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학교방문 컨설팅

샘연구소 2011. 11. 7. 22:41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올해 2011년부터 저소득층밀집지역의 학교에 집중 지원하던 교육복지우선사업을 시교육청 사업인 자원학교만들기지원사업과 통합하여 '교육복지특별지원사업'으로 하면서 저소득층 학생이 10명 내외만 재학하고 있더라도 1000만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해서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는 골치가 아프다. 겨우 10명-30명밖에 안 되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서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지원도 없이 교사 스스로 또 사업을 하고 보고 하라니... 그래서 어떤 학교들은 그저 멘토링사업한다고 자원봉사자 활동비 지원이나 방학중 캠프, 문화행사 관람비 등으로 굵직하게 돈을 팍 써버린다. 선생님들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이렇게 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 광진구의 신양초등학교를 방문하고 이런 학교가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 이 학교에는 총 재학생 825명 중 빈곤소외계층 자녀가 40명이 채 안 되게 재학하고 있다. 모른척 외면해도 될 숫자이지만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교육복지특별지원사업 지원비로 약 1200만원을 받았다.

 

학교는 자양동 청담대교 북단에 있는데 중형 아파트 단지와 근접해있지만 인근 성수동쪽에 거주하는 학생들도 함께 재학하고 있었다. 아담한 학교 운동장 주변에는 교장선생님의 지시로 쓸어내지 않은 단풍잎들이 곱게 내려앉아 있어서 더 아름다웠다.

 

강세창 교장선생님이 담당 홍성민 6학년 부장선생님과 직접 컨설팅 내내 함께 하여 주셨다. 두 분 모두 무엇이 그리 즐거우신지 내내 싱글벙글이신데 역시나 학교생활이 즐겁고 보람차니 그러신 것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과 기꺼이 지혜와 경험을 내어주시는 교장선생님이 합쳐서 '꿈의 학교'를 이루고 있었다. 

 

나는 사업 내용에 기초학습 지도가 많아서 문예체 프로그램이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되는데 어떻게 하고  있는지 여쭈었다. 교육복지사업 외에 이 학교는 일상적으로 2교시 후마다 음악에 맞추어 쉼과 운동을 한다고 한다. 그 음악은 교과서에 나오는 감상곡 전곡을 1주일 내내 틀어준다고 한다. 와우! 게다가 '1인4기'지도로 아이들은 외국어, 악기, 운동, 자기 재주 등 네 가지를 동아리, 특기적성, 방과후 활동 등으로 키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저 학교생활이 너무너무 즐겁고 신나한단다.

 

이럴수가! 이게 되는구나... 그럼 이렇게 노는 학교는 성적은 어떨까? 작년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수업일수를 가까스로 채운  단 한명의 학생만이 한 과목에서 기초학력미달이 나왔고 전교생이 기초수준을 넘겼단다. 와우! 대단하다.

 

심리정서사업은 어떨까? 방학중 1주 동안 상담을 했다는데 이 내용이 궁금했다. 손님인 외부강사가 한 주간 와서 무슨 효과적인 상담을 할 수 있나 싶었다. 알고보니 교장샘이 서울시교육청 학습부진아사업 담당을 하시던 분이시다. 그 때 제작한 자료집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했다고 한다. 수십명의 능력있는 교사진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지만 정작 현장 교사들은 어려워보이고 귀찮아서 제대로 활용을 안 하고 있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 자료를 120%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담임교사와 서울교대에서 하는 셀프플래너 교육을 이수한 강사 2명이 1년 내내 아이들과 학급단위로 또 개별학생에 대해서 자기관리와 진로지도를 해주기 때문이란다. 아하....

 

그래도 지도가 잘 안 되는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아이들이 몇은 있을 텐데... 그 아이들은 어떻게 지도하는지 궁금했다. 잘 한다 싶으니까 자꾸 파고들게 되었다. 역시나... 실제로 최근에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학생 하나가 중국에서 전입해왔다고 한다. 학교는 이 아이가 완전히 기초학력수준을 따라갈 때까지 맞춤식으로 다양한 지원책을 수립하기로 했다면서 이 사업 예산으로 사용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Of course! Why not?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방과후 언어교육, 수업 중 보조교사 활용 등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려고 골몰하고 있었다.

 

문화체험이나 여가활용 프로그램은 어떨까? 역시 지자체와 교육청 예산을 잘 조합해서 아이들이 수학여행이나 문화체험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수학여행 공지가 나가자 이런 저런 이유를 대고 못 간다고 했다가 지원을 받게 되자 전원이 즐겁게 수학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캠프고 가고 싶다고 한단다.

 

교장샘이 이렇게 예산을 많이 구해오시고, 기대수준이 높으시니 교사들이 업무가 많아져서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좋아하고 교육이 잘 되니 전혀 힘들지 않다고 하신다. 교장샘도 역시 좀 힘들겠지만 이게 교사의 본분이 아니냐고 하셨다. 빈틈이 없다.

 

마지막으로 애로점이나 건의사항을 여쭈니 교장선생님이 전문상담교사의 필요성을 말씀하셨다. 교사는 상담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꼭 전문상담자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아이들은 교사에게 모든 걸 다 드러내고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종종 어려운 문제와 상처를 혼자 끌어안고 끙끙 앓는 아이들이 있는데 알아채지도 못하고 돕지도 못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그 '전문상담교사'제가 국가공무원 정원에 묶여서 인턴상담교사제도로 와전되고, 제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내가 혹시 파트타임제로 하면서 시급을 높이고 자격이나 경력기준을 강화하면 어떨지 여쭈니 교장샘은 더 파격적인 대안을 말씀하신다. 교사를 지방공무원으로 바꾸어서 지자체에 따라서 교사수급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실행가능성은 매우 낮다 못해 불가능해보인다고 우리 모두 동의했다.

 

마지막으로는 취학 전 영유아 교육에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말씀을 여쭈었다.  지역 여건상 병설유치원은 불가하나 내년에 방과후돌봄학교를 증설할 계획이라고 하셨다. 또, 사범대학에서 중고등학교 실습만 나가는데 서울사대처럼 초등학교에도 짧게라도 실습을 하는 게 좋다는 말씀도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방과후 가정과 마을에서도 교육적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가정방문도 하고 유관 기관, 서비스들도 찾아보고 협력하실 것을 권해드렸다.

 

교육복지사업이 프로그램 사업의 하나로 돈 쓰기에 급급할 뿐 아이들을 세심히 챙기지 못하고 가난한 아이들만을 따로 불러내서 이것 저것 시키면서 부담과 낙인감만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고 학교의 모든 교육과정과 사업들 속에서 조화롭게 거들면서 활기차고 유의미한 교육체험이 풍성한 학교를 이렇게 만들 수 있다.  이런 학교만 있다면 우리 교육에 정말 희망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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