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사랑방

예수

샘연구소 2012. 10. 30. 21:23

밤 공기가 싸늘하다.

깜깜한 하늘을 배경으로 빨간 십자가들이 더 또렷이 보인다.

가난한 동네일수록 십자가는 밤 도시를 수놓듯 화려하게 많다.

한때 저 십자가들을 다 뽑아서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도 있다.

...

 

 

 

 

 

오늘 새롭게 생각했다.

 

예수가 죽었다가 부활해서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와 동행했다.

그런데 제자들이 못 알아보았다.

그리고 나중에야 깨닫고 보니 예수는 사라지고 없었다.(누가복음 24:13~)

 

음?

제자들이, 그냥 '사람'이 아니고 '제자'들이 예수를 못 알아봤다고?

엠마오로 가는 길이, 서울처럼 복잡한 길에 스치는 것도 아니고

한산해서 그들뿐이었을 텐데,

몇 분 거리가 아니라 아마 꽤 오래 걸어야 했을 텐데

몰라봤다...

죽은 이라서 설마... 했기에 몰라봤을까?

아니다.

분명 예수는 살아생전 예수의 모습이 아니었던 게다....

 

어쩜 부활한 예수는

생전의 예수의 얼굴, 육체에 머무르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갑자기 전철역 주변에 스피커를 몸에 달고 이상한 기독교 교리에 '반공'을 덧칠해서 방송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개는 '예수천당 불신지옥' 류의 어깨띠를 두르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왜 예수를 괴물처럼 묘사하면서 사람들을 공갈협박할까?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지껄인다.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이런 우익+노인+기독교 단체들이 더 설친다고 한다.

무슨 관계?...

 

예수가 오시면 무어라 할까?

내가 아는 예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예수의 이름값을 빌어 자기 주장을 외치는 이들.

교회에 거리에 넘친다.

 

뼈속까지 추워온다.

 

어쩜 나도 오늘 스쳐가는 예수를 몰라봤을 지 몰라.

내 옆에서 함께 걸었던 예수를 못 느꼈을지 몰라.

나에게 내밀던 예수의 손을 외면했을지 몰라.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내 안의 예수를 모른 체 했을지 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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