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영화 '미안해요 리키'

샘연구소 2020. 4. 8. 10:29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한국에서 히트하면서 '미안해요 리키'도 개봉이 되었다.


둘다 자본주의 세계의 복지국가 정책 발산지라 할 수 있는 영국의 복지제도가 어떻게 약자들의 삶에 무력한지, 아니 비인간적인지를 보여준다.


더 최근 영화인 '미안해요 리키'는 감독이 고령으로 메가폰을 놓는다고 했다가 다시 제작 발표한 영화라고 해서 의심 반 기대 반이었다. 그러나 역시 켄 로치였다.


한국말 제목은 '미안해요 리키'

그러나 원 제목은 'Sorry, we missed you' 이다.

아니, 이게 뭐지? 

'We're sorry, Ricky' 도, 'We miss you, Ricky' 도 아닌 'missed you'라니. 

이건 미안해요와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그 해답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풀렸다. (맨 아래에 ↓)


2007년에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는 미국의 초대형 모기지론 대부업체들이 파산하면서 시작되어 전 세계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을 불러온 연쇄적인 경제위기를 말한다. 리키도 이 여파로 파산했고 택배원이 된 것 같다. 그것도 피고용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로 참여하는 식이다.

죽어라 하루 14시간을 일하지만 관리인의 횡포는 말할 것도 없고 교통범칙 스티커, 방문 고객들의 폭언과 폭행, 소변 볼 시간도 없이 뛰어야 하는 일정에 가정은 점점 모래알이 된다.

그를 위해 자동차를 희생한 아내는 방문돌봄인이다. 장애인이나 장애인이 된 노인들을 방문해서 씻어주고 먹을 것을 챙겨주는 것이다. 버스로 다니자니 시간에 늘 쫓기고 몸은 지친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전화메시지와 식탁위의 쪽지가 대신한다. 고객과 감정적 소통, 유대를 맺는 일은 금지되지만 그래도 애비는 자신의 부모에게 하듯 정성껏 돌본다. 돌봄이라는 일이 원래 그런 것이다! 수십 수백년동안 여성들 특히 엄마들이 희행하며 해온 일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은 이미 학교교육이 무용지물임을 알아버렸다. 동네 또래들과 그래피티를 하러다니고 학교는 무시하고 페인트를 훔쳐서 경찰에 불려간다. 하지만 학교로부터 부모 호출을 당해도 제 시간에 가지도 못하는 나쁜 부모가 될 수밖에 없다.

막내딸 라이자는 아버지를 되돌려보려고 택배 차의 열쇠를 숨기지만 더 큰 어려움을 선사할 뿐이다.  


그런데 어느날 리키는 괴한들의 습격을 받는다. 택배물건과 함께 gun(물건의 송장 바코드와 배달상황 기록이 모두 전송되는 기기)이 박살나고 몸은 만신창이가 된다. 병원에 갔지만 3시간을 기다려야 의사를 만날 수 있다. 그 와중에도 택배회사 관리인은 리키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고 돈 문제로 협박전화를 할 뿐이다. 결국 화가 치밀어 올라 전화기에 욕을 해대는 아내와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가 한 시간이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시스템은 그에게서 돈과 행복과 희망을 야금야금 빼앗아간다. 가족은 또다시 위기에 빠진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리키는 너덜너덜한 몸을 이끌고 택배차에 오른다.

식탁 위에 남긴 쪽지는 배달원이 물건을 빠뜨렸을 때 남기는 양식이다.

'Sorry We Missed You' (죄송합니다. 배달이 누락되었습니다)라고 찍혀있다.

거기에 리키가 적는다.

'여보, 화내지마, 난 괜찮아. 사랑해. -키스를 보내며, 리키'라고.


이 아이러니!

누란된 자 리키와 그의 가족.

"리키씨 죄송하지만 당신은 이 시스템에서, 행복열차에서 탈락되셨네요". 어떡하죠? ㅠ.ㅠ



온 가족이 울부짖으며 말리지만 소용없다.

건강도 가족도 사랑도 돈이 없는 자에겐 허용되지 않는 사치일 뿐이다.

돈이 돈을 낳고 돈이 돈을 먹는 이 시스템에서 인간다움을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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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로치의 작품 목록

https://ko.wikipedia.org/wiki/%EC%BC%84_%EB%A1%9C%EC%B9%98#감독작품


이미 알려진 '나 다이엘 블레이크' 외에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아일랜드 이야기인 '지미스 홀', '빵과 장미', '저유로운 세계', '티켓' 등을 보았다.  감독은 철처하게 노동자, 약자들의 편이다. 깊고 진지하되 너무 무겁지도 않고 구질구질하지만 흉하지 않다. 정말 그를 존경하고 그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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