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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대표도 참석가능해진다.

샘연구소 2011. 3. 14. 22:32

서울특별시 곽노현 교육감은 3월 9일 '서울특별시립 학교운영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하고 3월 29일까지 개인과 단체의 의견을 받고 있다.

http://www.sen.go.kr/web/services/bbs/bbsView.action?bbsBean.bbsCd=72&bbsBean.bbsSeq=2038

 

변경 내용 중에 눈에 띈 것은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대표가 참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입법예고문(학교운영위원회 조례).hwp

 

 

변경된 9조에 보면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바. 학생생활과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 학생대표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건의할 수 있도록 하고 운영위원회에서 학생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안건을 심의할 때 위원장은 학생대표로 하여금 회의에 참석하여 발언하게 할 수 있도록 함(안 제9조 제3항 및 제4항, 제6항)

정식 위원으로 참석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안에 따라서 학생대표가 참석할 수 있게 문이 열린 것이다. 그동안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권이나 복지와 관련한 사안을 심의, 결정할 때에도 학생대표는 참석하지 못해서 왜 안 되는지 안타까워했다.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선진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가 비준한 UN아동권리협약(여기서 아동은 청소년까지도 포함하는 18세까지의 나이이므로 '아동청소년 인권조약'이라고 할 수도 있다.)에 나와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가 아동청소년의 '의사표현권'이 보장되어 있지 못한 점이 지적되었었다.

 

2003년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의 '아동권리협약'의 이행상황을 심의한 뒤 △협약의 내용을 유보하는 부분이 남아 있고 △협약의 이행과 조정기능을 담당하는 기구가 없으며 △관련 통계가 불완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 위원회는 또 △이혼가정의 자녀가 부모를 볼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고 △비상계엄 하의 재판이 단심제여서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어려우며 △입양을 사실상 국가가 허용하는 제도를 문제삼았다. 또 시도별 교육위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 참여가 보장돼 있지 않고 학교와 가정에서의 체벌이 여전하며 아동 관련 통계가 부처마다 다르다고 지적하면서 아동권리협약의 이행을 저해하는 전통과 문화를 변화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UN아동권리협약 전문.hwp

 

내가 모 고등학교의 학교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면서도 안타까운 경험들을 했다. 아주 사소한 예들이었다. 한번은 두발자유화라고 해서 약간의 머리 관리 규칙이 완화되던 시기가 있었다. 거의 10년 전일 것이다. 여학생들의 머리 고무줄 색깔을 검정색에서 갈색, 곤색으로 완화한다는 것이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아이들 머리 묶는 고무줄이나 머리띠를 빨강이나 노랑을 하면 왜 안 되는가? 컬러TV가 나온지도 수십년인데 왜 교실은 무채색이 되어야만 교사들이 잘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또 최근 몇 년 전에는 여학교의 여름 교복이 너무 몸에 꽉 조이게 되어서 아이들이 불편하고 교실에서 앉아있을 때에는 거의 다 풀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편직(메리야스)으로 된 티셔츠 종류를 교복으로 인정해달라고 졸랐다. 그래서 한 선생님이 안건으로 운영위원회의에 올렸다. 하루종일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입고 있어야 하는 교복이 그렇게 몸에 조이니 불편하기도 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은데다가 아이들은 유일한 외출복인 교복으로 최대한 멋을 좀 내고 자기 개성을 살려본답시고 한껏 짧게 줄이고 조여서 입는다. 선생님들은 수업에 들어가 눈 둘 곳이 불편할 정도라고 했고 거리에서 조차 단추를 풀고 다니니 눈쌀을 찌푸리게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견은 기존의 교복을 더 챙겨입도록 지도하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구입비용, 이미지, 교육적 측면 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30년을 앞서가며 요구하는데 교사나 학부모들은 30년 뒤로 자꾸 잡아당기려고 한다. 번번이 당사자인 학생들은 배제된 채 교사들 중에 일부는 아이들을 대변하려고 하지만 대다수가 규제하려고 하고, 학부모 위원들은 교장 눈치만 보고,  무엇보다 교장 역시 변화를 꺼리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아이들의 의사가 무시되는 것을 보고 이것이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인가 하는 회의를 했었다.

 

이번에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선진적인 조례개정을 환영하며 적극 지지한다.

 

이런 기회를 통해 아이들이 진정한 민주시민으로서 연습하고 성장해가는 교육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구데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식이 아니라 내 아이가 자립하고 나를 넘어서 '청출어람' 할 수 있도록 마음껏 그들에게 장을 열어주고 목소리를 내게 하고 어른들도 똑같이 합리적으로 토론을 해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징계위원회나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같은 경우에도 학생 당사자가 자기를 스스로 변호할 기회가 무시되지 않도록 학교사회복지사들의 관심과 당당한 옹호활동이 필요하다.

 

 

다음은 오마이뉴스에 실린 관련기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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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학교운영위, 학생대표도 참석한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자치활동과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방안 마련

 

오마이뉴스 윤근혁 (bulgom) 기자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36601&PAGE_CD=N0000&BLCK_NO=7&CMPT_CD=M0010

 

 

학교운영위원회 회의에 학생대표가 참석하는 등 학교의 의사결정 과정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한 졸업식과 입학식 등을 학생들이 기획하도록 하고, 학생회 자치활동 예산의 자율 집행도 가능하게 된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곽노현)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학생자치활동 활성화 방안과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방안을 지난 11일 확정한 사실이 13일 확인됐다.

 

민주시민

인권존중

 

공동체의식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과 실현을 위해 사람의 가치가 우선시되어야 하며, 자기의 삶만큼 타인의 삶도 존중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자질이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약속과 규칙을 준수하며 무질서를 막고 함께 어울려 살면서도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갖추어야 할 자질이다.

합리적 의사결정

 

참여와 실천

민주사회에서 개인의 의견과 신념은 존중되어야 하며 이들의 차이로 인한 갈등을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자질이다.

 

공동체 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자신이 배운 것과 토론과 합의를 바탕으로 결정된 것을 성실히 실천함으로써 사회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자질이다.

▲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방안' 문서 가운데 민주시민 개념도.

 

학생회 예산도 자율 집행 보장, 3월 중에 매뉴얼

 

이 방안을 보면 학교 의사결정에 중학생과 고교생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학교운영위에서 학생에 대한 안건을 심의할 때는 학생대표 등이 참석하여 의견을 개진하도록 했다. 초등학생은 일단 제외했다.

학생 참여를 제도로 만들기 위해 현재 교원과 학부모, 지역 인사들만 참여 가능한 학교운영위에 학생 참여가 가능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도 교과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또 학생들이 졸업식과 입학식, 축제 등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학생회 예산의 자율 집행을 보장하며 학생회실도 확보한다. 이 밖에도 ▲ 학생회 주관 생활규칙 제정 ▲ 교육청에 학생참여위원회 설치 ▲ 한해 4번 이상 학생대표와 학교장 대화의 시간 운영 ▲ 학급회의와 학생회의를 위한 주 1시간 이상 회의시간 확보 등을 학교에 권고했다.

 

시교육청은 학생자치활동 활성화를 위한 운영 매뉴얼을 3월 안에 보급하고 4월까지는 학생참여위원회를 교육청에 설치할 예정이다. 중학교 5개, 고등학교 4개를 뽑아 학생 자치활동 시범학교도 운영하게 된다. 최병갑 시교육청 책임교육과장은 "입시위주 성적지상주의 탓에 부족했던 '민주주의와 인권'교육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학생자치활동 전개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 같은 방안을 내놓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학생인권교육 확대 차원에서 아르바이트 청소년을 위한 노동 관련 법령 교육과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앞둔 학생들에게 직업윤리와 인권교육 등을 실시키로 했다.

 

전교조 "임금체불 청소년에 노동인권교육 환영"

 

이에 대해 박종철 전교조 학생생활국장은 "그동안 학생회는 이름만 존재해왔고 민주시민양성이란 교육목표는 교육과정 속에만 있어왔다"면서 "시교육청이 학생자치활동 활성화를 위해 학생회에 권한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 국장은 또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회사에 취업한 청소년들이 구타와 임금체불에 시달리고 있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이들에게 자신의 노동 권리를 알려주어 부당한 계약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교육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2011.03.14 15:30 ⓒ 2011 OhmyNews

 

 

 

 

 

 

 

 

UN아동권리협약 전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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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예고문(학교운영위원회 조례).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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