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남양주교육청 산하 교육복지학교들을 순회하며 '찾아가는 교사연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리초, 교문초, 수택초에 이어서 구리중, 구리여중, 토평중을 찾아갑니다.
학교에 갈 때마다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안 그래도 바쁜 선생님들의 일정을 쪼개어 강의를 하는 것이 미안합니다. 수업, 학급 돌보기, 그밖의 행정일로도 벅찬데 또 하나의 사업을 잘 하라고 하는 것 같아서 더 죄송합니다. 내가 교사시절에도 늘 연수는 그리 즐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항상 1분전까지도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리남양주교육청은 서울의 동북쪽 춘천, 양평으로 나가는 길목에 접해있습니다.
몇 년 전 어느 조사연구에서 흥미있는 결과가 나왔었습니다. 서울 중산층지역, 구리시, 그리고 농촌지역의 초등학생들의 정서상태에 대한 설문조사결과였습니다. 결과는 구리시 어린이들이 가장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사회성이나 도덕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잊었지만 살만한 곳, 아이들을 잘 돌보며 기르는 곳인가보다...라는 인상만이 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요즘 구리시의 형편은 조금 달라진 모양입니다. 소위 '원주민'들이 사는 미개발, 저소득지역에 해가 갈수록 점점 더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 모여들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의 '뉴타운'정책과 전셋값 폭등도 한몫하고 있지요. 몇 년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 되돌아온 선생님이 "예전엔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이젠 한 반의 절반 이상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에요."라고 한탄합니다.
그래서 재작년부터 교육복지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척박한 여건에서 모두가 애를 많이 썼습니다. 어떤 교장선생님은 내내 사업을 못마땅히 여기시더니 급기야는 교육복지사업을 한다고 소문이 나면 빈곤학생들이 많이 몰려들고 그럼 학교질이 떨어지고 '명문학교'라는 이미지를 이룰 수 없다며 사업을 반납하겠다고까지 하셨습니다. 실무자들은 선생님들의 이해와 협조를 얻어내느라 소진되고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고맙게도 초창기 담당자인 피씨와 지전가들이 똘똘 뭉쳐서 가족처럼 지낸 끝에 어려움을 다 인내하고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이해도 점점 좋아지고 교육청의 지원도 든든합니다. 무엇보다 계장님은 가장 씩씩한 사업 추진책이십니다. 이쯤 되니 올해부터는 더욱 힘차게 사업이 진행될 기미입니다.
특히 구리초등학교는 참으로 널리 소문내고 칭찬해드리고 싶은 학교입니다. 교장선생님의 소신과 지원이 가장 중요한 기둥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업담당 선생님은 '윤스탈로치'라고 불리울 정도로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십니다. 스스로 휴일에도 아이들과 프로그램을 하시면서 더 많은 아이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주지 못해서 마음아파 하십니다. 이에 힘입어 교육복지사업이 학교 전체를 따스하고 행복하게 하는 데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별관 1층은 교육복지실, 도움반, 병설유치원, 게다가 올해 설치된 위클래스까지 나란히 있어서 아이들의 복지터입니다.
교사연수를 할 때마다 선생님들이 제 강의에 공감하고 감동하시는 모습에서 교육의 희망을 봅니다.
한 때 교사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사실 거의 '직무유기'에 가까운, 아니, 교직을 떠나주었으면.. 하는 선생님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선생님들의 마음 속에 '참스승'이 되고 싶은 소망이 있음을 봅니다. '참교육'을 하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교육복지사업이 선생님들을 '참스승'으로 거듭나게 해드리고 참교육의 보람을 맛보게 해드리길 바랍니다.
'증명할 수 있는 빈곤'을 기준으로 아이들을 갈라내지 않고 지원할 수는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