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변화와 자기혁신

샘연구소 2012. 4. 4. 21:47

얼마전 치과에 다녀왔다.

스켈링을 하던 간호사가 말했다.

"왼쪽 이에만 치석이 끼고, 그쪽에 충치가 많으신 걸 보니 아마 오른쪽으로만 씹으시나봐요..."

그런가? 몰랐는데...

 

그러고 보면 양족 눈썹 높이가 약간 다른데 씹는 것과 관계가 있을 듯 싶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 씹을 때마다 주의를 하며 지켜보니, 진짜 오른쪽으로 많이 씹고 있었다.

오른손잡이라서 그럴까? 언제부터 이런 습관이 들었을까?

그런데 문제는 왼쪽으로 씹자니 잘 안 되는 것이다. 어색할 뿐 아니라 힘이 들고, 턱도 아프고 이도 시큰거린다.

아하... 그동안 왼쪽 턱근육이 퇴화되었을 거야.. 어쩜 왼쪽 이가 부정교합인가보다.. 충치 치료한 곳이 부실한가보다.. 등의 추측을 해본다. 이유가 무엇이든 앞으로 얼굴이 찌그러지지 않고 좌우대칭으로 가고 싶고, 이도 양쪽이 고르게 건강하고 싶으니까 나는 힘들어도 계속 왼쪽 씹기를 노력하기로 했다. 

그래도 참 힘들다. 한참 먹다보면 어느 새 오른쪽이다...

 

학교사회복지사는 아이들의 행동습관을 변화시키는 일에 관심이 있으며 주요 개입활동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행동습관을 바꿀 수 있을까?

 

우선은 본인에게 강력한 동기가 일어나야 한다.

"체중을 줄이지 않으면 죽습니다."라든가, "."3번 이상 결석하면 부모님 호출이다."라고 부정적 위협이 있으면 체중감소나 출석의 강력한 동기가 형성된다. 아니면 "예쁜 사람이 더 취직이 잘 된다."나 "성적이 좋으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라는 긍정적 자극도 동기형성에 도움이 된다. 사실 교사들은 아이들의 행동습관을 바꾸기 위해서 종종 "지각하면 벌금 1000원이다!"라거나 "욕하면 청소시킨다"같은 장치를 사용하지만 그리 잘 먹히지 않는데도 계속 그런 방법을 고수한다.

 

문제는 습관은 말 그대로 오랜 시간동안 몸과 생각, 마음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바꾸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기화과정에 소위 '저항'이라는 양상을 띠게 된다. "역시 난 안 돼..."라든가, "또 작심삼일이지..", "요번 만 그냥 넘어가자... ", "난 괜찮을 거야..."같은 핑계와 합리화의 명분이 나타난다. 사춘기 아이들이라면 더 강력하고 공격적으로 거부를 표현할 수도 있다.

사실 수 년 동안 쌓여온 습관, 또, 그런 습관을 품고 있는 관계와 환경조건이 지금도 돌아가고 있는데 그걸 몇 날, 몇 달, 몇 번에 바꾸고자 하는 시도가 이미 보통 노력과 인내심으로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제임스 프로차스가와 존 노크로스, 카를로 디클레멘트라는 이들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에 대해 조사연구한 것을 책으로 냈다. <자기혁신 프로그램>, 원제는 <Changing for Good>이다. (에코 리브르)

이들은 임상심리학자이고 대학교수인데 사람들이 어떻게 흡연이나 알콜 중독, 정서적인 고통과 체중조절 같은 문제들을 극복하고 변화에 성공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50여건의 주제를 가지고 수천명을 조사했다.

인간을 이해하고 변화시키기 위한 심리학의 핵심이론을 선택적으로 차용한 변화모델은 수 차례의 경험적 연구를 통해 실험하고 수정, 개선되었으며 현재 미국 국립보건원, 국립 알콜중독연구소, 암연구소, 질병통제센터, 폐협회, 암학회를 비롯하여 영국과 핀란드, 스웨덴, 폴란드, 스페인, 오스트레일리아 등 세계 전역의 전문가들이 활용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 중 우선 전문가의 도움을 통한, 즉, 타인의 개입을 통한 변화를 보면, 변화는 일정한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그 과정별 개입 목표와 주로 사용되는 기법들은 아래와 같다. (책 37쪽)

 

과정

목표

기법

의식의 고양

자아와 문제에 대한 정보를 늘린다.

관찰, 직시, 해석,

독서요법

사회적 해방

문제를 감소시킬 사회 차원의 대안을 늘린다.

피억압자의 권리 옹호,

권한 부여, 정책 개입

정서적 각성

자신의 문제와 해결책을 경험하고 느낌을 표현한다.

사이코드라마,

상실의 애도, 역할극

자기 재평가

문제와 관련해서 자신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분석한다

가치 명료화, 심상,

교정감정 경험

전념

행동을 선택해서 전념한다. 또는 변화의 능력을 믿는다

의사결정 치료,

새해의 결심, 의미 치료

대항

문제행동을 대한행동으로 대체한다

이완, 둔감화, 자기주장, 긍정적인 자기 진술

환경 통제

문제행동을 유발하는 자극을 피한다

환경 재구성(술이나 살찌는 음식 등 제거),

고위험 신호 회피

보상

변화에 대해 자신에게 보상을 하거나 타인에게서 보상을 받는다

조건부 계약,

공공연하거나 은밀한 강화

주변의 도움

관심을 기울이는 누군가의 도움을 동원한다

치유적 연대, 사회적 지지, 자조모임

* 여기 소개한 기법들은 주로 심리치료사들이 사용하는 전문적인 방법이다. 본문 2부에서는 혼자 힘으로 변화에 도전하는 개인들이 과정별로 적용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기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서 지각, 욕설, 거칠고 무례한 행동,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수줍음타는 행동 등 행동습관을 변화시키고자 할 때 우선 자신을 알고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부터 출발하게 된다. 때로는 아이들이 너무 문제에 사로잡혀 있거나 자신감이 바닥나 있을 때도 있다. 부모의 불화나 이혼, 사망, 또는 가까운 사람과의 헤어짐 등으로 상처를 입고 끙끙대고 있을 경우도 있다.

 

초기에는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도록 신뢰관계를 수립하고 표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서서히 좋은 쪽으로 바뀌었을 때의 좋은 감정을 짐작해보게 하는 것이다. 선생님들에게 칭찬받고 무사히 졸업하는 것, 친구들앞에서 당당하게 발표하는 멋진 자신의 모습, 헤어진 가족이 사랑의 눈길로 흐뭇하게 나를 바라보며 격려와 기대를 보내는 모습 등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도록 하는 것은 변화의 목표를 설정하고 동기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변화의 과정에는 상황과 관여자별로 다양한 기법이 사용될 수 있다. 같은 심리치료 기법이라도 도구나 매체는 다를 수 있다. 나이, 성별, 학생의 경험과 특징, 개입하는 상담자의 역량과 개성에 따라, 그리고 개입의 조건인 예산이나 타 지원체계등을 고려하여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바꾸고 싶었던 습관을 새로운 습관으로 서서히 바꾸어나간다. 생각, 이미지, 느낌, 행동 등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부모나 가족, 친구, 교사 등이 도와주면 좋다. 그래서 때로는 아이들 몰래 학급 학생 중에서 '비밀 수호천사'를 정해서 변화 과정에 들어간 친구를 돕게 하기도 하고 부모상담을 통해 아이를 지켜보고 주변에 장애물들을 없애고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도록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힘이 있는 것은 담임 교사의 관심과 격려이다. 관련 연구결과를 보면 똑같은 상담프로그램도 상담자가 담임교사와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담임교사로 하여금 학생에게 관심과 격려를 보내도록 했을 때 변화가 확실히 빠르게 나타났고 지속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위 저자들은 변화의 본 과정에서 거치는 6개의 단계를 무관심 -> 심사숙고 -> 준비 -> 실행 -> 유지 -> 종료의 단계로 보고 이 6단계는 직선이 아니라 나선형으로 진행된다고 보았다. 당사자와 상담자는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아야 변화를 성공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그렇지 않으면 무리하거나 건너뛰면서 변화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여러가지 문제를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을 때 하나씩 따로 떼어서 개입하기보다 한꺼번에 다룰 때 더 효과적으로 같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정말 맞는 것 같다. 내 경험으로도 그렇다. 담배피우다가 걸린 아이들을 지도할 때 집단이름은 '금연지도 프로그램'이지만 사실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다보니 이성교제문제, 가정문제, 학업 태만, 친구관계, 자신의 내면의 문제 등이 마구 얽혀있었다. 그래서 담배 얘기는 꺼내지도 않고 다른 문제부터 접근했다. 그것은 바로 아이가 먼저 해결하기를 원하는 것, 드러내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지도자인 내가 할만하다고 여기는 것들이다. 그렇게 했을 때 아이들은 다루지 않은 문제들까지 서서히 풀려나갔다.

 

요즘 사회사업 실천분야에서 강점관점이 대세인데 아이들에게 '니 강점이 뭐니?'라고 묻는다고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강점을 존중하는 것은 곧, 아이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럼 자신의 경험, 욕구 등을 표출하게 되니 그것이 바로 강점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내가 끌고 가지 않고 아이보다 한 발 빗겨서서 3미터 뒤에서 따라가는 자세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기대한 변화가 이루어지면 보상을 해야 한다. 그 보상은 처음부터 학생 자신이 받고 싶은 것으로 정하면 좋다. 때로 상담자가 아이들의 상상력을 풀어줄 수 있게 제안하는 것도 좋다. '선생님과의 데이트 - 영화보기', '선생님과 외식 - 떡볶이 먹기', '선생님 집 가정방문 하기', '00가 좋아하는 책 사주기' 등도 좋고, '방학 캠프 참여권(무료)'도 좋다. 내가 개입했던 한 학생은 '햄스터'를 받고 싶어한 적도 있다. 물론 구해주었다. 어떤 학생들은 우리집에 와서 함께 밥을 지어먹기도 하고 어떤 학생들은 나란히 드러누워 비디오를 보았다. 이런 것들은 개입 초기에 반짝 변화를 보일 때 보상으로 하면 더 좋은 것 같다. 아이들이 너무나 행복해하고 이후에 내가 무어라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스스로 좋은 쪽으로 변화해갔으니 말이다.

 

변화된 행동습관이 자리를 잡는데 주변의 도움이 더 오랫동안 필요한 경우도 있다. 담배를 끊었을 때 흡연하는 친구들과 좀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주의산만하고 공격적인 아이가 건강하게 발산할 수 있도록 학급에서 유용한 역할을 부여한다거나 왕따 피해학생들의 경우 뜸하게라도 집단활동 '반창회' 같은 것을 해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 조사를 겸해 격려하는 다과회를 하는 것도 좋다.

또는 변화된 아이들이 그 경험을 가지고 다른 친구나 후배를 돕는 일에 나설 수 있게 동아리를 만들고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때로는 열심히 노력해도 변화가 잘 진척되지 않는 이유가 생물학, 의학적 치료가 필요해서 일 수도 있다. 그런 줄 모르고 과도하게 본인과 주변이 변화를 시도하고 이를 상담이라고 한다면 애초부터 그것은 목표설정이 잘못되었거나 방법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통합적 사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아무리 해도 잘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변화가 쉽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안의 힘이 강하다는 반증도 된다.

그렇게 살도록 태어난 그만의 '개성'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인간의 욕심이 그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 인간이 맘만 먹으면 맘 먹은대로 쉽게 변한다면 오래 전에 인류는 멸종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잘 안 변하는 인간특성이 오히려 존엄하고 신비한 것이리라.

그래서 골치 아프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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