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토요휴업? No 토요근무

샘연구소 2012. 4. 19. 21:42

주5일제 노동에 이어 학교들이 주5일제 수업을 실시한다.

그러나 주5일제 노동을 하지 않는 직장이 많고 부모들은 아이들을 어디엔가 맡겨서 감독해주길 바란다.

집에 있는 엄마들도 그냥 귀찮아서 혹은 뭐 하나라도 더 배우게 시키고 싶어서 토요일에도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

그리고 사회는 혹시라도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것은 온통 학교에 책임을 돌리는 추세이다.

그러니 학교는 그저 아이들 가두기에 바쁘다.

덩달아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이 바빠졌다.

토요일이면 아이들 왔나 체크하고 강사들 연락하고 준비물 챙기고 기록하고...

남들은 다 노는 토요일이 이렇게 바빠질 줄은 몰랐다.

전에는 학교사회복지사 대상 행사나 교육을 토요일에 많이 했는데 이제는 토요일도 어려워졌다.

학교사회복지사들, 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은 '휴업'일이 없다.

 

토요휴업? No. 토요근무!

 

다시 생각해본다.

주5일제 수업, 토요휴업일 왜 하는 것일까?

 

쉬라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쉴 권리를 회복해주어야 한다. 휴식이 필요하다.

주5일 빡빡하게 '학습노동' 했으면 좀 쉬어야지. 게다가 방과후교실, 학원, 숙제 등으로 늘 바쁘던 아이들 토요일엔 실컷 늦잠도 자고, 동네를 하릴없이 어슬렁거려보기도 하고 학교에 와서 자기들끼리 공놀이도 하고 그렇게 보내게 하면 안 되나?

 

생각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힌다.

더구나 중학생이라면 더 숨통이 막힌다. 아! 질식할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주5일제 수업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는 길은 쉬게 하는 것이다.

그 대신에 아이들이 마을에서 안전할 수 있게 마을을 안전하게 만드는 사업을 해야한다.

그리고 자기들이 끼리끼리 놀든가 정 심심하면 동네에서 스스로 찾아다니며 놀 수 있게

동네의 청소년이 즐길만한 영화, 연극 할인, 그리고 체육관, 수련관, 수영장, 문화관, 도서관, 카페 등을 저렴하고 깔끔하고 안전하게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래도 정말 절대로 토요일에 프로그램을 해야한다면 오고싶은 아이들을 오게 하되 '구조화된' 프로그램 없이 교사들이 안전(싸움, 부상)감독만 하고 스스로 놀게 하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이런 건 어떨까?

 

1~2교시 : 독서문학교실  => 실제 이름은 '책과 사귀며 놀기'. 도서관에 아이들을 두고 교사는 물어볼 때 대답해주고 감독. 아이들은 스스로 책을 찾아 앉아서 읽든지, 누워 읽든지, 수다를 떨든지, 낙서를 하든지, 잠을 자든지 자유.

쉬는시간 : 화장실 다녀오기

3~4교시 : 체육교실 => 배드민턴, 탁구대, 축구공, ... 등의 도구를 자유롭게 사용하게 해주고 감독만 한다.

 

미술놀이(나는 아무데나 '치료'란 이름 붙이는 게 싫다.) : 온갖 종이, 색종이, 가위, 풀, 크레파스, 싸인펜, 천, 바늘, 찰흙, 그림책... 등을 두고 아이들 스스로 시간 보내기. 

음악 : 몇 가지 악기 두고 놀기 또는 음악 DVD 나 음반 틀어주기, 눕거나 앉아서 쉬기, 수다 떨기... 

 

아님 더 파격적으로 중학교에서는

"5명이 모여서 할 일 계획세워 오면 20만원 준다. 알아서 석 달 동안 토요일마다 써라. 양식대로 보고하고 영수증 내고!"

단, 공부 잘 하는 아이와 못 하는 아이, 사는 동네가 다 달라야 하고, ... 다양한 학생들이 섞인 집단에 우선권 준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아마 신나서 경쟁적으로 참여하지 않을까?

 

그리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감독하면서 집적거리는 것이다.

"재밌어?" "그게 뭐야?" "나도 같이 끼워줄래?" "잘 잤어?" "베개 될 만한 것 줄까?" "너 잘 하는구나!" ...

"샘, 우리끼리 하게 그냥 놔두세요.."

"응... 알았어..."

 

이렇게 한다면

내가 중학생이라면 토요일에라도 학교에 가볼만 하겠다.  

아니라면 나라도 안 간다.

 

 

 

 

자기들끼리 창의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스스로 재밌게 노는 아이들

 

 

 

교육복지사업을 하는 학교 중에서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신청'을 하게 해서

자발성을 이끌어낸 학교들이 있다. 그러나 대개 초등학교이다.

일단 중학생이 되면 어른들의 지도감독으로부터 떨어져나와 스스로 시도하고 결정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기 때문에

더 어렵다. 그래서 동아리활동이 좋은 것이다.

 

토요일에 일하느라 수고하시는 선생님들,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여러분,

입으로만 말해서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동향과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째와 둘째  (0) 2012.04.21
지전가의 비애?  (0) 2012.04.19
학교는 교육만, 복지는 학교밖?  (0) 2012.04.16
사례관리 전문가는 전화 전문가?  (0) 2012.04.15
장학사 같은 피씨들  (0) 2012.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