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교육복지사업으로 지원을 받는 가난한 집 아이들은 5년 후, 10년 후에 어떻게 살고 있을까?
교육복지사업 덕분에 공부도 잘 하게 되고, 대학도 다니고, 취직도 하고... 그렇게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마 5년 후, 10년 후 이 아이들은 지금보다 더 가난하고 더 배고프고, 더 춥고, 더 외롭고, 더 아픈 걸 참으면서 살게될지 모른다. 아마 그럴 확률이 높다.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엄마나 아빠는 어쩌면 사고로 다치거나 돌아가셨을지도 모른다. 이혼이나 재혼으로 헤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이들은 고등학교때부터 스스로 제 밥벌이를 하기 위해 알바전선으로 뛰어들었기가 쉽다.
대학을 갔다고 해도 돈벌이를 놓을 수는 없다.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있어서 부모 집에 얹혀살면서 궁할 때 용돈이라도 탈 수 있다면 아르바이트가 인생경험이고저축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가난한 아이들은 제 용돈보다도 생계를 보태야 하고, 아픈 엄마나 아버지의 진료비를 벌어서 대야한다. 자기의 등록금, 생활비는 그 다음순이기 쉽다.
얼마전 강의하던 대학에서 <4천원 인생>을 읽고 '빈곤'에 대하여 자기 경험과 생각을 섞어서 독후감을 써오라는 과제를 냈었다.
그 대학은 소위 'SKY'대학이 아니다. 수능점수로 치자면 조금 낮은 성적으로 입학할 수 있는 그러니까 가정배경은 대부분 가난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사회복지학과!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학생들, 그들 자신이 대개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 지금도 가난 속에서 살고 있다. 갈빗집, 골프장, 식당, 편의점, PC방, 빵집, 커피점, ... 아르바이트도 가지가지다. 그러니 숙제를 내주면 난색인 것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그저 사장님을 잘 만나기를, 좀더 나은 알바자리로 옮기면 살만해지겠지.. 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알바생들이 제대로 노동시간을 지키지 않는 업주에게 권리를 요구하지도 못하고,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해도 말도 못하지만 그저 참고지내고 있다.
그러고보면 우리네 삶이 아직 공동체적인 모양이다. 착한 것이다.
이건 뭔지... 도대체 약자가 강자를 배려하는 꼴이라니... 기가 막힌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대개 알바를 하게 될 가난한 아이들에게 화려한 직업체험, 진로적성검사는 정말 교육적일까?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체험하게 해야 이들의 알바인생에 힘이 될까?
사회복지사라면 돈내고 홀랜드검사 배우러다니기보다
차라리 노무사나 청년유니온 관계자 초청 강의나 방문 인터뷰 같은 것을 기획하여 진로의 날을 운영하는 것이 더 '사회'복지사 답지 않을까?
* 노원구는 지역 시민단체들이 다양한 모임을 만들어서 재미나게 삶에 속속들이 필요한 것들을 짚어나가고 있다.
다음은 '일하는사람들이행복한노원만들기-노동자주민모임'이라는 카페의 링크입니다.
여기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기준법 관련 권리에 대해 노무사가 강의도 계속 하고
비정규직이지만 각자의 삶, 일 이야기를 글쓰기로 도와드리고 그것을 서로 발표하고 나누고 칭찬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법도 제도도 권리도 배우고 알고, 서로서로 힘든 삶이지만 나누고 지지하고 격려하면서 힘을 얻는 모양이다.
이런 모임들이 지역마다 생기면 참 좋겠다.
학교의 교육복지사는 이런 단체의 움직임을 보고 아이디어도 얻고, 지역에서 노무사를 모셔서 알바생의 유의점에 대한 특강도 듣고,
여기에 올려진 비정규직의 삶 얘기나 <4000원 인생> 같은 책의 꼭지를 돌려 읽고 토론하면서
자신과 부모들의 노동권을 알게 하는 것도 좋겠다.
* 지역마다 '청소년 알바수첩'이 나와있다. 대개는 지자체별로 만들었으니 시청이나 도, 군청 같은 데 알아보면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충남지역 알바수첩 홍보 사진 (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
-----------------------------------------------------------------------------------------------------------------------
[단독] 15~24살 청년 가장 46만명…첫 실태 분석 통계
21만7천명이 취업…절반 이상 ‘1년 이하 임시·일용직’
4만2천명 공부·벌이 병행…저임금·장시간 노동 시달려
72%가 고졸, 대졸은 25%뿐…“공적 지원제도 마련해야”
그림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2914.html?recopick=5
세대주와 상관없이 생계 등에서 그 가구를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15~24살 청년가장이 46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가구주’의 규모와 실태 통계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17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지난해 상반기 기준)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15~29살 청년가구주는 127만5000명으로 조사됐다. 같은 연령대 인구 954만6000명의 13.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청년실업 연령 기준인 15~24살로 좁혀 보면, 청년가구주는 46만4000여명으로 같은 연령대(620만6000명)의 7.4%에 달했다.
15~24살 청년가구주들은 절반 가까운 21만7000명(47%)이 취업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 연령대가 중·고등학교나 대학교 재학 시기와 겹치는 탓에 19.9%(4만2000명)는 재학 중에도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과 공부의 병행이 어려워 휴학(1만3000명, 6.3%)을 하거나 중퇴(9000명, 4.2%)하는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고용 형태도 불안정했다.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임시직 비율이 36.8%(7만8000명)에 달했고, 14.7%(3만1000명)는 계약기간이 1개월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용직이었다. 비교적 안정적인 1년 이상 고용계약을 한 이는 48.6%(10만2000명)였지만 ‘가구주’인 이들의 임금 수준과 노동시간은 일반 청년노동자들에 견줘 썩 좋지는 않았다. 20~24살 청년가구주 가운데 100만원 이하 저임금 비중은 30%(5만9000명)에 이르렀다. 101만~200만원을 받는 이들(59.8%, 11만7000명)까지 합하면 20~24살 청년가구주의 90%가 월 200만원 이하의 소득으로 한 가구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노동시간도 ‘살인적 강도’를 보여줬는데, 주당 노동시간이 71시간을 넘는 15~24살 청년가장도 8000명이었다.
이 때문에 청년가장을 위한 정책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20대 중반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이 보장돼야 30대 이후 자기 생활이 안정된다”며 “이를 위해 청년가장들이 부양하는 부모세대를 청년가구주들이 보조하는 형태가 아니라 정부가 공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기사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2913.html?recopick=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