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영화 <슬리퍼스>

샘연구소 2012. 4. 10. 23:05

영화 <슬리퍼스>의 제목 'sleepers'는 미국에서 소년원 출신 청소년을 가리키는 속어라고 한다. 즉, 이 영화는 범죄행위로 소년원에서 14년을 복역하고 나온 청년들의 이야기다.

 

 

 

 

오래 전 EBS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우연히 텔레비전을 켰다가 로버트 드 니로가 나오길래 계속 보았다. 브래드 피트도 나오고, 케빈 베이컨도 나오고 더스틴 호프만도 나온다! 와우... 그러면서 영화에 빠져들었다. 꽤 오래 전에 본 영화라 자세한 부분은 기억이 희미하다. 하지만 가끔씩 불쑥불쑥 로버트 드 니로, 아니, 바비 신부가 떠오른다.

 

 

 

 

영화의 배경은 뉴욕의 헬스키친(hell's kitchen)이란 동네다. 그리고 바비 신부(로버트 드 니로)는 이 동네 교구 책임자인 신부이다. kitchen이라길래 무슨 유명한 식당이름인가 했는데 뉴욕 본섬의 서쪽 강가에 있는 가난한 이주민 집단거주지이다. 아일랜드, 이태리,·포르투갈,·동유럽 등지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모여 산다. 영화에서도 등장인물들은 머리 색이 다양하다. 요즘 같으면 '교육복지사업'구역이 되었거나 학교사회복지사들이 배치되었을 딱 그런 동네이다.

 

부모들은 가난하고 정부의 손길도 부족하지만 이 동네는 가톨릭 교회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서로 도와가며 살아간다. 얼핏 보면 난잡하고 불안하고 부패가 만연한 듯한 동네, 신부님은 바로 그곳에서 같은 공기를 호흡하고 똑같이 불안하고 불편하게 산다. 고해성사를 통해 주민의 생활을 속속들이 알고 위로도 하고 조언도 해주고 법적인 징벌이 아닌 속죄의 해결책을 주기도 한다. 이 동네에는 이런 식으로 주민들만이 공유하는 어떤 질서와 평화가 있다.

 

 

 

이 동네에서 네 명의 10대 남자아이들이 사이좋게 놀며 지낸다. 가난하고 부모님은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없어 보이고 그래서 아이들끼리 동네를 돌아다니며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어 짖꿎은 장난도 치곤 한다. 그런데 장난이 과했다. 예상치 못하게 사소한 호기심에서 해 본 장난이 큰 사고가 되고 아이들은 소년원으로 보내진다.

 

이 소년원에서 아이들은 교도관들로부터 성적 학대와 온갖 폭력에 시달리며 불안과 분노, 좌절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렇게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네 명의 소년이 출옥한다. 건달이 된 존과 토미가 우연히 레스토랑에서 소년원 시절 그들을 괴롭혔던 교도관(케빈 베이컨)과 마주치게 될 줄이야! 결국 이들은 그를 죽이고 살인자가 되어 다시 재판을 받게 된다.

 

이때 검사가 된 마이클(브래드 피트)과 기자인 세익스가 이들과 힘을 합해 복수의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리고 교묘하게 법을 이용해 자기들을 악랄하게 괴롭혔던 소년원 교도관들을 하나하나 복수해나간다. 이 과정에서 술주정뱅이 퇴물 변호사역으로 더스틴 호프만이, 어릴 적부터 동네에서 가까이 지낸 신부님인 로버트 드니로가 이들에게 이용된다.

 

내 인상에 깊이 남은 것은 바비 신부의 행동이다.

그는 아이들이 (아마 더 어릴 적에도), 청소년기에도, 소년원시절에도, 그리고 이후 복수의 재판과정에도 아이들 곁에 있다.

그리고 아이들을 결코 훈계하거나, “왜” 그랬냐고 따지거나 묻지 않는다. 잠자코 그들 곁에 있다. 그들이 부르면 간다. 만나고 듣는다.

답답하고 한심하게...

그리고 마지막에 결국 아이들을 위해 신부로서는 하지 못할 십계명을 어기는 일인 ‘거짓 증언’을 한다.

 

 

 

 

 

지금도 가끔 바비 신부가 떠오른다. 

나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왜?'라고 따진다. 대답은 뻔한데도...

그리고 아이들을 열심히 설득하고 변화시키려고 머리를 굴린다.

 

어쩌면 영화에 나오는 로렌조, 마이클, 존, 토미 같은 아이들에게는 나같은 입과 머리로만 '돕는다'하는 먹물보다도

바비신부님 같은 사람이 훨씬 더 필요할 것이다.

 

 

(이상 영화 그림 출처는 모두 '다음영화', 지도는 구글지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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