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열일곱살의 털

샘연구소 2013. 2. 28. 10:24

 

  제목: 열일곱살의 털

  저자: 김해원

  출판사: 사계절

  분류: 청소년소설

 

 

주인공 일호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아이다.

아니 조금 특별한 지도 모르겠다.

 

열일곱. 고등학생이다. 말없고 성적도 그저그런 고1.

수다쟁이 소심남에 공부 잘 하는 반장인 절친 황정진과 늘 붙어다닌다.

학교는 두발단속이 강하다. 책임자인 학생부장 격 인물은 '오광두'이다. 교문에 서서 아이들 머리를 바리깡으로 밀어댄다.

 

일호네 아버지 가문은 일제시대부터 3대째 전통있는 이발사이다. 일호는 늘 이발소에서 놀며 자랐다.

그런데 일호 아버지는 아니다. 일호가 엄마의 뱃속에서 만들어질 무렵, 일호 아버지는 느닷없이 보따리를 싸들고 집을 나갔다. 그렇게 어언 20년이 되어간다. 하는 수 없이 할아버지가 이발소를 운영하시며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손자 일호의 머리를 밀어주셨다.

빡빡머리 덕에 일호는 한 것 없이 '모범생'이 되었다.

 

그런데 그 모범샘 일호가 사고를 치기 시작한다.

머리털과 관련된 사건들이 벌어진다.

 

모든 큰 사건은 적어도 세 번의 작은 징조를 미리 보인다고 했나?

내가 봐도 속이 뒤집히는 체육선생. 꽁지머리를 한 아이의 머리칼을 쥐고 라이터로 공갈협박하는 모습에 확 뒤집힌 일호가 사고를 친다.

죽어라 얻어맞고 반성문 쓰고 풀려난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런 인권의 문제다.

그래서 궁리끝에 학생들 모두가 같은 뜻을 표현하자고 한다. 결의문을 작성하고 돌린다.

걸린다. 주동자는 일호, 협조자는 정진과 문재현.

일호는 크게 걸린다.

 

그때 짧은 인생에서 번번이 차라리 없는 게 나았을 살아있다던 그 아버지가 난데없이 나타난다.

이게 뭔 일인가? 또 잡치는 건가?

 

그런데 그다음부터가 흥미진진이다.

아버지의 대응, 그리고 이어서 마을 재개발을 찬성하던 할아버지의 '회심'과 대응을 보시라.

이건 뭐 무협지 수준이다!! 음하하하하하...

이 전까지는 좀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통쾌 유쾌 상쾌다. 내가 쓰지 않으련다. 궁금한 분은 읽어보시라.

많은 걸 생각하게 되고 나까지도 주먹을 불끈 쥐며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몇 군데 책 속의 구절들

 

- 엄마가 일호에게

"얘가. 머리 좀 컸다고 자유는 무슨. 대학이나 가서 말해. 자유 따위는. 너희 나이에는 공부할 자유만 있으면 되는 거야. 그런데 송일호. 너 좀 삐딱해졌어."

 

- 정학을 맞은 일호와 학교에 찾아가서 교사, 교장 앞에서 내 아들이 옳음을 또박또박 말하고 아들과 학교를 나온 아버지의 말

"네 글을 보고 사실 놀랐다. 네 나이에 나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야. 선생님 무서워서 꿈도 못 꿨겠지. 아무튼 역시 이발사 손자답게 머리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더라."

  나는 아버지 말에 푹 웃었다. 나는 내 아버지가 오늘처럼 나를 대신해 싸워 주지는 않더라도 끝까지 나를 믿어 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차피 내가 시작한 싸움은 내가 끝내는 것이 마땅하다.

나는 아버지가 아니라 동지를 얻은 것이 더 기뻤다.

 

- 일호에게 아프리카에서 가져온 차를 끓여주며 아버지가 하는 말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차를 마실 때 꼭 석 잔을 마시지. 첫 잔에는 우정. 둘째 잔에는 사랑. 셋째 잔에는 인생을 담아서. 인생 ...... 나는 돌아올 때마다 그걸 깨달았어. 내가 도망갔다는 걸. 싸우는 게 겁나서 도망친 거지. 나는. 내가 싸우지 않고 얻은 자유는 그래서 희망이 없었어. 희망이 없는 자유란 이 차 만큼이나 맛이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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