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사례관리 전문가는 전화 전문가?

샘연구소 2012. 4. 15. 21:39

요즘 교육복지사업 관련 문서들을 보면 온통 사례관리가 여기저기 마구 널려있다.

사회복지관이나 사회복지실천 분야에서도 사례관리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팔린다.

정말 그럴까?

 

학교에서 일하는 어떤 사회복지사가 사례관리 사례를 발표했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서 이런 저런 외부 자원을 연계해주었고 아이는 지금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고 했다.

아마 그것은 보고서에 우수개입사례로도 올린 모양이다.

 

내가 물었다.

"그래서 당신은 무엇을 했습니까?"

"네?... 담임 만나고 기록지 작성하고 기관 전화해서 연계하고 .... "

 

전화하는 게 사례관리의 핵심활동이다.

담임과 통화하고, 복지관과 통화하고, 통화중이면 다시 전화하고...

하긴 전화라도 열심히 하면 안 하는 것보다 낫긴 하다.

 

아이에게 직접 무엇이 불편하고 무엇을 어떻게 하길 원하며 자신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싫은지도 물어보지 않았다.

가정방문해서 가족에게 자녀의 생활에 대해 알고 있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어보지 않았다.

아이의 문제나 욕구, 서비스 결정 근거는 온전히 담임의 견해 하나였다.

다행히 아이는 좋은 쪽으로 변하긴 한 모양이지만 불안하다.

 

사회복지인으로서 부끄럽지만 이게 사례관리의 한 장면이다.

바쁘니까, 출장이 허락이 안 되니까, 전화기 들고 아이를 이 사람 저사람에게, 이 기관 저 기관으로 돌리는 것이 전문가인가. 

어떤 사회복지사들은 심지어 그런 이용할만한 서비스들이 자기 자신만의 '자산'인 양 남에게 공개하지 않으려고 한다. 기가 막힌다.

 

내가 보는 사례관리는 개별개입의 연장이다.

개별개입, 상담, 개입의 설계 이론을 모른다면 사례관리를 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그래서 욕구도 다양한 아이들을 위해 개별개입 외에도 집단개입, 캠프 참여, 또 나 아닌 학교 안팎의 다른 사람, 서비스가 일부 끼어들 수 있는데 그렇게 될 때 여러 서비스를 조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를 '서비스관리' 또는 '사례관리'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주 사례관리자는 학교사회복지사로서 개입의 모든 과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 accountability.

 

책임자는 이런 모든 과정에서 아이가 필요로 하고 정말로 유용한 것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여 패키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신뢰할만한 사람, 서비스를 찾아서 중간에 이용하면서 아이와 함께 처음에 의도한 개별개입 과정을 흔들림없이 진행해나가야 한다.

자신의 직업 윤리와 사명의식을 걸고 신중하게 일해야 한다. 그것이 책임성이다.

 

그런데 본인 스스로의 관찰도 없이 책임지는 일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관찰. observation.

 

사정을 위해 아이나 교사에게 욕구를 묻곤 하면서도 막상 관찰을 잘 안 하는 것 같다.

직접 자기 눈으로 현장에서 보고 기록해서 사정자료로 삼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몇몇 제3자의 관찰자료를 수집해서 가장 통합적이고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사나 아이가 '너무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어서...'라고 한다면 그것이 행동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아야 하지 않겠나? 교사의 허락을 받아서 수업 시간이나 집단프로그램에 동참하여 관찰하거나,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교실을 방문하여 활동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아이의 부모나 교사, 또는 짝에게 부탁해서 체크하거나 동영상을 찍도록 할 수도 있다. 그런 것 없이 그냥 교사말만 듣고 그대로 기록하고 아이의 발표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무슨 치료를 제공하고 무슨 프로그램을 시켰다는 것이 어떻게 자랑이 되겠는가. 오히려 부끄러움이 아닌가.

게다가 보통 복합적인 서비스가 필요한 사례관리의 대상자를 보면 가정문제나 건강문제가 얽혀있기 쉽다.  어떻게 사는지 집에 가보고, 온수는 나오는지, 겨울에 난방은 되는지, 잠은 누구와 자는지, 냉장고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보호자는 몇 시에 들어오는지, 보호자의 지적 능력이나 사회생활 능력이 어떤지 직접 확인해야 하지 않겠나.

 

동기화. motivation.

또는 주인의식 심어주기.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의지, 자기가 원해서, 그리고 달라지고 싶다, 현재의 상황에 변화를 가져오고 싶다는 의지를 일으킬 수 있다면 그 개입이나 상담은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 아이와 학교사회복지사나 상담사 사이에 '친밀감'과 '신뢰'가 필요하다. 소위 '라포형성'이라고 하는 것이기도 하고 아이에게 significant others 중 하나로 인식되는 과정이다.

그것은 진솔함, 열린 마음, 비심판적 경청, 아이 못지 않은 변화에 대한 의지와 기대, 아이가 할 수 있다는 믿음, 불만과 고민을 욕구와 기대로 재기술(re-discription; 再記述)할 수 있는 능력,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 조바심과 재촉하는 주변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지켜주며 격려해주는 옹호활동 등을 통해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개 아이나 가족은 그런 서비스나 개입이 처음이 아니거나 몇 번의 실패나 좌절을 경험했을 수도 있다. 너무 얽혀있어서 포기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럴 때 멋모르고 변화목표를 과도하게 설정하거나 관계가 나쁜 서비스를 다시 연계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과정에 함께 하는 파트너라는 신뢰를 심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쯤되면 사실 전화기를 들고 있는 시간이 아까워진다.

아이나 가족이 중간에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거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도움이 되었다면 다음이라도 다시 필요할 때 그들 스스로 그런 프로그램, 서비스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었다면 그것은 중단했더라도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결국 우리 자신이다.

나는 과연 대상 학생의 변화를 믿는가? 그가 정말 변하기를 기대하고 간절히 소망하는가?  

기관 탓, 여건 탓만 하지 않고 내 탓으로 돌리며 책임질 수 있는가.

이 모든 것을 진심과 정성으로 실천하였다면

마지막으로 이것은 아이의 삶이고 가족의 삶이라고 겸손히 물러설 수 있는가.

 

전화기를 내려놓고, 컴퓨터에 등을 돌리고

잠시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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