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복지국가 공부

샘연구소 2012. 3. 21. 00:32

복지국가를 계속 공부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몇 년이나 공부했지만 마땅히 복지국가에 대해서 안다할 것이 없다.

그래서 열심히 책을 사서 읽고 이런 저런 강연을 쫓아다니며 듣고, 읽고, 생각하고, 토론한다.

작년 말 한겨레사회정책스쿨 1기 강좌 <복지국가 건설의 정치경제학>을 들었다. 오건호, 은수미씨 강의가 좋았다.

요즘엔<2013년 체제와 복지국가>라는 강좌를 듣고 있다. (2월 22일~4월 5일)

 

'시민과 함께 하는 대안대학' 한겨레사회정책스쿨 제3기 강좌

           - 선택 2012 : 민주주의, 인권, 복지의 새 좌표

                                 <2013년 체제와 복지국가>

 

이게 자료집 표지에 쓰인 제목들이다. 

한겨레신문사의 사회정책연구소(hisp.re.kr)와 사회복지책마을(http://cafe.naver.com/hwbook/)이 함께 기획하여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강좌는 총 7주에 걸쳐 진행되는데 강사진이 훌륭하다. 홍세화(진보신당 대표), 이혜경(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김연명(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 고세훈(고려대 교수/정치학), 신정완(성공회대 교수/경제학), 조효제(성공회대 교수/사회정책학), 이태수(꽃동네대 교수/경제학) 등이 나온다. (괄호 안은 강의하는 소속 학과보다 최종학위 전공을 적었다)

 

첫 강연자였던 홍세화씨(사회복지책마을 카페에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부터 <세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최근 <생각의 좌표>까지 책들로 알려진 그는 구수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모습으로 첫 강의의 문을 열어주었다. 

복지를 왜 해야 하는가? 생각의 좌표, 복지의 좌표를 자리매김하는 강연.

내가 이해한 그의 강연의 핵심은 '자유', 그리고 '존중'이었다.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그 자유를 위해서 존엄이 지켜져야 하고 그것이 복지국가의 이유이고 목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눔이 아니라 분배, 불안과 돌봄이 아니라 자유, 소유보다 존재가 우리의 추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선한 도전이 되었다. 흔히 경제학적 분석이나 사회정책의 측면에서 복지국가를 논한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인 인문학적 사유에서 출발했다. 산만한듯한 이야기였지만 두고두고 곱씹게 되는 숙제들을 남겨주었다. 진보신당에 대한 말을 아꼈다.

 

두번째는 이혜경 교수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복지국가 재편"이라는 주제로 나섰다.

2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꼼짝않고 서서 조용조용 아나운서가 대본 읽듯이 강의를 하는데도 지루하거나 복잡하지 않고 일목요연하게 1930년대 이후 케인즈 경제학의 등장, 베버리지 보고서, 마샬의 사회권 개념에 기초한 복지국가 체제가 발전되어 온 과정을 설명해주었다.

가히 인류 역사는 가진 이들이 더 많은 소유와 지배를 위한 자유를 가지려는 힘, 그리고 반대로 그 횡포로부터 사람들의 자유와 존엄, 행복을 늘리려는 힘의 길항의 역사였다. 특히 우리나라가 현 정부 들어서 선진국의 복지국가 위기론 내지 쇠퇴론을 내세우며 반복지적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데 이것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며 역사를 역행하는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세계는 탈산업사회, 고령화 등과 함께 복지국가 재편의 요구 앞에 서있으며 나라마다 여러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복지국가는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지... 무엇보다도 읽은 책이름과 저자 이름이 나올 때 반가웠고 더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이 생겼다.

 

세번째는 김연명 교수가 "한국 사회복지의 역사와 기본구조"를 강의했다. 이날은 일본 학교사회복지 교수/실무자 내한으로 세미나를 주최하고 있어서 참석하지 못하고 글로만 공부했다.

 

네번째 강의는 고세훈 교수가 정치적 측면에서 복지에 대해 말했다.

참으로 분노가 치밀며 좌절하게 하는 강의였다. 현실이 암울하니까... 우리가 종종 모른 체 하거나 덮어두고 성급하게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는데 급급한데 그는 날카롭게 현황을 파헤쳐서 보여주었다.

그는 "한 사회의 문명화 정도는 그 사회가 약자를 어떻게 어떤 수준에서 배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직접적으로 닿아있다"면서 이 때 "약자의 문제는 곧 관계의 문제, 심지어 개인이 당한 신체적 정신적 장애도 관계의 문제"라는 지적으로 말문을 열었다.

"장애는 개인적 특성이 아닌 관계의 문제이다"(Sven E. Olsson)

북/서 유럽의 복지국가는 산업화, 자본의 필요, 노동의 요구 등과 같은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꾀죄죄한 국가복지, 취약한 노동운동. 기업지배구조의 비민주성, 전통적 복지의 부재에 더해 여러가지 반복지담론들 등과 같은 '반복지의 덫'에 걸려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보는 해법은 결국 politics against market,  자본에 대한 노동의 상쇄력의 정치적 제도화가 핵심과제이다.

그러기 위해서 노동의 연대, 선거전략 등을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의 고백처럼 진짜 현실이 희망이 없어보이기도 했지만 냉철한 지적으로 들렸다. 아직까지는 가장 인상깊은 강의였다.

 

 

고세훈 교수 강의 안내 표지(사회복지 책마을 카페에서)

 

앞으로의 강의도 기대된다. 

 

나는 돈내고 듣지만 공짜로도 공부할 수 있다!  공부하고 싶은 분들은 활용하시길.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최근 홈페이지를 열었다. http://hisp.re.kr  여기 가면 강의안을 다운 받을 수 있다.

또는 사회복지책마을 카페 http://cafe.naver.com/hwbook/ 에 가면 강의를 요약정리해서 올려놓았고 질문과 대답까지도 올려져있다. 수고에 감사!

(비밀 - 3월 22일 이후 목요일마다 저녁 7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 오시면 '슬쩍도강(盜講)'도 가능. 경비가 삼엄하지 않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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