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청소년 성장 영화들

샘연구소 2012. 3. 15. 23:00

요즘 청소년 성장 영화랄까?

우리가 종종 만나는 불안하고 예측하지 않은 곳으로 튈 것 같고 다루기 버겁게 여겨지는 청소년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몇 개 보았다.

다 흥미로웠고 많이 생각하게 해주었다.

영화 속에는 외롭고 가난한 아이들, 가난한 부모, 친구관계, 재미없는 학교생활과 공부(친구랑 노는 거, 싸우는 거 빼고)... 이야기가 나오고

공부, 경쟁, 이성에의 호기심과 연애, 금기인 흡연과 음주, 폭력, 그런 것도 나오고

어려서 잘 모르지만 사회가 팍팍하게 돌아가는 모습도 슬쩍 비쳐지고 그렇게 그들도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조금 거칠고 구질구질하고 덜 세련되고 때론 좀 불쌍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덤덤하게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일 뿐이다.

유난스럽고 남다르고 누군가, 사회가, 나라가 꼭 '돌보고', '도움'을 주고, 배려해주고, 혜택을 베풀어주어야 할 그런 유별난 사람들이 아니라 그냥 우리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의 한 모습인 것이다.

 

 

<완득이>

 

소설만큼이나 감동적이고 재미있었다.

함께 본 성남 교육복지 일꾼동지들이 "저기 우리 학교 근처다!"라고 속삭였다. ㅎㅎ

빈곤, 장애, 필리핀인 엄마, 이혼, ... 다 있다.

지지리 궁상맞을 것 같은 밑바닥 삶이지만, 그래서 어떤데? 당당하고 사람냄새 나고 즐겁다.

 

<파수꾼>

 

요즘 학교폭력이 난리인데 이 영화도 학교폭력의 일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주인공 남학생으로 분한 폭력학생 이제훈이란 청년배우. 캐릭터가 강하게 남는다.

괴롭히는 아이들과 어울리다가 심드렁하게 물리치는 희준이,

바른 말 하고 몸으로 부닥치는 동윤이를 오래 보았다.

슬펐다.

 

 

<돼지의 왕>

 

애니메이션이다. 그림은 예쁘지 않았다. 그런데 볼수록 빠져들었다.

위의 <파수꾼>처럼 남학생들의 폭력과 따돌림, 일탈... 빈곤... 가정해체.. 그런 것들이 얽혀있다.

옛날을 회상하느라 지금은 쓰지 않는 '워크맨'도 등장한다.

 

 

<굿바이 보이>

 

아! 철없고 빈대같은 아버지, 악착같이 모진 일을 해서라도 살림을 해가는 엄마,

어지러운 사회와 정의를 추구하는 자취방 대학생, 데모에 죽어가는 모습, 복면쓴 경찰.

아이들의 힘싸움에도 이미 가정배경이 약한 애들은 밀리고 있음을 제대로 짚었다.

신문사에서의 일과 엄마가 빼내올 때의 모습, 그 말, 그리고

나를 지키려다 장애인이 되어버린 친구가 떠나는 나를 따라온다... 

마지막 장면에 가슴이 미어졌다.

 

 

<자전거 탄 소년>

 

이미 칸느영화제에서 여러 번 수상하면서 유명해진 다르덴 형제의 작품이다.

다큐멘터리로 시작해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이들의 영화는

<로제타>, <더 차일드>, <로나의 침묵> 등을 통해 본 적이 있다. 다 볼만 하다.

이번에 이 영화는 가장 감동적이었다.

아빠와 둘이 살았으나 가난해서 아이를 버리고 혼자 살 길을 찾아 떠난 아빠,

그 아빠를 놓지 않으려는, 끝내 비난하기보다 믿어주려는 아이,

그러나 엉뚱한 일탈과 '사만다'와의 만남이

자전거를 통해 펼쳐진다.

터질듯한 감정을 폭탄을 안은 듯 꽁꽁 가슴 속에 숨긴 빨간 옷의 아이,

그러나 대조적으로 감정을 절제한 연기와 대사, 장면들,

설명도, 변명도, 멋진 배경화면이나 음악효과도 없다.

다르덴 형제 영화에서는 유일하게 여기서 배경음악으로 베토벤의 '황제'가 몇 번 나오는데

나는 그게 좋은지 잘 모르겠다. 그냥 음악이 없어도 좋았을 것 같다.  

아뭏든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에도, 한 시간동안 전철을 타고 집에 오기까지 

내내 먹먹했다.

 

 

다양한 모습의 사춘기의 아이들. 나는 영화를 보며 아이들과 (소)통했다.

그리고 내 속의 나와 한참 마음을 나누었다.

 

그러고보니 다 주인공이 남자 아이들이네! -_-;;

왜 여자아이들 이야기는 없지? 내가 못 찾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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