사이좋게 지내나요? 아니라면 왜 그런가요?

 

피상적 욕구가 아닌 진정한 욕구와 공동체적인 해결을 지향하는 질문을 구상하려니 이렇게 나왔다. 

 

일을 기획하는데 실질적인 자료도 되고 아이들의 관심과 참여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학생들이 객관식에 익숙해있어서 이 설문지 받으면 머리에 쥐좀 나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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