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학교는 교육만, 복지는 학교밖?

샘연구소 2012. 4. 16. 08:48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을 하면서 학교 쪽에서는 불만이 많다.

교육만으로도 할 일이 많고 바쁜데 복지사업까지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다니...

 

그래서 이 사업 프로그램으로 방과후 활동을 하더라도

학교는 교육만 하고 지역아동센터 등 지역기관에서 복지나 돌봄을 하는 것으로 역할분담을 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얼핏 들으면 그래.. 맞아...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나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아이에게 학교는 꼭 공부만 하는 곳이어야 할까?

이미 정해진 수업이 다 끝나서 친구들은 집으로, 학원으로 빠져나가고 나는 남아서 꼭 공부만 해야하나?

그럼, 집에서, 학원에서, 지역아동센터에서는 공부하면 안 되나?

학교는 그럼 학원 중에서도 보습학원처럼 방과후에 남아서 공부만 하는 곳이어야 하나?

 

 

정답은

아이가 있고싶은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머물며 하고싶은 일을 하도록 하면 된다.

 

 

그래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낼 때 원칙과 가치가 중요하다.

사회복지의 가치는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사회정의, 즉, 평등을 실천하는 일이다.

아이들을 존중하려면 자유의지와 판단능력을 인정하고 물어서 책임있게 행동할 여지를 주어야 한다.

또 보다 평등한 사회란 굳이 롤즈니 마이클 샌델이니를 예로 들지 않아도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고 주어진 여건의 영향력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하고싶은데 가정형편 때문에 못 한 것, 아이들에게 미치지 않아야 할 제도적, 사회적 부정적인 영향이나 장애요인들을 없애는 것이다.

교육은 각 개인의 잠재적 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최대한 발휘하여 자아를 실현하게 하는 것과 이로써 민주사회에 책임있는 성원이 되고 공동체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사회복지의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교(敎)는 학습, 가르침이라면 육(育)은 인성지도, 생활지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돌봄이라고 말하는 것도 육(育)의 일부분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가치들의 터 위에서 하위 원칙들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 기획의 기준은 당사자가 하고 싶은 것, 방식을 물어서(욕구조사) 한다는 것 따위. 욕구조사의 방법은 다양하다.

 

또 하나의 원칙은 매슬로우의 욕구이론일 수 있다.

선진국들의 실험결과를 따라서(수면과 아동 정신건강의 관계) 어린 학년의 아이들은 낮동안의 학교교육이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 방과후엔 또다시 책상에 앉히고 책을 읽히거나 쳐진 과목을 공부하게 하기보다 일단 수업에 지친 아이들(부진아)을 1시간동안 잠자게 하는 것을 학교 돌봄교실에서 할 수도 있다. 이것은 복지인가? 교육인가?

 

해방후 우리나라의 학교가 어른들이 일하는 시간동안 일자리에 배치하는 대신 아동과 청소년들을 대량으로 수용해서 특정한 사회적 전승을 사회화하고 준비된 노동력으로 줄세우는 과정으로 삼았다. 이제 21세기의 학교는 아이들이 하루의 절반을 보내며 자신의 인간성을 형성하는 생활환경으로써 건강한 몸과 지적, 정서적, 사회적 능력들을 두루 발전시키도록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굳이 책상에 앉아서 연필을 손가락에 끼우고 책이나 공책을 마주하고 있어야만 교육이 된다는 생각은 수정되어야 한다.

아이에게 좋고 필요한 것이라면 학교든, 지역이든, 집이든 하면 된다.

다만 그 구조나 체제가 위험하거나 불편하고 비효율적일 때 조정이 필요하다.

 

문제는 교사들도 '교육은 학교에서 하고 복지는 학교밖에서 해야 한다'를 이론적 근거에서 주장하는 게 아니라 학교가 정신없다는 데에 있다.

사실 이것은 복지사업에 대한 거부감이나 태만이 아니라 교육계의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선생님들이 너무 바쁘다. 온전히 수업과 학급운영에 신경쓰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학교는 공문과 행정지시, 각종 사업과 행사들로 바쁘다. 그래서 교육청에서 행정보조인력을 보내기도 하고 공문없는 날도 정하고 애를 쓴다. 요는 위에서, 옆(학교 밖 기관들)에서 학교에 요구하는 일들이 줄어야 하는 것이다. 학생복지 제대로 되려면 교사복지 필요하다는 말도 전혀 일리가 없지 않다.

또 교육복지사업 조차도 가난한 아이들을 골라내서 따로 하고 별도 예산을 계획세워 진행하고 일일이 결재하고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수업을 하듯이 일상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결국 '보편복지'이며 '보편적 교육복지'를 이루는 일일 것이다.

 

어쨌든

교육과 복지는 남이 아니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이미 5년 전인가? 정부가 교육과 아동청소년가족복지 분야를 한 부처로 통합했다.

오죽하면 그랬겠나?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student-in-the-center, children-in-the-center 의 개념이다.

 

학교가 중심에 있고 그 학교의 운영, 또는 교사의 편의를 위해서 주변에 아이도 있고 가족도 있고 지역사회기관도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중심에 있고 아이를 위해서 학교와 가정과 지역사회가 각각 교육적이고 복지적인 일을 적절히 나눠 갖는 것.

그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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