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거환경
나는 내가 사는 집, 방, 공부하거나 일하는 곳, 지하철 광고, 도로의 노면과 광고 등 주변환경에 아주 민감하다. 어려서는 건축가가 되고 싶어했고 한참 실내설계도를 신문이나 잡지에서 오려서 스크랩해 모으기도 했다. 아이큐 검사에서는 공간지각력이 높게 나오기도 했다. 나는 평소 좀 산만한 편이어서 ADHD가 아닐까 의심했는데 그래도 집중도 제법 하고(물론 지루하고 싫어하는 것은 못 견뎌서 무조건 잔다) 한국에서 이만큼 공부한 건 ADHD는 아닌가보다 싶은데 공부하다보니 그것은 내가 시청각 후각 자극에 아주 민감하고 순식간에 반응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나처럼 극도로 주변 환경에 민감하지 않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물리적 공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복잡하고 지저분하고 산만하고 시끄러운 지하철역이나 출퇴근길 붐비는 지하철을 늘 이용해야 한다면 정말 몸도 마음도 피곤하다. 그러나 주말에 등산을 가거나 강가를 산책하거나 교회, 성당의 높은 천장 아래 조용한 공간에서 나만의 공간이 보장된다면 다시 회복되고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그러니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집home', 내 방이라고 생각하는 곳, 늘 돌아갈 곳, 늘 거기에 있는 곳,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곳, 익숙한 곳, 나만의 곳, 공부도 하고 친구와 채팅도 하고 게임도 하고, 잠도 자는 곳, 아프면 쉴 수 있는 곳, 나아가 가족이 있는, 그곳의 영향은 엄청날 것이다.
2. 아동발달과 주거환경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발달하고 생활하는데 있어서 가정의 물리적 환경은 중요하다.
그런데 모든 아동이 좋은 집에서 살지는 않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등은 아동 주거권에 관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단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주거빈곤 아동은 약 100만명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난다. 주거기본법에 의거해 최저 주거기준 미달이거나 지하, 옥탑방에 사는 아동이 약 85만 8천명이며, 고시원, 쪽방,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 주택이 아닌 곳에서 사는 아동은 8만 6천명에 이른다.
내가 학교사회복지사로서 가정방문을 했던 아이들이 사는 곳은 임대아파트와 반지하, 빌라가 대부분이었는데 드물지만 엄마와 아이가 고시원과 모텔을 전전하고 있거나 스티로폼을 덕지덕지 붙인 비닐하우스에서 사는 가정도 있었고, 아버지와 함께 봉고차를 타고 살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 임시 쉼터에 머물고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고 봐야할 것이다.
겨울엔 냉골같고, 환기, 통풍이 안 되어서 여름 장마철엔 집안에 곰팡내가 가득하고, 부엌이나 화장실 창문으로는 밖이 훤히 보이고 팔뚝이 불쑥 들어오기도 하며, 공동화장실을 써야하기도 한다. 원룸같은 구조의 집에서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딸이 여름 무더위 중에 거의 반 나체로 실직한 새아버지와 같이 지내기가 민망하고 불편해서 집에 못 들어가고 동네를 배회하는 아이도 있다.
그래도 아이들은 어쨌든 학교에 오고, 친구랑 까르르 웃으며 잘 논다. 살펴보면 이런 곳에 사는 아이가 아픈 데 없이 건강하게 쑥쑥 자라며, 타인과 정서심리적으로 안정되게 소통하고 공감하리라 기대하는 것이 미안하다. 공부는 말할 필요도 없다.
3. 아이들이 바라는 집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니?
아이들이 대답했다.
주변이 조용한 집.
방이 많아서 각자 활동을 따로 할 수 있는 집
자기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집
햇빛 잘 들고 통풍 잘 되는 마당 있는 집
친한 친구랑 가까운 집
작아도 제대로 구조를 갖춘 집
4. 사회가 할 수 있는 것
아이들의 대답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울린다.
너무 비싸고 아주 호화로운 집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주거복지가 보장되는 환경을 만들도록 민간과 정부가 모두 궁리했으면 한다.
위 3개 대표적인 아동권리옹호 및 복지지원 단체들은 후원금을 모아서 아동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하고 있다. 일정정도 지자체나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 민간의 관심과 참여지원의 중요성도 인정하지만 기본적으로 가난한 어른들의 주거빈곤이 해소되었으면 좋겠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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