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명의 아이들과 함께 쓴 희망교육에세이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고정원, 리더스가이드, 2010)
나는 학교현장에서 사회복지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기 때문에 새로운 책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나의 정체성을 중심에 놓고 책을 읽는다.
이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마음속에서 작은 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미세한 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마치 경보음처럼 온종일 나를 따라다니고 점점 나를 불편하게 한다. 불편함의 실체는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역할에 관한 욕심이다. 저자의 성과와 별개로 이제 나의 개인적인 욕심과 만나볼까 한다.
1.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역할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는 28명의 학생들이 저자와 함께한 기록이다. 다양한 학생들이 저자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고 성장한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경진이부터 자살로 인해 가슴에 묻은 창훈이에 이르기까지 실제 학교현장에서 무수히 만날 수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기록된다. 때로는 성장하고 때로는 실패하고. 저변에 흐르는 저자와 28명의 학생들이 지키고 있는 연대, 소통, 신뢰, 상호이해는 저자의 겸허함, 인내심, 헌신성, 지속성, 진정성과 함께 흔들림 없이 유지된다.
그러나 책에서는 저자의 다양한 활동 성과에도 불구하고‘지역사회교육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이 잘 보이지 않고 독서치료 및 상담 업무가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역할’로 보일 수 있어 아쉽다.
또한 지역사회교육전문가로서 저자는 거의 혼자 활동한다. 상부기관인 교육청 전문가와 학교 교사 그리고 지역사회 기관의 전문가 사이의 협력 네트워크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본문에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학교 및 지역사회 자원 그리고 인력 부족이 거론되어 있다. 그러나 거론된 한계를 극복하고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교육복지우선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이며 사업의 수행을 위해 민간 전문인력으로 파견된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역할임이 분명하게 표현되었더라면 하는 것이 나의 욕심이다.
2.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은 프로그램 사업이 아니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은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맞춤형 복지 지원이기 때문에 단순히 프로그램을 만들고 아이들을 참여시키는 구조가 아니라 프로그램과 사례관리의 복층 구조로 구성된다.
일반 가정의 학생과 비교할 때, 저소득층 가정 학생의 경우 교육적 성취에 도움이 되는 기반이 부족한 경우가 많으므로 교육적 성취의 평등이라는 측면에서 불리함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불리한 조건을 보완하고 수정하고 강화하는 것이 사례관리이다. 사례관리를 통하여 출발선 평등이 가능하게 되는 이유이다.
저자가 책을 통하여 학생들을 만나는 과정은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교육 출발선 평등 성취라는 기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저자의 전문적인 실천 방법이다. 전문적인 실천방법인 책을 통하여 학생들을 만나는 과정 중에 획득된 성과와 더불어 저자가 애타게 찾아다니고 전화하고 만난 학생, 부모, 교사 그리고 지역사회 기관 전문가들의 노력을 더한 사례관리가 함께 어우러져 한권의 책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음에서 오는 아쉬움과 더불어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이 다양한 프로그램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더하고 나니 저자의 성과, 동료들을 위한 조밀한 참고도서의 정리에도 불구하고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3. 전문적 실천기술과 방법
전문적인 실천기술과 방법을 가진 전문가만이 실제적인 도움을 학생들에게 줄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라고 말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답을 알고 있는 부끄러운 질문일 것이다.‘인간을 대면하는 실천학문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죄를 짓는 일이다.’라고 토로하던 유아교육 전공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에서 학생들이 경험하는 문제의 원인과 행동의 유형은 우리가 학교 현장에서 보아왔던 모습 그대로이다. 부모의 부적절한 양육환경, 경제적 가난, 학생 본인의 장애, 탈북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낯선 사회의 적응, 부모의 이혼, 교사와의 갈등, 꿈이 없는 학교 현실, 친구들 사이의 왕따와 괴롭힘, 부모의 역할을 해야 하는 부담, 기질적 가정폭력, 부모와의 이별, 입양, 문제아. 비행, 성정체성, 자살 등... 학생들은 결석하고 가출하고 자살하고 문제로 힘겨움을 드러낸다.
전문가로서 한껏 애쓰고 노력하다가 소진되지 않기 위해서 첫 번째 가져야 하는 것은 인간에 관한 무한한 애정이다. 그리고 그 위에 인간을 대면하는 실천학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실습이 더해지고 여기에 어떤 탄력적인 방법으로 만날 것인가와 같은 실천 기술들이 더해져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프로그램화 되어 목적을 달성한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 관한 무한한 애정과 지치지 않는 열정, 그리고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가지고 있는 실천 기술들에 인간을 대면하는 실천학문에 대한 깊이가 더해졌더라면 하는 욕심은 결국 내게로 향하는 고백임을, 그 부끄러움이 욕심이라는 감정으로 다가왔음을 한권의 책을 통하여 깨닫는다.
4.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은 진화하는 사업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학교와 지역과 학생들의 다양성, 변화 가능성 등은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을 정형화된 사업이 아니라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변화하고 진화하게 한다.
변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실천가 자신에 관한 정체성의 확립이다. 지역사회교육전문가는 사회복지사, 심리사, 청소년지도사, 교사 등 교육, 문화, 복지 관련 전문가를 채용 조건으로 한다.
나는 사회복지사이므로 사회복지사가 학교에 들어가 가장 일 잘 하는 사람이었으면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늘 경계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만이 학교 현장에서 적절하게 일할 수 있는 직종이라는 생각은 구태의연한 생각임을 알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의 교육복지를 위해 헌신하길 소망하며 또한 나는 각각의 전문가가 학교 네트워크를 통해 win-win 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사업에 참여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회복지사가 아닌 타 분야 전문가의 훌륭한 실천 경험이 나를 겸허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수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이 명확할 때, 타 분야의 정체성과 전문성도 존중할 수 있기에 스스로가 정체성이 확립된 실무자로 살기위해 노력한다.
여기에 저자의 책을 만나면서 ‘변화하는’ 이라는 단어 하나를 추가한다. 학교와 지역 그리고 학생들은 이미 사업을 통하여 변화하고 성숙하고 있다. 이 속에서 변화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것은 현장 실천가인 우리들의 개인적인 변화와 우리들이 만들어 활용하고 있는 지역사회 체계일 것이다. 보다 많은 변화를 통한 진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내부의 변화가 먼저라는 식상한 문구가 오늘은 설레임으로 다가오고 나를 욕심내게 한다.
오늘 나는 전혀 편안할 수 없는 에세이 한편을 읽었다.
동일한 사업을 수행하고 혹은 수행한 동료로서의 개인적인 욕심이 나를 불편하게 하였지만, 이는 저자에게로 향하는 화살이 아니라 내게로 과녁이 맞추어진 아픈 화살임을 알기에 더욱 더 불편하고 불편했다. 더군다나 명중률 100%이니 피할 도리도 없는 화두이다.
정신없이 바쁜 학교라는 현장 속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그 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펴냄으로써 나를 돌아보게 해준 저자의 신념과 부지런함에 무한한 경의와 사랑을 보낸다.
(한국교육복지연구소 연구원 문경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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