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물밑에 달이 열릴 때

샘연구소 2014. 3. 3. 12:01

 

 

 

 

제목: 물 밑에 달이 열릴 때       

        김선우 산문집

창작과 비평사(2002)

 

 

 

원래는 그녀의 시집을 갖고 있었다.

딸아이가 권해서 수필집도 읽었다.

 

머릿말을 처음에 읽기 힘들었다. 다시 읽으니 알겠다. 

그이의 고민이 느껴진다.

 

내용들은 직선적이다.

대개는 출가한 큰 언니에게 쓴 편지형식인 듯 하다.

우리가 터부시하는 것들, 성, 몸, 여자, 가족, 욕망, 계급, 문명, 억압, 과학, 전쟁, 종교... 등에 대해

그이는 에둘러가지 않고 바로 뚫고 들어간다.

종종 달이나 나무, 바다, 또는 그림이 소재가 되기도 한다.

 

책을 읽다가 나도 한참 생각에 빠지기도 하고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

그림을 다시 찾아서 자세히 보고싶어지기도 한다.

 

여행했던 장소가 떠오르기도 하고

다시 가고 싶어지기도 하고

나에 대해, 삶과 세상에 대해 혼란스러워지기도 한다.

 

어느 부분을 인용하기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한 번에 읽지 않고, 오랫동안 자근자근 씹어가면서 글 속의 그이와 토론하면서 오래오래 읽을 책이다.

나의 의견, 주관, 태도는 무엇인지. 나는 그런 것을 가지고 있는지.

 

굳이 몇 부분만 옮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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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이미 존재하는' 세계와 불화하며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이 창조해내는 세계에는 가장 낮은 것 속에 든 가장 높은 봉우리와, 가장 거대해 보이는 것 속의 가장 작은 속삭임들과, 가장 미천해 보이는 것 속의 위대한 전언이 공존하며, 무엇보다 인간의 세상이 추구해야 할 의롭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갈망이 존재합니다. 그리하여 시인은 열망하고 두리번거리고 귀기울입니다. 아파하고 연민하며 공경하고 분노합니다. 골방과 강장이 공존하며 사랑과 투쟁이 공존하는 시인의 거처에서 당신은 가난한 처녀의 탄식을 아파하며 모순된 사회제도를 비판합니다. (37)

 

가을의 호수는 맑고도 넓어

푸른 물은 구슬처럼 빛나는데

연꽃으로 둘린 깊숙한 곳에다

목란배를 매어두었네

님을 만나 물 건너로

연밥 따서 던지고는,

행여나 누가 보았을까봐

한나절 혼자서 부끄러웠네

- 연밥을 따면서라는 허난설헌의 한문시를 번역한 부분(39-40)

 

그리하여 사빠띠스따들은 혁명은 정의되지 않는 무엇이며 끊임없는 질문의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혁명적 실천과 문화적 실천은 구분되지 않으며 동일한 과정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문화와 혁명은 '삶'으로 통일되어 있고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통치해가는 과정이 문화적 실천의 과정이자 혁명적 실천의 과정이라고. '화폐와 시장에 의해 지배받지 않으며 인간들 모두가 스스로를 통치할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그들은 걷습니다. 그들에게 혁명은 인간의 존엄을 향한, 자율과 자치를 향한 끊임없는 저항의 과정이며 대화의 과정이므로. 나는 진심으로 그들의 슬로건에 동의합니다. "물으면서 우리는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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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동의한다.

물으면서 걷는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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