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주거환경이다.
가난하더라도, 집이 좁아도 좀 깨끗하고 정돈될 수는 없을까.
화장실도 있고 개수대도 있는데 왜 안 될까.
참 안타까웠다.
춥고 더워도 옥탑방이 좀 나을까?
가정방문을 했던 아이들 중 대다수가 다세대빌라의 반지하였다.
환기나 채광도 잘 안 되고 비가 새거나 습해서 벽지에 곰팡이가 슬고 퀴퀴한 곳도 많았다.
그런 곳에서 사는 아이들은 천식이나 아토피같은 병을 얻는다.
마음도 눅눅해지고 친구관계나 학교공부에도 그늘이 지기 쉽다.
그런 주거환경 속에 가족관계가 소원하거나 불화하다면 엎친데 덮친격이 되어
아이들은 자라면서 집을 '집'이라 여기지 않게 된다. 가출이라기엔 돌아갈 집다운 집이 없는 아이들을 본다.
한번은 아이들과 '게릴라 청소작전'을 한 적이 있다.
친한 학생들 다섯명이 그룹이 되어 돌아가며 친구집을 청소하는 것이다.
어느 날, 세시간 걸려서 겨우 이부자리와 늘어놓은 옷가지와 잡동사니들을 정리했다.
씽크대와 냉장고도 닦고 화장실에 쌓여서 썩어가는 옷들도 정리하고 빨래를 했다.
집밖에도 잘 안 나오고 물론 학교도 결석이 쌓이고 있던 아이가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누운 채로
"그건 저기에 두세요. 그건 버려도 돼"하면서 참견을 하더니 결국 일어나서 친구들과 함께 치우게 되었다.
청소를 마치고 다들 마치 개선장군처럼 신이 나서 다함께 근처 시장에 가서 밥을 사먹었다.
여기저기 수리도 하고 도배도 새로 해주고 싶지만 셋집이라 수리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굳이 '재능기부'니 '주거개선지원'이니 하며 거창한 사업을 하지 않아도
그저 아이가 친하게 지내는 동네 친구들인 학생들과 모여서 궁리한 끝에
스스로 조금 바꿀 수 있으니 금세 아이 표정이 달라졌고 몸에 힘이 도는 게 보였다.
친구들과도 더 친해졌다. 부끄러울 것도, 감사할 것도 없었다. 그냥 하나의 '놀이'였다.
갈수록 더 난감한 가정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집은 중요하다.
공부지도나 재능개발, 심리상담보다 '몸'이 더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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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집인가" - 아동 열 명 중 한 명 '주거 빈곤'
SBS 8시뉴스 하현종 기자 입력 2014.08.21 21:00 수정 2014.08.2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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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뉴스 화면 캡쳐 그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