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교육관련 책 <학력의 경제학>

샘연구소 2020. 4. 23. 20:23
학력의 경제학
니시카와 준 지음, 박현석 옮김, 사과나무(2016)
 



   
일본의 전직교사이자 교육학 교수인 니시카와 준은 오늘날 학교의 기능에 대해 가차없이 말한다.
소위 좋은 대학교 졸업장을 손에 쥐면 이후의 직장과 행복한 삶을 보장받으리란 기대를 아낌없이 버리라는 것이다. 차라리 대학 가지 말고 고졸로 마치라고 조언한다.
당연히 학교 교사들은 대학진학을 권유하지만 그들은 취업전쟁에서 인터뷰 한 번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며 교사고시 공부만 파던 사람들이니 절대 믿지 말라고 한다.

그가 책의 맺음말 맨 끝에 한 말은
교사를 믿지말고 친구를 사귀게 하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사회복지사들이 중요하게 하는 기능이 바로 학습보다는 관계가 아니던가!

한국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위 SKY대학을 나와도 졸업후 바로 취업이 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많은 이들은 취업재수를 하고 그도 만만치 않으면 대학원 진학으로 취업을 유예한다. 그런데 그동안의 학비대출로 빚이 늘고 생활비 마련을 위한 알바로 건강을 헤친다. 게다가 그렇게 빚지고 몸 상해가며 쏟아부은 돈은 평생 벌어도 절대 그만큼 벌지 못하는 게 요즘 세상이다. 그러니 돈이 남아돌면 취미생활 삼아 대학, 대학원을 가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절대 대학, 대학원 가지 않아야 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불안해서, 잘 모르는 것 같고 자신없으니 그냥 하던대로 간다. 인생 망치는 길로 가는 건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은 최근 코로나사태로 현장강의 대신 인터넷 강의로 대신하게 되면서 과연 그동안 대학교육이 뭐였나? 하는 질문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에는 세계 유수의 대학, 대학원 명강의와 TED 강의를 비롯해서 쟁쟁한 실력자들이 무료로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하고 있다. 게다가 한글 자막도 나온다!
졸업증 있어도 또 시험봐야 되고, 자격증 있어도 취업 안되는 세상이다. 그리고 꽤 많은 직장들이 신규직원 선발 때 점점 학력을 보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나도 사실 대학가지 마라고 하기엔 뭔가 좀 자신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너무 쉽게, 심플하게 써서 제 값을 인정받기 어렵겠다. 뭔가 좀 복잡하고 어려운 말로 써야 있어보일 텐데 말이다. 그게 바로 함정인데!
게다가 부제가 '대졸보다는 고졸이 낫다'여서 독자들이 '어잉?' 하고 책을 읽지 않고 외면했을 것 같다.

한국의 학력인플레는 거의 세계 최고라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80%정도가 대학을 간다.
그 중 많은 수는 1년만에 자퇴나 휴학을 한다.
몇 년 전 월드컵 축구선수들의 이력이 나왔는데 한국축구선수들만 유난히 다 대졸이었다. 그런 식인 거다.
북유럽에 가니 연구를 좋아하는 학생은 대학을 가고, 실제적인 걸 좋아하는 학생은 기술을 공부한다. 아무리 대학등록금이 공짜이고 기숙사에 생활비까지 대준대도 그렇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블루칼라 기술노동자나 전문직 화이트칼라나 소득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젠 달라져야 할 것 같다. 너무 늦기 전에.
 


--------목차
 
머리말: 대학 입학은 윤택한 생활로 가기 위한 보증수표입니까?
    
제1장 ‘우리 아이는 어쨌든 대학은…’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누구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대학 진학은 괜찮은 투자일까요?
무시무시한 학자금 대출 실태
졸업과 동시에 500만 엔 이상의 빚을 떠안고 있다
학력보다 취직이 문제입니다
첫 직장을 얻은 사람 중 약 40%가 비정규직!
부모와 교사가 빚을 권유하다
궁지로 내몰리는 젊은이들
한층 위험부담이 높아진 대학 진학
진로 선택의 상식이 바뀌었다
    
칼럼: ‘여러 방면에서 쓰일 수 있을 것 같은 학부’일수록 위험하다
    
제2장 지금 ‘안전한 진학처’는 있는가?    
상위권 대학의 취직률 실태
고등학교 졸업생의 취직률은 거짓?
증가하는 고학력 근로 빈곤층
박사과정 수료자의 진로는 더욱 막막해진다
우리 아이의 진로를 어떻게 선택하면 좋을까?
교육 투자에 적합한 진학은?
안이한 진로지도는 학부모가 꿰뚫어보자
종신고용이 사라지는 시대
기간제 고용 시대의 취업 활동
대학생활의 성실성을 엄격하게 묻게 된다
대학에 합격한 뒤 4년 동안이 승부의 갈림길
승부는 고등학교 입학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자신의 진로를 확실하게 하기 위한 지도교수 선택
    
칼럼: 이제 대학은 더 이상 ‘대학’이 아니다
    
제3장 상위권 대학은 이렇게 바뀐다   
급격하게 바뀌는 대학 입시제도
도쿄 대학의 추천입시가 시작되었다!
응시자에게 요구되는 압도적인 실적
난해하기 짝이 없는 교토 대학 입시문제
교토 대학은 천재만을 뽑는가?
도쿄 대학 입시가 변하고 있다
평가 기준은 ‘얼마나 노력했는가’
어째서 대학입시가 변하는 것일까?
상위권 대학의 해외 우수 학생 유치
어떤 중·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하는가?
대입 수험에 토플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대학의 역할과 가치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칼럼: ‘자신만의 독자적인 목표’야말로 승리의 비결
    
제4장 우리 아이를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는    
살아남기 위한 능력
인공지능 진화의 충격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인공지능에게 빼앗기지 않는 직업
어떤 사람이 살아남는가?
자격증은 장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어도 살아남으려면
옛날 생활 방식으로 돌아간다
해고당하지 않는 방법
해고당해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칼럼: 살아남기 위한 능력을 획득하자
    
제5장 우리 아이를 지키기 위한 전략    
우리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지방의 서비스업은 살아남는다
지방에서의 승리를 노리자!
지역사회야말로 종신고용을 보장한다?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
무의미한 욕망에 휘둘리지 말자
명확한 미래상을 갖게 하는 교육을
행복의 창조
내가 상상하는 미래
    
맺음말: 교사는 우리 아이의 미래를 책임지지 못합니다
목차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훤히 보인다. ㅎㅎ

다음은 맺음말 중 일부이다.
교원양성 계열 대학의 교수로서 안타깝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지만 저의 충고는 ‘교사를 맏지 말라’는 것입니다.... (중략)...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교사들은 종전과 같은 학력 모델로 지도합니다. 우리 아이를 지키고 싶다면 부모님들이 보완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친구의 소중함을 거듭해서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우리 아이를 지켜주는 것은 그 아이의 배우자와 친구들입니다. (176-177쪽)

다음은 책 내용 중 일부      

지금은 ‘아버지가 떨어졌던 대학에 붙어 아버지를 우습게 여겼지만, 아버지는 합격했어도 입사하지 않았던 기업에 자녀는 합격하지 못해 실망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40쪽)

학력은 더 이상 고수입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중졸보다는 고졸, 고졸보다는 대졸. 같은 고등학교·대학교라면 편차치가 높은 쪽이 취직을 좀 더 확실하게 보장해준다”라는 학력 모델은 이미 깨졌습니다.(84쪽)

자녀를 상위권 대학이 아닌 지방의 이름 있는 대학에 합격시켜 평범한 인생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 대학에는 지금까지와 같은 방법으로 합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평범한 인생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134 쪽)

앞으로 몇 십 년 동안은 메이지 유신이나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민주화에 필적할 만한 대변화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우리 시대에 가치 있는 것이라고 인정받았던 많은 것들의 가치가 폭락할 것입니다. 그것은 학력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172 쪽)

지금 존재하는 일의 대부분은 사라지고 아이들은 앞으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일’에 종사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존재하는 일 가운데서 살아남는 일도 결국은 사양산업입니다.(214 쪽)
    
    
끝으로 내가 쓴 책소개가 부족한 듯 하여 출판사의 책소개를 덧붙인다.
일본 아마존 재팬 교육 부문 베스트셀러 <학력의 경제학>을 통해 저자 조에쓰 교육대학 교수는 “앞으로 몇십 년 동안은 대변혁의 시대가 될 것이다. 현재 가치가 높다고 인정받았던 많은 것들의 가치가 폭락하고, 학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학력은 더 이상 고수입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절반의 대학생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지만 졸업하자마자 500만 엔의 빚쟁이가 되어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며 대출금 상환으로 고통받는 연체자가 33만 명에 이른다고 말한다. “대졸자의 실질적인 취업률은 60~70%이지만 비정규직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그 비중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며, 어렵게 정규직이 되었다 해도 종신고용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묻지 마’식 대학 진학을 경계한다.
    
또한 “자격증은 절대 장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단정한다. 빅데이터 수집이 불가능하거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 분야, 대기업이 뛰어들지 않는 틈새시장, 롱테일 상품을 다루는 직업, 지방의 서비스업에 그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터넷이나 SNS로 연결되는 현실에서 역설적이게도 “인간관계”가 앞으로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자녀에게 “많은 친구를 사귀게 하라”고 조언한다.
    
오랜 교육현장 경험을 토대로 급격한 산업의 변화를 분석하며 대학 진학의 상식이 바뀌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대졸자의 실업률, 비정규직 문제, 학자금 대출 등 우리가 겪고 있는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 학부모와 교사, 사회가 한번쯤 되짚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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