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첫째와 둘째

샘연구소 2012. 4. 21. 21:09

봄비가 온다. 조용하다. 추적추적...

비오는 날 처마밑에서는 담배연기가 구수한 것 같다.

담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생각난다. 오늘같은 날 학교에서 어떻게 담배를 참고 있을까?

아님 용케 어느 처마밑 구석에서 꽁초를 돌려가며 훔쳐 피우고 있을까?

 

유난히 담배를 많이 피웠던 아이가 생각난다.

중1때부터 피웠다. 엄마와 아빠의 갈등으로 행복했던 가족이 불안해지고 사랑했던 아빠를 잃었다.

외롭고 힘든 엄마도, 늘 바쁘고 모범생을 챙기던 선생님도, 옆자리의 친구도, 그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열어보일 수 없었다.

아니 자기 자신이 뭐가 뭔지를 몰랐으니까. 그냥 몸부림쳤다.

그때 그 아이에게 담배가 찾아왔다. 그리고 위로가 되었다. "속이 후련해"졌단다. 

담배는 그렇고 그런 아이들을 줄줄이 그녀에게 이어주었고 그녀는 방황 끝에 결국 고교를 중퇴했다.

엄마와 살던 맏이이다.

 

그런데 내가 상담했던 비행청소년들을 보면 우연인지 모르지만 형제서열상 공통된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아빠하고만 사는 가정들이 몇 생각나는데

맏딸이나 맏아들은 잠시 일탈행동을 하다가도 엄마를 대신해서 가사를 책임지는 아이들이 많았다. 모범생.

그런데 둘째들이 유난히 몸살을 앓는다.

여주의 00도, 공릉동의 00도, 충북의 00도, 관악의 00도, 도봉의 00도, 방학의 00도, 00도, 00도 ...

어쩌면 그 아이들은 꾹 누르고 참으며 지낸 언니, 오빠의 몫까지 자기가 다 앓아주는 것 같다.

 

그런데 엄마하고만 사는 아이들은 첫째인 맏이들이 몸살을 많이 앓았다.

지금 그 아이들 잘 살고 있을지...

 

물론 이건 무슨 조화일까?

아마도 진화생물학과 심리사회학을 엮어서 대충 설명이 나올 것 같다.

일찌기 애들러(A. Adler)는 형제서열에 따른 특징을 연구했었지만

요즘에는 한 자녀, 두 자녀 가정이 많아지면서 그의 이론이 그리 인용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이론을 더 찾아보지 않아서 내 경험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나의 짧은 경험이 그런 생각을 갖게 한다.

그래서...

 

 

선생님들, 학교사회복지사들이

학생들 중에 혹시 아빠하고만 사는 둘째, 엄마하고만 사는 맏이들을 알게된다면

눈여겨보고 많이 사랑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아빠, 엄마를

많이 위로해주었으면 한다.

 

만약 엄마, 아빠와 갈등 속에 있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 갈등을 표현하지 못해서 다른 친구들과 갈등을 빚거나

그도 못해서 자신을 학대하고 괴로워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지금 그런 아이를 발견한

선생님이, 학교사회복지사가,

그들의 외로운 사랑을 회복하게 해주는

중매쟁이들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아님 그 아이들을 보듬고 품어줄 언덕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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