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 블루
나를 저 밑으로 보내줘
가서 봐야겠어
- 거기는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물 속이야
거기서 돌아온 자는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거기서 나오는 게 아닐까?
- 거기로 돌아간다고 해야겠지
그것은 모든 것을 삼킬 뿐
토해내는 법이 없어
그렇게 때문에 꼭 가봐야겠어
가서 봐야겠어
- 무엇을?
무엇이든
- 이윤림 시집 <생일> 15쪽
오래 전 세상을 떠난 친구이자 교사였던 이윤림.
암 투병 중에 평소의 소망이던 시집을 냈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 다른 친구와 함께 집에 찾아가
마른 몸을 쓰다듬어주고 업고 나가서 바깥 바람을 쐬어주었었다.
이번 세월호 사건을 보며 슬픔보다도 나는 분노을 억누르기 힘들다.
만연한 부패와 부정, 무책임.
내가 대통령이라면, 장관이라면, 도지사라면,
'죄송합니다. 당장 최선을 다해 구조하겠습니다.'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담당자들을 다그치고 채근할 것이다.
담당자라면 눈치보지 않고 마땅히 해야할 일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을 것이다.
교사였다면, 나도 바다밑에서 제자들과 함께 한 선생님들처럼 그렇게 했을 것이다.
외국 언론조차 비열한 대통령을 비판하는 판인데
정작 당사자와 측근들은 오만하기만 한데다
이 일을 갖고 종북놀음이나 하려고 하니 더더욱 화가 치민다.
슬프다. 안타깝다.
이런 아픔 앞에 어떤 위로가 힘이 될지...
정신과 의사들과 상담계, 사회복지계에서 치유와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그러나 어서 정신을 차리자. 추스르자.
그리고 차갑게 분노하자.
잘못된 것을 잊지 말고 밝혀내고 바로잡자.
나부터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고, 옳지 않은 것은 못한다고 하고, 버티고 싸우자.
공부하고 성찰하고 맑게 세우자.
그림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83834&PAGE_CD=N0004&CMPT_CD=E0018
그림 출처: http://www.nocutnews.co.kr/news/4013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