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나이를 속이고 성매매를 하다가 발각되어 강제로 귀가조치된 소녀를 상담한 적이 있다.
외모로 보면 큰 체구, 진한 화장이 20대 여성같다. 자세히 보면 피부가 뽀송뽀송하니 영락없는 10대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엄마가 인터넷 채팅을 하다가 결국 가출을 해버렸다. 새 남자가 생겼다고 했다.
아빠는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성실한 가장이었다. 중학생이던 언니는 열심히 공부하며 살림도 돌보는 모범생이다.
둘째는 마침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방황했다. 중학교 2학년 때 결국 가출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집을 찾아가 아빠와 언니, 본인과 둘러앉았다. 조금 이야기 하니 거칠고 버릇없는 듯 하던 아이가 눈물을 훔친다.
그리고 몇 번 더 만났다. 아이는 요리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손톱은 길고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밝아졌고 나와 농담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그리고 내 임무가 끝나서 우린 헤어졌고 궁금하지만 나도 '오지랖'을 관리하느라 굳이 연락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
잘 지낼까? ...
아이들이 부모님의 불화나 가족갈등을 만났을 때 학교나 친척, 마을의 학원이나 교회 등 자기를 품어주고 속상한 것을 적절히 해소할만한 공동체가 없다면 집을 나설 결심을 하게 된다. 광고카피처럼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일단 의식주가 불편하다. 돈이 필요하다.
한동안 경찰과 상담소는 이런 아이들을 상담하고 집으로 돌아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나온 지 한 달만에 돌아갈 집이 없어지기도 하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기도 하며 돌아가봐야 괴롭다면 굳이 '귀가조치'가 그리 좋은 대안도 아니다.
아이들은 밖에서 살 궁리를 해야한다.
그리고 여자 아이들은 너무 쉽게 돈을 번다. 그게 세상이다.
최근 한겨레신문이 기획연재로 10대 성매매를 다루었다.
기획연재 ‘거리의 아이들이 운다’
사회면 2012.09.19 , http://www.hani.co.kr/arti/SERIES/426/553387.html
- 10대 성매매 한국만 ‘거래’로 본다
- 강제로 한 일이 생계수단으로…“나를 사겠다는 어른들 넘쳐”
- “재워준다고 해 갔더니 성폭행”…병 얻어도 돈 없어 방치
- 갈 곳 없어 찾아간 가출팸서 대장 오빠 “할 일이 있는데…”
- 가출 소녀 56%가 ‘빈곤가정’…15%가 학대수준 폭력 겪어
사실 처음부터 성매매를 하려고 가출하는 아이는 없다. 첫 가출 때 성매매를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대개 생계를 위한 수단을 찾다가 마지막으로 성매매를 선택하게 된다.
법은 이런 조건을 모르는 듯이 ‘너희들이 선택한 것’이라고 성매매 10대 소녀들을 몰아붙인다.
내가 만났던 또 한 소녀의 일이 생각난다. 중3.
대학생 오빠와 채팅을 하다가 지방에 사는 오빠의 자취방을 찾아가서 '만리장성'을 쌓고 돌아왔다.
이런 저런 과정 끝에 내가 알게 되어 그 오빠를 불러냈다. 그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다가 결국 사라졌다.
신고를 하려고 하였으나 경찰에서는 입건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중3이면 자기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 미성년자성폭력범죄 피해자로 해당되지 않는단다. 미치고 자빠질 일이다.
철없고 집에서 외롭고 호기심 가득한 꿈에 부푼 소녀는 그렇게 첫경험을 간직하게 되었다.
아무리 13살이 넘었더라도, 돈을 벌기 위해 알고 한 일이라도 청소년 성매매는 아동학대이다.
집을 나온 여자 아이들은 금세 ‘성인 남자-남자 청소년-여자 청소년’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에 포획된다.
그리고 스스로 자책하기도 하고 일부는 그렇게 돈 버는 일에 익숙해진다.
10대 청소년들의 가출 사유가 모두 같지는 않다. 그러나 아이들의 공통된 호소는 “거리가 집보다 낫다”는 것이다.
올해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가출 10대 소녀 가운데 다수가 빈곤 가정의 아이들이다. 조사 대상 청소년 175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6%가 자신의 가정이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난으로 자존감이 무너진 부모는 가족간 소통에서 심각한 잘못을 저지른다.
가출한 10대 소녀들에게 부모의 상황을 물은 결과, 20.9%는 부모가 서로 불화를 겪었고 17.9%는 부모의 심각한 간섭에 시달렸다. 15.2%는 부모로부터 학대 수준의 폭력을 겪었고, 11.2%는 부모의 무관심 속에 방치됐다. 이들 부모의 7%는 알코올 중독, 4%는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가출 소녀 가운데 일부는 친족에 의한 성폭행도 경험했다.
처음 가출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조사 대상자 175명 가운데 8.5%인 14명이 “가족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해서”라고 답했다.
(http://www.hani.co.kr/arti/SERIES/426/552438.html)
가난 -> 부모의 불화와 가정 폭력 -> 아이들의 가출 -> ...
이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이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아이들은 그래도 밖이 집보다 낫다고들 한다.
돌아가도 다시 나오는 아이들이 많다.
쉼터 같은 곳을 가도 오래 있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계속 떠도는 게 행복한 것도 아니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무엇이 필요하냐고.
아이들은 쉼터나 그룹홈 등 안전하게 쉴 곳을 원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돈을 벌고, 일을 하고, 시간을 보내고, 사람들 무리에 섞일 수 있게 '일자리'를 얻는 것이었다.
(http://www.hani.co.kr/arti/SERIES/426/553387.html)
하긴 요샌 중학생 쯤에 자유롭게 성관계를 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꼭 공부 못하는 문제아들만 그런 것도 아니다. 그리고 제법 성적 자기결정권을 주장하기도 한다.
어른들, 교사, 상담가, 사회복지사들의 편견이 이들을 품지 못할 수도 있다.
성은 소중하고 감사한 선물이다.
여자아이들이 성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하여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럼으로써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삶에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관련 추천 도서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참고할만한 단체
<유쾌한 섹슈얼리티 인권센터> http://www.sexuality.or.kr/
<한국성폭력상담소> http://www.sister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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