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책 『콰이어트Quiet』

샘연구소 2020. 3. 4. 15:37

콰이어트Quiet(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를 읽고

 

사람들의 성격이나 성향을 나눌 때 우리는 흔히 내성적이다 혹은 외향적이라고 이분한다.

 

간단히 말해 사색하는 사람행동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생각이 있어도 쉽게 드러내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한꺼번에 접촉할 때 쉽게 지쳐버린다.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충분히 가질 때 회복하며 건강하다고 느낀다. 친구를 사귈 때에도 소수로 깊게 사귀는 편이고 진지한 얘기를 주로 나누다보니 남들이 볼 때에는 사교성,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인간관계가 차갑다고 보기도 한다. 외향적인 사람은 그 반대이다. 혼자 있으면 무언가 부족하고 여럿이 있으면서 북적북적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을 느낀다. 그들의 수첩은 늘 모임 약속으로 빼곡하고 회의나 수업 때에는 다른 사람보다 먼저 발표하고 목소리가 큰 편이다.

그러다보니 학교나 조직에서 외향적인 사람들이 더 두각을 나타내고 리더가 되곤한다. 더구나 요즘엔 점점 더 내성적인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힘든 것 같다. 교실이나 회의실 말고도 페이스북, 유튜브, TED, 세바시, 텔레비전 등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생각과 느낌을 조리있게 말하고 발표하며 인기를 얻는 것을 보며 내성적인 사람들은 점점 위축되고 자신이 무능력하고 초라한 존재로 느낀다. 부모들은 아이가 수줍음을 타고 발표력이 저조해서 또래에 뒤쳐질까봐 웅변학원도 보내보고 교사와 상담을 하거나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가면서 아이의 성격을 개조해보려고 애를 먹기도 한다.

 

내성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이 함께 살면서 갈등을 겪거나 고통을 경험하는 것은 부부간에, 부모와 자녀간에 또는 교사와 학생, 친구사이, 연인사이, 조직 내에서 상사와 부하간에, 동료 상호간에 등 어디에나 있다. 가장 힘든 것은 내성적인 사람 그 자신이다.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내성적인 사람들을 돌아봐야 한다.

학교가 회사가 사회가 돌아가는 것이 어느 새 자신도 모르게 내성적인 사람들을 배제하거나 바보취급하고 외향적인 사람들에게만 마이크를 주고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수전 케인의 책 콰이어트는 이런 내성적인 사람들의 특성을 드러내며 그들이 바보라거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며 학교와 사회가 어떻게 내성적인 사람들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돌아가게 할지, 내성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 모두가 조화롭게 살아갈지를 생각하게 한다.

 

목소리가 작아서, 또는 말할 용기를 내지 못해서 조용한 사람들은 그 안에 무한한 매력과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들은 경청에 능하고, 진실 앞에 양심적인 투쟁가이기도 하며, 깊이 성찰하는 사색가, 철학자이기도 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성실한 사람이거나 감정이 풍부하고 민감해서 훌륭한 예술가이기도 하며 뛰어난 집중력으로 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나아가 내성적인 사람도 어떤 환경, 어떤 조건에서는 외향적인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다. 이점은 학교나 일터에서 자신을 좀더 편하게 하고 행동을 바꾸고 싶을 때 참고가 된다. 기질은 바꾸기 힘들다. 그러나 환경은 조절할 수 있고 불편은 이해와 연습을 통해서 해소할 수 있다.

 

저자 수전 케인 자신이 내성적인 사람이어서 고민하던 것을 연구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미국상황에서는 더더욱 내성적인 사람들이 힘들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학생들이 미국 교실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우리는 많이 들어왔다. 아마도 미국에는 저자와 같은 내성적인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성격개조 프로그램 또는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 같은 게 많은 모양이다. 저자도 그런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고 거기서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많은 통찰을 얻었다.

 

한국의 요즘 세대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거나 침묵은 금이다같은 말을 모르는 것 같다. 생각나는 대로 느낌대로 바로 말하는 것이 유행인 것 같고 방송과 인터넷에는 서로 말을 하려는 사람들로 넘치게 되었다. 그 속에서 우리가 소홀히 했거나 무시하고 배제해 온 내성적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한편 역시 미국에서 의사소통이나 대인관계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저술가이자 사업가인 바네사 반 에드워즈(Vanessa van Edwards)라는 이는 내성적, 외향적 사이에 구간을 더 넣어서 스펙트럼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출처: https://www.scienceofpeople.com/ambivert/

 


나도 젊어서는 외향적인 편에 속했고 내성적인 사람들, 내성적인 가족과 학생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미안하다. 지금은 내가 성격이 점점 더 내성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그러면서 과거에 내가 잘 대해주지 못한 내성적인 사람들이 더 이해되고 공감된다. 그래서 이책이 더 내 마음 속으로 깊이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 내성적인 사람들은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며 스스로 만족스럽게 살고, 또 외향적인 사람들은 내성적인 사람들을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존중하고 배려하는 쪽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세상은 다양하고 서로 더불어 어울려 살 때 가장 아름답고 선한 것이 아니겠는가.

특히 교사나 어린이, 청소년을 다루는 사람들이라면 370쪽부터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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