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아이들을 키울 때 동요테이프에서 나오는 노래였다.
아이들도 이노래를 부르면서 고무줄 놀이를 했다.
동화책의 소재는 계모에게 시달림을 받다가 왕자님의 구출로 행복해지는 얘기들이 많았다.
이건 뭐지?
'만약 내가 이혼하고 아이들이 새엄마를 맞는다면?
내가 갑자기 병이나 사고로 죽어서 아이들이 새엄마를 맞는다면?'
이렇게 생각이 미치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부터
백설공주, 콩쥐팥쥐, 헨젤과 그레텔, 신데렐라, 장화홍련..... 같은 동화책들을 책꽂이에서 빼고 대신 창작동화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기회될 때마다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새엄마도 친엄마처럼 너희들을 사랑한단다. 어쩜 나보다 더 착하고 예쁜 엄마일 수도 있어. 너희들은 똑같이 엄마로 여기고 사랑하고 감사해라"
우리 애들은 내가 걸핏하면 그런 '새엄마 예찬론'을 하거나 혹시 몰라 '유서쓰기'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다.
요즘 아동학대 사건에 제목이
아이이름을 쓸 수도 없고, 지명을 쓰자니 동네이름에 나쁜 인상을 남기고
그런다고 해서 '계모 사건'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이거야 원!!....
아이들에게 새엄마보다는 친엄마들이 더 많고
따라서 아동학대도 수적으로는 친엄마, 친아빠들이 더 많다.
내가 학교사회복지사로 만났던 학생 중 중2~3을 지나며 크게 방황하고 학교에서 '문제아'로 불리던 남학생이 있었다.
중학생이 되고나서 새엄마인 걸 알았다고 했다. 그 엄마가 보기 싫다고 일부러 나쁜 짓을 하고 가출도 했다.
그런데 내가 엄마를 만나보니 아이를 생각해서 새아이를 갖지도 않고 사랑으로 돌봐왔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둘이 마주 앉아 눈물을 흘렸다.
나는 다른 학생들을 동원해서 아이를 찾아냈고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아이도 이내 집에 돌아오고 학교도 잘 다니게 되었다.
가슴 졸이는 새엄마들이여,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관련기사:
http://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2478.html?_fr=mt1
그림출처: 위 신문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