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문제아

샘연구소 2014. 4. 12. 22:35

어느 모임 자리에서 교육문제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가난하고 부모가 없는 가정의 아이들 중에 문제아가 많다.

마음 속에 불신과 분노가 쌓여서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고 교사에게까지 폭언과 폭행을 한다.

그런 아이들을 고쳐줘야 한다. 수업이 안 되니까. 다른 아이들의 '수업권'에 피해를 주니까.

그리고 나중에 이런 아이들이 그대로 방치되면서 성인이 되었을 때 치를 사회적 비용도 생각한다면 그냥 둘 수 없으니까.

그래서 교육복지사업 예산으로 문화체험도 시키고, 심리상담도 시키고, 연극치료도 시키고 그런다.

정말 아이들이 바뀌는 것인지는 자신이 없다...

 

이런 대화를 들으면서 마음이 착잡해졌다.

 

어른들은 우리의 불편 때문에 아이를 바로잡으려고 한다.

"너 때문에 수업이 안 돼, 너 때문에 내가 힘들어."

그런데 내 맘 속에 아이의 말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당신이나 친구들 관심없어. 내가 더 힘들단 말이야. 내가 더 화나고 속상하고 암담하고 우울해!

당신들을 위해서 내가 조용히 참고 지내라는 거야?"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라면 길게는 10년 넘게 그런 환경에서 앓으며 상처가 곪아 있을 수 있다.

아니, 10년 넘게 그런 환경에서도 아직 죽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 아이에게 10년의 10배가 되는 가능성이 앞에 있다는 것,

지난 10년을 버틴 그 힘으로 앞으로의 100년을 어떻게 더 신나고 즐겁고 보람있게 살 수 있을지

아주 작은 것,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함께 해나갈 수 있다면

그것이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몇 번, 몇 달 동안의 치료나 프로그램으로

인생 10년을 뒤집거나 틀어놓으려 하는 것은

진짜 '전문적 자신감'일까? '과학적 개입'일까? 그게 '교육'인가?

인간에 대한, 삶과 신에 대한 만용 아닐까? 그것 역시 또다른 폭력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며 스스로 늘 조심한다.

 

얘들아, 미안해.

네가 나쁜 게 아니야.

라고 말해주는 어른이 필요하다는데

나는 교사시절엔 속으로 '이 나쁜 놈아, 네가 못 됐어. 너를 어떻게 하면 바꿔놓을 수 있지?'라고 말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고난 다음부터는 그런 자동생각이 많이 없어졌다.

이젠 그냥 '요 녀석이랑 어떻게 즐겁게 놀까?'라고 생각한다.

내 짧은 경험으로

아이들이 변하려면

전문가나 지식, 기술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가 눈물과 한숨으로 지낸 10년의 세월만큼은 아니더라도

오래 참고 견디며 곁에서 함께 해줄 어른이 필요하다.

믿음과 사랑, 소망을 가지고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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