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안 보셨나요?
조용히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던 뮤지컬 '빨래'가 일본에서도 공연을 하고 있다. 벌써 오사카와 도쿄 등에서 4번의 공연을 했단다.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들도 대학로에서 이 연극을 본다고 한다.
뮤지컬 <빨래>는
사실 제작자인 '추민주' 감독과의 인연 때문에 두 번이나 보았다.
출처: 명랑씨어터 수박 홈페이지
그녀는 내가 중학교에서 학교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아이들 여럿을 데리고 일종의 몸놀이와 음악극을 겸한 프로그램을 해주었다.
아이들은 연습한 음악극으로 학교축제와 동네 복지관, 노인시설, 모자원 등에서 공연하면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게 성장했었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이르지 않은 나이에 새롭게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연극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것 같았다.
멋졌다. 그녀의 깊은 내공과 매력적인 성격에 반했었다.
특히 <빨래>는 볼 때마다 감동이었다.
나만 좋아한 것은 아니다.
2005년 제11회 한국뮤지컬 대상 작사/극본상 수상 및 최우수작품 노미네이트, 2008년 외신기자상, 2010년 제4회 더뮤지컬어워즈 극본/작사/작곡상 수상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고 최근에는 대교출판사 <중학교 국어 3-1>과 창비출판사의 <고등학교 문학1>에 <빨래> 대본의 일부가 등재되어 소위 교과서에 실린 뮤지컬이 되었다.
<빨래>는 우리 서민들의 이야기이다.
교육복지사업의 당사자들의 이야기이다.
<빨래> 제작사인 '명랑씨어터 수박'에 소개된 스토리를 옮겨보면 이렇다.(http://www.mtsoobak.com)
빨래 이야기 1
강원도 아가씨 나영과 몽골청년 솔롱고의 빨래 이야기
서울, 하늘과 맞닿은 어느 작은 동네로 이사 온 스물 일곱 나영은
고향 강원도를 떠나 서울의 한 서점에서 근무하는 소위 '비정규직'이다.
‘나영’은 빨래를 널러 올라간 옥상에서 이웃집 청년 ‘솔롱고’를 만난다.
어색한 인사로 시작된 둘의 만남은 바람에 날려 넘어간 빨래로 인해 조금씩 가까워지고
서로의 순수한 모습을 발견하며 한걸음씩 다가간다.
빨래 이야기 2
서울살이 45년 ‘주인할매’의 빨래 이야기
나영이와 희정엄마가 살고있는 집 주인 욕쟁이 할매.
세탁기 살 돈이 아까워서 찬물에 빨래하고 박스종이를 주워 나르며 억척스레 살지만
오늘도 빨랫줄에 널린 아픈 딸(장애로 거동하지 못한다)의 기저귀를 보며 한숨을 쉰다.
빨래 이야기 3
애교많고 사랑스러운 ‘희정엄마’와 ‘구씨’ 이야기
한 눈에 나영이의 속옷사이즈를 정확히 알아 맞히는 이웃집 여자
동대문에서 속옷장사를 하는 입담좋고 명랑한 ‘돌아온 싱글’인 희정엄마.
애인 구씨와의 매일 같은 싸움에 몸서리를 치지만,
오늘도 ‘구씨’의 속옷을 빨래하며 고민을 털어낸다.
우리 이웃들의 빨래 이야기
사장 눈치보는 직장인, 외상값 손님에 속 썩는 슈퍼 아저씨
순대 속처럼 미어터지는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님 등
오늘을 살아가는 소시민의 정겨운 인생살이가 빨래와 함께 그려진다.
(빨래의 제작사 홈페이지 <명랑시어터 수박> http://www.mtsoobak.com을 참조하였습니다.)
뮤지컬 <빨래> 공연이 8년째 흥행을 이루고 12월이면 2천회 공연을 기록하게 될 거라고 한다.
비정규직, 장애아를 자식으로 둔 엄마, 시장 소상인, 노동자, 이주민 등.
우리 이웃이자 우리 자신이 아닌가.
가난한 동네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하면 왠지 무질서하고 더럽고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비전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면
뮤지컬 <빨래>를 통해서 발견하기 바란다.
가난한 동네에서도 인정이 있고 가치와 규범, 질서, 신뢰와 배려가 있다.
한숨과 눈물 속에서도 억척스레 살아가는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다.
노래도 아름답고 대사도 감동적이다.
이 가을, 모두에게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