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변화

샘연구소 2011. 10. 29. 10:05

우리는, 학교사회복지사는 왜 학교에서 일하는가?

아이들을 사랑해서, 아이들이 행복해지는데 도움을 주고 싶어서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삶의 환경들이 변화하기를 바란다.

보다 인간적으로, 보다 정의롭게 말이다.

 

그러나 변화는 쉽지 않다.

개인의 습관과 복잡하고 오밀조밀하게 엮인 주변의 관계들이 마치 홍수때의 물살처럼 흘러가고 있는데 누군가의 개입으로 그 물길을 돌려놓겠다는 것과 같다.

그래서 변화는 어렵다. 사람도 상황도 바꾸기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사람은 변한다. 상황도 세상도 변한다.

참으로 오묘한 일이다.

 

케미블 TV를 통해 외국에서 만들어진 부모 코칭 프로그램들을 보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SBS TV에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이 시작되어 관심을 끌었다. 그러더니 작년에 EBS TV에서 다큐멘터리 '학교란 무엇인가' 10부작을 하면서 교사코칭을 시도했다. 그것이 호응을 얻자 올해 본격적으로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와 그에 이어 '엄마가 달라졌어요','남편이 달라졌어요'를 시도했다.

 

정말로 선생님들이, 엄마들, 남편들이 달라지는 것을 본다. 그리고 아이들도 달라진다.

모두가 행복해진다.

생태체계적 관점에서 말하면 아이들에게 유의미한 타자들인 교사, 엄마, 아빠가 달라지면서 아이도 변한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변한 당사자뿐 아이라 모든 가족과 학급 구성원들이 다 행복해졌다.

 

사회사업실천을 통해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도 교사가 아이들을 보는 관점, 대하는 방식의 변화, 아이가 자신을 다루는 방법, 친구나 다른 사람들과 관계하는 방법, 생활을 하는 방법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이 방송들을 유심히 보았다.

 

이 방송들에서 변화의 키워드들을 몇 가지 골라보았다.

 

첫째는 동기이다.

엄마이든 선생님이든 불편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모습으로 바꾸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 신청했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변화를 위한 동기(motivation)가 있었다. 이것은 또 기대이기도 하다.

 

둘째는 기간이다.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의 경우 5개월이 걸렸다.

습관을 바꾸는데는 최소 두 달은 걸려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경우 한 학기 또는 1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방학도 고려해야 할 것이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급이 바뀌고 담임이 달라지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투입과정이다.

이 과정들에는 3명~8명의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수업관찰, 코칭, 미션수행, 워크숍과 현장점검평가 등의 과정을 함께 했다. 정교한 현황분석과 그에 따른 행동수정 지침, 과제수행이 잇따랐다. 당사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고 반성하고 깨우치고 그 후에 힘든 변화행동을 조금씩 시도해나갔다.

 

넷째는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른 엄마, 다른 선생님일 수도 있지만 코칭 스탭들이 지켜보고 있고 나아가 전국의 시청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것은 책임감을 갖게 한다.

 

 

EBS TV 인터넷 화면 캡쳐

무료로 다시보기 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기본적인 생활의 욕구들이 결핍되거나 문제들이 얽혀있어서 변화가 더욱 복잡하고 어렵고 오래 걸리며 '치료약'보다도 '보약'이나 '건강식'을 먼저 준 다음에 치료해야할 경우들도 있다.

 

가장 힘든 문제는 '동기화'가 어렵다는 점일 것이다. 아이들은 문제를 문제로 느끼지도 못하거나 거기서 벗어날 수 있다는,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생각하지 못한다. 일단 변화욕구만을 확인하고 목표에 합의한다면 50%는 한 거나 마찬가지다.

 

나 역시 한 아이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가정방문을 해서 아버지와 엄마를 만나서 이야기하고 설득하기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밤에도 만나고 학교에서 만나기도 했다. 저 TV 방송들처럼 지원자들의 사전 동기도 없었고, 나의 권한이나 능력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 담임선생님과도 많은 시간 이야기했다. 이렇게 아이 당사자보다도 어른들과 이야기한 것이 정작 그 아이와 이야기한 것보다 훨씬 더 많았다.

 

심한 경우 아이는 자기가 왜 행복해졌는지, 언제 어느새 문제행동이 점점 사라졌는지 몰랐다. 그냥 언제부터인가 부모님이 관심을 갖고 대화해주시고, 선생님이 무조건 야단치고 내치지 않고 눈을 맞추고 질문하고 이야기를 들어주셨던 같다. 세상이 자신에게 좀더 안전하고 호의적으로 바뀐 것 같다고 느낄 뿐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변했다.

 

사실 아이에게 이상한 습관과 행동을 야기한 부모나 교사들의 말과 태도, 행동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일일이 교실에 CCTV를 설치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 구체적이고 강력한 코칭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교사, 부모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고 바람직한 교사의, 부모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언과 지침을 제시하고 협조를 요구할 수 있어야겠다.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어느 편에서 마지막에 서길원 교장선생님이 말한다. "변하면 행복해집니다."

그렇다. 변화는 두렵고 귀찮은 것이지만 변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런데 왜 선생님이 엄마나 아빠보다 더 쉬워보일까?  아이를 대하는 습관을 바꾸는 것이.

 

 

 

 

 

 

 

 

 

 

 

 

 

'동향과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부모가정 아이들  (0) 2011.11.06
교육복지종합계획의 출발  (0) 2011.10.30
히키코모리  (0) 2011.10.28
박원순 시장  (0) 2011.10.27
지역사회 교육공동체   (0) 2011.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