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학부모연수 의뢰가 들어온다.
사실 학부모 강사로는 나는 좀 유별난 사람일 수 있다.
내가 하는 말은
공부 잘 하게 시키는 방법, 의사소통의 기술... 이런 것보다는
공부 시키지 마라, 혀끝의 기술 소용없다 하던 대로 해라, 단 마음 속의 진정성으로 말해라.. 이런 소리나 하고
나아가서 내 자식 잘 되려면 남의 자식이 잘 되야 한다, 아이들 신경쓰지 말고 엄마들 당신 자신이나 잘 해라... 이게 내 결론이니 말이다.
이런 줄 모르고 나를 학부모 강사로 초대하는 분들이 계셔서 덕분에 종종 학교로 나가서 엄마들과 만난다.
어차피 아이들은 중학생이면 거의 다 키운 셈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
겸손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잘 하면 감사하고 못 해도 나 닮아서 그런 것이니 이래도 저래도 그만이다.
이제 중요한 건 엄마 자신이 스스로 자기를 찾고, 계속 공부하고 발전하고 존경스런 사람으로 계속 성숙하는 것이다.
그럼 아이들은 그런 엄마를 보고 신뢰하고 존경하고 스스로 알아서 잘 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요새도 한 중학교에 다녔다.
부장님께 졸라서 다섯번의 시간을 내주셨고 그렇게 엄마들을 만났다.
엄마들에게 매번 읽을 책들을 과제를 드리고 다음 모임에는 읽은 책을 가져와서 밑줄 친 부분을 돌려가며 읽고 발표하고, 내 생활에 적용해서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너무 목표를 높게 잡지도 말고, 내 능력에 부쳐서도 안 되고...
영화도 보고, 아이들과 함께 푸는 문제를 숙제로 내드리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엔 시험도 보고(^^) 제일 책을 열심히 읽은 분에게 내가 준비한 선물도 드렸다.
활동 중에 "내 아이기 좋아하는 것 10가지, 싫어하는 것 10가지, 잘 하는 것 10가지 쓰기"가 있었다. 그리고 집에 가서 직접 아이에게 물어서 채점을 해오도록 해보았다.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1. 게임 2. 운동 3. 먹는 것(어떤 아이는 먹는 것 이름만 주루룩 나열하기도 했다.)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1. 친구랑 수다떨기 2. 친구랑 맛있는 거 먹으면서 수다떨기 3. 엄마랑 쇼핑하면서 수다떨기...
잘 하는 것도 한 단어가 아니라 문장으로 나온다. 여자는 좀더 섬세하고 상상력과 언어적 표현력이 풍성하다.
엄마들이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내 아이가 잘 하는 것' 쓰기였다.
20가지를 쓸 수 있는 분이 별로 없었다. 막상 쓰려니 생각이 안 난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더했다. "나 ... 잘 하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이게 교육의 결과이다.
엄마들과 '아들 이해하기'를 위해 책도 읽고 토론하고 영화도 보았다. 엄마는 이제야 아들을 좀 이해할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아이들을 이해하고 내 안을 들여다보니 잔소리도 더 참게 되고, 아이들에게 소리지르고 감정세우는 일도 덜해졌다고 하신다.
요요가 없어야할텐데... ^^
교육구조나 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새로운 교육의 가능성을 엿보는 시간도 가졌다.
북유럽 교육도 공부하고, 우리교육에 딴지거는 이야기도 읽고 토론했다.
미래는 지금과 다르다. 미래에 살 아이들을 과거나 현재로 얽어매서는 안 된다.
마지막 시간은
엄마들이 3년 안에 하고 싶은 일들, 60살의 가장 행복한 모습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고마운 분을 생각하고, 나의 장점을 잘 보듬어서 그리로 향해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엄마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엄마들이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 도덕성이 높아야 한다.
엄마들이 깨어있고 자신만의 꿈을 갖고 성취하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에대한 의존과 아이들을 볼모로 삼은 탐욕을 내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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