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성교육, 어떻게 잘 하지?

샘연구소 2020. 11. 5. 10:00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끔 성관련 문제가 터져서 이슈가 되면 성교육이 더 강화되고 개정되는 쪽으로 이행해왔다. 

"잇따른 10·20대 성범죄…문제는 `성교육`이다

성교육 유명무실…"성교육 전담교사·실효성 있는 교육 필요"

- 매일경제 이상현 기자( 2020.04.18 )

www.mk.co.kr/news/society/view/2020/04/405975/

 

 

교육부는 학교성교육 표준안을 개발해서 배포하고 각 지방 교육청이 계획을 수립해서 운영하고 있고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산하 학생건강정보센터

www.schoolhealth.kr/web/bbs/selectBBSList.do?bbsTyCode=BBST01&bbsId=0108&sMenuId=0100001400

충청북도교육청 성교육 기본 운영 계획(2020)

www.cbe.go.kr/dept/11/sub.php?menukey=286&mod=view&no=554236&page=2

 

아동 청소년을 성 폭력과 학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많은 법률도 제정되었고 가정법원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사안과 조치들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시행령/시행규칙;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 성매매피해자보호법)-법제처 법령자료실 참조)

 

이런 흐름과 함께 성교육 자료들도 많이 나오고 현장 연구도 계속 축적되고 있으며 성교육 전문 강사들도 많이 배출되어 성교육에 관한 우리의 인식도 넓고 깊어지고 있다.

학교는 연간교육과정 중 반드시 시행해야하는 소위 국영수 등 전통적 수업 교과목 외의 여러 교육들을 외부 강사를 통해 수업 시간을 확보하고 학생들에게 실시하기도 하고 교사가 자기 수업에 녹여내서 실시하기도 하지만 교사들간에서뿐 아니라 학생들이나 학부모, 외부 활동가들 사이에서 여전히 성이슈에 관한 인식 차는 상당히 크다.

작년 광주에서 배이상헌 선생님의 사건은 이러한 우리 관여자들의 인식차를 드러냈는데 나 역시 좀더 진보적이고 개방적이라 생각하지만 사건을 처리하고 논란이 진행되는 긴 과정을 지켜보면서 교육이 무엇인가, 아동을 존중하는 교육이란 어떠해야 하는가 그리고 교사를 포함한 어른들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깊이 성찰하게 되었다. 이것은 아직도 진행중인 '사건'으로 남아있기에 여기서 결정적인 평을 하지는 않겠다. 

교육부의 학교성교육표준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적) 의견

ahacenter.tistory.com/658

brunch.co.kr/@1793z/5

 

그러나 배이상헌 교사가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는 영상은 이미 오래전에 나도 보았고 대학교 수업 때는 활용한 적이 있다. 꽤 시니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프랑스 특유의 감성으로 잘 만들어낸 동영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구에게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제시하는가는 잘 생각해서 활용해야 할 것인데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많은 어른들은 이런 영상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아이들에게는 위해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프랑스에서 제작한 짧은 남여평등 교육 영상 '억압당하는 다수'

www.youtube.com/watch?v=9Q4Kxn-YWaw

 

최근에 발견한 성교육 관련 책 중에 좋은 책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인티 차베즈 페레즈 저/이세진 역/노하연 감수 | 문예출판사 | 2020

 

이 책은 부제처럼 소년부터 성년까지 남자가 꼭 알아야 할 성에 관한 지식과 정보들을 담고 있다. 

딱딱하지도 않고 에둘러가지도 않으면서 주절주절 잡설을 늘어놓지도 않는다.

간결하고도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편하게 해준다.

남자들이 읽으면 좋겠고, 여자들이 남자의 성을 이해하기 위해 읽어도 좋겠고, 성교육을 하는 사람(교사, 강사, 부모)들이 읽어도 도움이 되겠다. 

물론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고 북유럽 배경에서 말하고 있으니 그점은 새겨야겠지만 나는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한참 멀리 나아가 있다.

어른들은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모른채하거나 덮어두면서 그것이 교육적('안 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아이들은 보고, 듣고, 배우고 있다. 물론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배우고 깨닫고 성장한다.

 

나도 어려서는 정조 순결교육을 배우고 내면화하면서 자랐다.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어른이 되고 보니 인간의 절반이 이성이고, 어쨌든 이성과 평화롭게 공존해야하는 인생 동안 성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른들이 '다' 가르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좀더 솔직하고 정직하게, 그러면서 아이들을 존중하면서 아이들의 최상의 건강과 행복을 바란다는 점을 전하는 방식으로 성교육이 발전했으면 한다.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은 어른들이 서로 존중하는 성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두말하면 잔소리!)

하긴 이렇게 교재도 만들고 강사도 배출하고 연구조사도 하고 논란도 겪는 등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 어른들이 깨닫고 배우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가르침을, 배움의 조건을 제공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