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타는 아이들

연말연시에 피자배달원들의 교통사고와 사망소식이 뉴스로 간간이 전해졌다. 지난 해 말, 대학교 4학년 학생으로 주말에 피자배달로 학비를 벌어온 청년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또 한 고등학생이 버스와 충돌해서 입원하는 사고도 있었다. 나도 얼마 전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불법유턴하는 승용차와 뒤에서 오던 피자배달 오토바이가 충돌하여 배달원이 오토바이와 함께 바닥에 나뒹구는 장면을 목격했다.

피자배달은 가난한 아이들에게 중요한 소득원이지만 그 외에도 아이들은 기회만 되면 오토바이를 타고 싶어한다. 그래서 오토바이에 얽힌 사건사고도 많다. 돈도 벌면서 친구들과 이성 앞에서 뽐내기도 하고 짜릿한 스릴을 즐기며 그 긴장 속에 다른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오토바이 운전은 생계의 수단으로 중요한 기술이면서 매력적인 스포츠인 셈이다.

00중학교에서 학교사회복지사로 있을 때 몇몇 남학생들이 피자배달을 하기도 했고 지금 가정법원의 의뢰로 상담하는 학생들의 아버지들 역시 퀵서비스 배달원인 경우가 종종 있다. 이처럼 오토바이는 가난한 아이들과 가족에게 생계의 수단이면서 동시에 위험을 선물로 안겨준다.

어쨌든 아이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싶고 갖고 싶다. 위험한 것은 두렵지 않다. 오히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아이들은 친구의 배달용 오토바이를 얻어타고 달리기도 하고 심야에 오토바이를 몰고 폭주하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남의 것을 빼앗거나 훔치기도 한다. 어떤 여학생들은 오빠들의 오토바이를 타고 싶어서 밤늦도록 돌아다니다가 부모님에게 크게 혼나고 쫓겨나는 일도 있었고 그렇게 해서 ‘뚝섬’을 다녀온 여학생은 노는 학생들 사이에서 아주 나쁜 평판을 듣게 되기도 했다.

나는 그 위험한 짓을 왜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하지만 막상 학교사회복지사로서 아이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나도 주변 이웃에게 부탁해서 오토바이 뒤에 타고 도시를 질주해보았다. 그 느낌은 정말로 ‘짜릿함’ 그 자체였다. “아, 이래서 아이들이 오토바이를 타는구나!” 싶었다. 그런 모험과 위험을 감수해보는 것은 10대의 특권이 아닐까. 하지만 문제는 그런 아이들이 대개 가족으로부터 충분한 관심과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고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내가 아는 두 명의 남학생이 오토바이 사고로 다친 적이 있다. 한 학생은 가출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다가 오토바이 사고로 크게 다치는 바람에 집으로 들어왔고 그 덕에 두 달 안에 학교에 복귀할 수 있었다. 또 한 학생은 밤에 여학생을 태우고 달리다가 크게 사고가 나서 정신까지 잃었다가 깨어났고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았다. 두 학생 모두 오토바이 사고라는 위기를 통해 나를 만났고 상담을 하면서 밀린 교육비 문제, 학생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와 친구, 가족, 교사와의 관계와 학교생활 등 여러 가지 겪고 있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으니 이런 것을 ‘새옹지마’라고 해야할지.

이런 사고가 자주 보도되고 있으니 조만간 오토바이 배달과 퀵서비스에 대한 안전규제가 강화되리라 본다. 또, 교육복지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니 예방적인 측면에서 가난한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내면의 갈등들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리라 본다. 앞으로 더욱 세심한 눈길로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아직 무언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간단히 무슨 정책이 필요하다거나  어떤 개입이 효과적이라고 말하긴 조심스럽다.

 

설을 앞두고 모 업체에서는 오토바이 배달원 알바생을 16000명을 일시 채용한다고 한다. 

날로 복잡하고 위험한 도시교통사정과 유난히 비도 눈도 많은 요즘, 오토바이 타는 청소년들과 그들의 아버지들에게 따스한 격려를 보내고 싶다.

 

2011.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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