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문화자본과 계층성에 대한 논문(펌)

샘연구소 2020. 5. 7. 20:02

경향신문 기사(2020. 5. 2.)


[커버스토리]“한국도 문화자본공고화개인의 노력으로 극복 어려워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입력 : 2020.05.02 06:00 수정 : 2020.05.02 06:00

 

불평등한 미래논문 쓴 최샛별 교수와 제자들

 

 

취향이나 취미·학력·태도 등

세금을 물릴 수 없는 무형의 자본

자녀들의 경험의 폭 늘려주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자산이 돼

 

이처럼 눈에 안 띄는 불평등 요소

드러내고 폭로해 차이를 메워야

사회적 변화 가져오는 데 도움 돼

 

계층 자체가 없다고 부정하기보다

상하 이동 가능한 사회 만들어야

자유롭게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교육 강화 필요

 

지난달 23일 만난 불평등한 미래: 청소년의 꿈, 지위표식이 되다의 저자 최샛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와 김수정 박사(국민대 사회학과 강사), 차영화씨(이화여대 사회학과 석사과정)는 오랜 시간 사제 간으로 지냈다. 평소 다양한 사회 이슈를 놓고 많은 대화를 나누던 중 차영화씨의 학부 졸업 논문 주제(‘대학생들의 꿈과 장래희망’)를 좀 더 심도 있게 다루자는 데 의견 일치를 보고 이번 연구에 착수했다고 한다.

 

청소년의 꿈과 불평등에 대해 쓴 이번 논문은 문화자본과 계급 불평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만들어낸 개념인 문화자본은 현금, 부동산 등과 같은 유형의 자본과 달리 취향이나 취미 또는 학력이나 태도와 같은 무형의 형태를 띠면서 계급을 구분 짓는 자본의 역할을 한다. 이런 문화자본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자녀에게 노출되고 한 가정 안에서 전승된다. 프랑스와 같은 사회에서 귀족과 평민 출신을 가르는 문화적 요소를 지칭하기도 한다.

 

최샛별 교수는 1990년대 말 박사과정을 하던 시절부터 문화자본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왔다. 그때만 해도 문화자본이 한국 사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문화자본이 형성될 정도로 현대사회의 역사가 길지 않다는 것이었다. 최 교수는 오랜 시간 다양한 연구를 통해 문화자본이 한국 사회의 계층 분화를 심화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 조선시대의 상층이라고 이야기했던 엘리트 기득권이 일제강점기, 미군정,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대부분 파괴됐습니다. 누구나 어릴 때 못 먹고 가난하던 시절을 보냈고, 해방 후 계층 이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이 통했었죠.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계층 이동이 열려 있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누구나 노력하면 더 높은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인데, 지금은 이미 공고화돼 계층 이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거의 없습니다.”

 

최 교수가 우리 사회에서 문화자본이 강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건 2003년 리더십 교육 강사로 초등학생을 만난 자리에서였다. 비교적 낙후된 지역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강사로 나선 의사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 학교 학생들은 그 강사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지역 학생들 부모 중 상당수가 의사였던 것과 달리 지역은 실제 의사의 강연을 듣고 가깝게 얘기하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다 보니 다른 반응이 나왔던 거죠. 학업 성취 등이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서 진행된 교육이었는데도 직업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던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김수정 박사는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재산 증여에는 세금을 물리지만, 경험의 폭을 늘려주는 것은 세금을 물릴 수 없는 일이면서도 자녀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는 큰 자산이 된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청소년들이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자신의 꿈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부끄러워하고 이루기 어렵다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어떤 꿈을 갖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꿈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고, 누군가 꿈을 가졌다는 것 자체를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꿈을 꾸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루는 데에서 차이가 있다고 보기 쉬운데, 실제로는 꿈이라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부모의 지위와 그가 속한 계층에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 현실이죠.”

 

연구진은 상상이라는 행위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꿈꾸기는 특별한 비용이 요구되지 않는데, 왜 이러한 꿈의 영역에서조차 계급화 현상이 나타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논문을 마무리 지었다.

 

청소년 인터뷰를 전담했던 차영화씨는 슬픈 감정을 느낄 때가 많았다고 했다. 특히 1그룹과 2그룹 청소년을 연달아 인터뷰하던 날, 이들이 처한 환경적 차이가 너무 크게 느껴지다 보니 속상한 마음이 들더라고 했다. “1그룹에 속한 청소년이 좋은 환경에 있다고 해서 고민이 없거나 당연히 좋은 직업을 갖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마다 고민의 결이 다른 것뿐이죠.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아이들은 지원의 기회나 부모님의 인맥의 도움을 기대할 수도 없기 때문에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낯설어하는 경우도 있어 그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청소년 개인의 노력으로 이런 문화자본의 한계를 뛰어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 현실에서 꿈을 이루는 일은 경제력과 정보력이 필요하다. 명문대 진학의 3대 요소가 할아버지의 경제력과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라는 오래된 우스갯소리는 더 이상 웃기지 않다. 공부를 열심히하는 능력과 태도도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구진은 그러나 눈에 띄지 않는 불평등의 요소를 드러내고 폭로하는 것이 이런 차이를 메우고 사회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논문 발표의 의도를 전했다.

 

최 교수는 계층 상승과 하강이 자유로운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계층 자체가 없다고 부정하기보다 계층 이동이 늘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면 우선 무엇이 문제인지 현상을 분석하고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알게 되는 순간 해소 방법도 생겨나리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꿈에 대해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제는 꿈을 꿀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교육을 강화해야 할 때입니다.”

 

차영화씨는 논문과 관련된 취재 요청을 받은 뒤,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특정 계급으로 낙인찍히고 상처를 받는 건 아닐지 우려했다고 한다.

 

그는 모든 청소년들이 사회·경제적 계급이나 어떤 문화자본 속에서 자랐는지와 상관없이 꿈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매우 진지하고 재밌어했다며 청소년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표현에 유의해주길 당부하며 취재에 응했다. “꿈은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걸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배경을 지녔든 모든 아이들에게는 고민과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꿈을 이루는 데 있어 나 자신에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자유롭게 꿈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꿈과 직업에 대한 정보 부족한 청소년들진로 선택 요건으로 흥미보다 수입꼽아

 

‘2020 청소년 통계분석

 

진로 교육 단발적부모의 정보력에 따라 꿈의 부익부 빈익빈나타나

직업 훈련 넘어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고민할 수 있는 꿈 교육도 필요

 

 

지난달 27일 발표된 ‘2020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13~24)의 직업 선택 요인 중 첫 번째 요건으로 수입(32.8%)이 꼽혔다. 2013년 수입을 중요시하는 비중은 27%였다. 다음으로는 적성·흥미(28.1%)가 꼽혔는데, 2013년에는 적성과 흥미를 직업 선택의 요인으로 꼽은 비율이 34.2%로 수입보다 더 높았다.

 

같은 조사에서 13~19세 청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국가기관(22.8%)으로 나타났는데, 20~24세 선호율(21.5%)보다 높은 수치다. 이어 대기업(21.3%), 공기업(17.2%) 순서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세 미만까지로 청소년 범위를 넓히면 선호 직장은 국가기관(22.2%), 공기업(19.9%), 대기업(18.8%), 자영업(창업·10.2%) 순으로 조사됐다.

 

2019년 교육부와 한국직업개발원의 ‘2019 ··고 진로교육 현황조사결과를 보면 중·고생이 선망하는 직업 1위는 교사다. 교사는 2009·2015년 조사에서도 1위를 고수했다.

 

중학생은 교사, 의사, 경찰관, 운동선수, 뷰티디자이너 순으로, 고등학생은 경찰, 간호사, 컴퓨터공학자, 군인 등의 순으로 희망직업을 꼽았다.

 

초등학생의 희망직업은 중·고생과 온도차가 확연하다. 초등학생은 운동선수를 1위로, 이어 교사, 크리에이터(유튜버), 의사, 조리사를 선망했다. 희망 직업 선택 이유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중·고교생은 각 7.5%인 반면 초등학생은 5.4%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선택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서55.4%로 중학생(50.3%)·고교생(47.9%)보다 높았다.

 

직업의 종류는 다양해지고 청소년들의 선택 기준도 바뀌지만, 현장의 진로 교육은 여기에 발을 맞추고 있지 못하고 있다. 정부나 공공기관 등에서 청소년들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고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프로그램 운영이 부실하거나 현실적으로 직업 정보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서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실장은 직업과 적성을 찾도록 돕기 위해 자유학기제 등을 실시하거나 직업체험관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실제 직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직업체험관 등은 입장료를 내고 단체로 방문하다 보니 실제 청소년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들이 꿈과 직업에 대해 설명을 듣거나 고민을 상담할 기회가 적다. 희망 직업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는 청소년들이 이를 체험할 기회도 많지 않다. 결국 자기가 알아서 정보를 습득해야 하는 구조라 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꿈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실장은 진로 교육이 중3이나 고3 등 특정시기에 단발적으로 끊겨서 진행되다 보니까 다양한 꿈을 꾸고 실현하며 성장하도록 돕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공부에만 매몰돼 있다 보니 대학 입학·졸업 비율은 높아도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해 행복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어렸을 때부터 확고한 꿈을 갖고 있는 아이가 많지 않은데, 그런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는 그의 지적은 숙제로 남는다.

 

직업 훈련을 넘어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게 하는 꿈 교육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꿈은 내 인생과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것인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꿈과 진로에 대한 교육은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어떻게 스펙을 쌓을 것인지 등에 집중된 것 같다“‘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가르치면서, 어떤 직업이 어떤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학업 성적이나 스펙 등 외적인 정보에 집중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무엇을 바라고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지, 내가 누군지 알아가며 폭넓게 꿈꿀 수 있도록 관점도 바꿔가야 한다고 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5020600065&code=940100#csidx605ae5127093398b6c352fdfc3d6e07

 

 



'책과 영화 ' 카테고리의 다른 글

Instant Family  (0) 2020.09.07
영화 <디태치먼트>  (0) 2020.06.04
베버리지가 궁금하다면  (0) 2020.04.30
교육관련 책 <학력의 경제학>  (0) 2020.04.23
<양육가설>  (0) 2020.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