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발도르프 통합학교에 관심있으세요?

샘연구소 2020. 11. 2. 19:19

캠프힐에서 온 편지

발도르프 아줌마의 삶고 교육 이야기

-김은영 씀(2008), 지와사랑

 

나는 양평에서 주말을 보내는 날이 많아 캠프힐공동체 대표이며 슈타이너학교를 이끌어온 김은영을 알고 있었다. 몇 년 전 양평에서 장애인부모연대 양평지회장을 하던 만화가 장차현실씨와 그녀가 지도하는 그림 수업에 참여하던 장애청년들의 부모, 그리고 그림 수업에 참여하거나 도움을 주기 위해 관여했던 양평 사람 몇몇이 어울려 장애인문화예술협동조합 을 만들 때 나도 참여하였고 함께 활동한 작품들로 옥천면에서 첫 전시회를 할 때 그녀와 인사했다. 그녀는 여러 해 전에 이곳 옥천면 용천리에 처음 장애아동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슈타이너학교를 세웠지만 학부모, 관계자들의 오해와 갈등으로 학교가 두쪽 나서 갈라지고 그녀는 많은 상처와 피해를 입은 채 신복리로 새 공간을 구해 열심히 학교를 꾸미는 중이었다. 이후에 따로 둘이 만나고 싶었지만 실제 만남은 뒤늦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난 지금 막 그녀가 주고간 이 책을 끝까지 읽었다. 단숨에 읽어지고, 그러고 싶은 책이었다! 

 

김은영은 집이 가난해서 여상에 진학했다. 그런데 대학에 꼭 가고 싶었다. 그래서 삼수 끝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에 진학했다. 대학교에서 만난 같은 과 남학생과 연애결혼을 하고 아들을 얻었다. 일찍부터 스스로 일해 돈을 벌고 자기 살림과 삶을 꾸려야 하는 일이 자연스런 그녀는 지인과 사업을 하며 일하고 돈벌어 가정을 돌보았다. 그러다가 어찌하여 지인의 권유로 장애인복지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의미에 눈이 번쩍 뜨였다. 소위 장애’, 그리고 교육이란 부분에서 빛을 본 것이다. 그리고 단국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서 특수교육을 제대로 공부했다. 그리고 특수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그러나 그렇게 특수교사로 일한 지 15, 마흔이 되었을 때 특수교육의 이념과 이상을 찾아 슈타이너 교육을 공부하겠다고 홀연히 교직을 그만두고 독일로 유학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어눌한 독일어로 중년의 나이에 시작한 독일 유학. 그래도 그녀는 또순이처럼 당차게 개척해나갔다. 더구나 남편이 지방대학에 일자리가 생겼다며 아들을 독일로 보내는 바람에 독일에 도착한 지 6개월째부터 유학생이자 워킹맘으로 지냈다. 이 정도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독일 발도르프 학교와 장애인공동체 이야기가 그냥 평범하지 않을 것이 예상될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그녀는 살아내는 특수교사, 유학생, 공동체 직원, 사춘기 아들의 엄마로 지낸 독일에서의 경험을 독자들에게 드러낸다. 

 

책에서 우리는 슈타이너의 인지학(人智學 Anthroposophie) 정신, 발도르프 학교의 교육과 삶, 캠프힐 공동체의 일상과 사람들 하나하나의 생활을 그녀의 눈을 통해 보고 그녀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다. 그녀는 책 제목대로 아줌마의 편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공부와 만남, 생활, 가족 이야기, 자기의 꿈을 이야기한다. 그 아줌마는 우리가 흔히 경멸조로 말하는 그런 아줌마가 아니다. 깨어있고 도전하는, 긍정과 생명의 에너지로 가득한, 서로 어울리고 배려하며 행동하고 책임지는 지성인이다. 하지만 동시에 겸손하고 유머가 있다. 가득한 사진들은 또하나의 선물이다. 그래서 심오하고 어렵게 여겨질 수 있는 슈타이너의 교육철학이 쉽게 이해된다.

그녀는 독일에서 5년에 걸쳐 슈타이너 사범대학 석사를 마치고 독일과 영국에 있는 여러 발도르프학교들을 순례, 견학했고 성인까지도 함께 생활하는 장애인공동체인 영국의 캠프힐에서도 코워커로 6개월을 머물렀다. 이렇게 6년의 외국 유학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돌아와 그녀의 꿈을 따라 한국최초로 캠프힐을 창립했다.

 

“교육이란 아이들에게 사회에서 필요한 것,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가르쳐, 사회에 가치 있는 인간으로 키워가는 것(소위 교육의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불 때, 문화 계승 내지는 발전의 기능)이 아니라,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갖고 온 것이 무엇이며, 이 세상에서 무엇을 실현할 수 있을까를 살펴서 그것을 잘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 학교이고, 그리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루돌프 슈타이너 전집 GA, 293)

 

요즘 한국에도 발도르프학교들이 많이 생기고 슈타이너의 교육철학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녀가 꿈꾸는 진짜 슈타이너 교육, 독일과 영국에서 경험한 평화로운 존중의 공동체 체험이 참 소중하다. 그녀의 책을 읽노라면 그녀가 슈타이너 교육과 발도르프 학교, 캠프힐 공동체에 사로잡혔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자격증이나 학위, 자기 프로필을 위해 공부한 것이 아니다.

 

그녀의 삶이 다른 나침반을 따르게 된 것은 신비이다. 때로 우리의 삶은 전혀 계획에 없던 쪽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리고 온 우주가 그런 나와 함께 하는 것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거역할 수 없다. 지금도 그녀는 온 재산과 온 힘과 마음을 쏟아 꿈을 좇아 나아가고 있다. 그녀의 수고 덕에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행복을 확인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